비만 치료제 '위고비'와 당뇨병 치료제 '오젬픽'의 주성분인 세마글루타이드가 단순한 체중 감량 효과를 넘어 노화를 늦추고 수명을 연장한다는 동물실험 결과가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 3일 발표됐다. 특히 노년기에 투약을 시작해도 수명 연장과 신체·인지 기능 개선 효과가 나타났다.
미국 UC 버클리와 덴마크 코펜하겐대 등 국제 공동연구팀은 인간의 60대에 해당하는 생후 20개월의 고령 암컷 생쥐를 대상으로 세마글루타이드의 항노화 효과를 연구했다.
연구팀 분석 결과, 매일 세마글루타이드를 주사한 생쥐 40마리의 중앙수명은 834일이었다. 중앙수명은 실험 집단의 절반이 사망한 시점을 뜻한다. 식염수를 투여한 대조군 39마리의 중앙수명은 742일이었다. 세마글루타이드 투여군의 중앙수명이 대조군보다 92일(12.4%) 길어진 것이다.
신체와 인지 기능도 개선됐다. 세마글루타이드를 맞은 생쥐는 새로운 공간에서 더 활발하게 움직이고 주변을 적극적으로 탐색했다. 회전봉에서 버티는 운동 능력과 철망에 매달리는 근력, 달리기 지구력도 향상됐다. 미로 실험에서는 탈출구가 있던 위치를 더 잘 기억했고 혈당 조절 능력도 좋아졌다.
몸속에서는 만성 염증과 세포 노화, 유전체 불안정, 미토콘드리아 기능 저하가 줄었다. 기억과 학습에 관여하는 뇌 해마의 '치아이랑'에서는 신경줄기세포의 활동과 새로운 신경세포 생성이 증가했다. 대사 기능뿐 아니라 노화에 따른 뇌 기능 저하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보여주는 결과다.
연구팀은 이런 변화가 단순히 덜 먹고 살이 빠졌기 때문인지 확인하기 위해 먹이 양을 24% 줄인 생쥐 집단과 5개월간 비교했다. 먹이를 줄인 칼로리 제한군은 탐색 행동과 공간 기억력, 혈당 조절 능력이 유지되는 데 그쳤지만, 세마글루타이드 투여군은 이 기능들이 이전보다 좋아졌다. 세마글루타이드가 칼로리 제한과 비슷한 노화 억제 경로를 자극하면서도 별도 효과를 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세마글루타이드의 노화 지연 작용이 기존에 보고된 심혈관·신장·간 보호 효과의 배경일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다만 이번 연구 결과가 사람에게도 수명 연장 효과로 나타날지는 알 수 없다. 이번 연구가 유전적으로 거의 같은 한 품종의 암컷 생쥐만을 대상으로 했기 때문이다. 건강한 노인을 대상으로 노화와 수명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한 임상시험은 아직 없다. 연구팀은 세마글루타이드가 사람의 노화 과정과 수명을 바꾸는지는 장기간 임상시험을 통해 확인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