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켓 파편과 고장 난 인공위성 등 지구 궤도를 뒤덮은 수많은 '우주 쓰레기'의 모습./아스트로스케일, 조선DB

지난 2009년 2월 미국 통신위성 이리듐33과 러시아 군사위성 코스모스2251이 지구 상공 약 790㎞ 지점에서 충돌했다. 인공위성끼리 충돌한 첫 대규모 사례로, 사고 이후 2500개 이상의 파편이 만들어져 저궤도에 남았다. 이후 위성 수가 급격히 늘면서 충돌 방지와 우주 공간 관리가 새로운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유럽남방천문대(ESO)는 현재 지구 궤도에서 운용 중인 위성은 약 1만5000기지만, 각국과 기업이 계획한 대규모 위성군을 모두 합산하면 잠재적으로 170만기 규모에 이를 수 있다는 분석을 3일 내놨다. 연구진은 이 같은 위성 증가가 천문 관측 환경뿐 아니라 저궤도 혼잡 문제를 심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위성 증가를 이끄는 가장 큰 분야는 저궤도 위성 인터넷이다. 저궤도는 지상과 가까워 통신 지연이 짧다는 장점 때문에 글로벌 기업들이 경쟁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스페이스X의 스타링크를 비롯해 아마존 등도 대규모 위성망 구축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이처럼 저궤도에 위성이 집중되면서 충돌 위험 관리도 현실적인 과제가 되고 있다. 저궤도에서는 위성이 초속 수㎞ 속도로 움직이고 있어 작은 파편과 충돌해도 치명적인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유럽우주국(ESA)은 1㎝ 크기의 우주 파편이 운용 중인 우주선을 무력화할 수 있고, 10㎝ 이상의 파편은 충돌 시 위성을 완전히 파괴할 수 있는 수준의 피해를 일으킬 수 있다고 설명한다. 또 위성 충돌로 발생한 파편이 추가 충돌을 일으키는 '연쇄 파편화' 가능성도 우주 환경의 주요 위험 요소로 꼽고 있다.

실제 위성 운영 과정에서도 충돌 회피를 위한 기동 횟수가 빠르게 늘고 있다. 지난 7월 스페이스X가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스타링크 위성은 최근 1년 동안 약 35만건의 충돌 회피 기동을 수행했다. 이는 다른 위성이나 우주 물체와의 접근 가능성을 낮추기 위해 궤도를 조정한 횟수다.

위성 증가가 영향을 주는 분야는 우주 산업뿐만이 아니다. 천문학계는 저궤도 위성이 망원경 관측 데이터를 훼손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망원경은 먼 은하와 소행성처럼 빛이 약한 천체를 관측하기 위해 장시간 빛을 모은다. 이 과정에서 위성이 시야를 지나가면 사진에 밝은 선 형태의 흔적이 남는다. 일부는 보정 소프트웨어로 제거할 수 있지만, 위성 숫자가 많아질수록 손실되는 관측 데이터도 늘어난다. 올리비에 헤노 ESO 연구원은 "위성 하나의 흔적은 작은 문제일 수 있지만 숫자가 늘어나면 큰 문제가 된다"고 말했다.

전파 천문학 분야에서도 위성 증가에 따른 간섭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막스 플랑크 전파 천문학 연구소를 포함한 국제 연구진은 2023년 전파망원경을 이용해 스타링크 위성을 관측한 결과, 위성 탑재 전자장비에서 발생하는 '비의도성 전자파'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대규모 위성군이 확대될 경우 전파 천문 관측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천문학회(AAS)도 대규모 위성군 증가로 전파 주파수 혼잡이 심해질 수 있다며, 기존의 지상 전파 간섭 대응 방식만으로는 한계가 있을 수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AAS는 위성 운영자와 천문학계가 사전에 협력하고, 위성 설계 단계부터 관측 영향을 줄이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하고 있다.

이 때문에 국제 사회에서는 위성 산업의 확대 자체보다 이를 관리할 체계를 마련하는 것이 더 중요한 과제라고 보고 있다. 아르티 홀라-마이니 유엔 우주사무국(UNOOSA) 국장은 "우주 교통 조정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며 "우주 안전을 위해서는 공공과 민간 운영자 간 정보 공유가 필요하다"고 했다.

최근에는 인공지능(AI) 산업 확대가 위성 증가의 새로운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막대한 전력을 사용하는 지상 데이터센터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우주 공간에 데이터 처리 시설을 구축하려는 '우주 데이터센터' 구상이 나오면서다.

지난 2월 스페이스X는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에 태양광 기반 우주 데이터센터 위성망 구축 계획을 제출했다. 최대 100만기의 위성을 활용하는 대규모 구상이지만, 실제 발사와 운영 여부는 규제 승인과 기술 검토를 거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