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동안 합법적으로 키운 사업을 갑자기 접으라니요. 문제가 있다면 그 부분을 규제해야지 사업 자체를 못 하게 막으니 당황스럽습니다."
선재원(38) 메라키플레이스 대표를 지난달 28일 서울 강남구 사무실에서 만났다. 그가 운영하는 '나만의닥터'는 비대면 진료 플랫폼 1위 서비스다. 월간활성이용자(MAU)는 올해 6월 기준 50만명에 달한다. 지난해 6월 19만명에서 1년 만에 2.6배가 됐다. 전국 약국 2만여 곳 가운데 1만6000곳이 최소 한 번 이상 나만의닥터를 통해 발급된 처방전을 받았을 만큼 급성장했다. 승승장구하던 이 플랫폼의 발목을 잡은 것은 경쟁사가 아니라 뒤늦게 등장한 규제였다.
지난달 20일 국회 본회의에서 비대면 진료 플랫폼의 의약품 도매업 겸업을 금지하는 이른바 '닥터나우 방지법(약사법 개정안)'이 통과하면서 나만의닥터도 직격탄을 맞았다. '닥터나우'는 나만의닥터와 더불어 비대면 진료 플랫폼 분야를 대표하는 서비스다. 의약품 도매는 현재 이 두 서비스의 핵심 수입원이지만, 1년 뒤 법 시행 전까지 이 사업을 정리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업계에선 이 법을 두고 "혁신을 죽이는 '제2의 타다 금지법'"이라는 말이 나온다.
이날 만난 선 대표는 "처음 의약품 도매업을 시작한 건 비대면 진료의 불편을 해결하기 위해서였다"고 했다. 초기에는 환자가 비대면 진료를 통해 처방전을 받아도 해당 약을 보유한 약국을 찾지 못하는 '약국 뺑뺑이'가 잦았다. 그래서 자주 처방되는 의약품을 약국에 공급하는 사업을 시작했다는 것이다.
정부는 그러나 플랫폼이 의약품 유통까지 맡을 경우 특정 약국으로 환자를 유도하는 등 이해 충돌 가능성이 있다며 겸업 자체를 막았다. 선 대표는 "일탈 행위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에는 동의한다"며 "그럼 문제가 되는 행위를 규제해야지 합법이었던 사업 자체를 갑자기 막는다면, 대체 누가 새로운 시도를 하겠느냐"고 했다.
선 대표가 더 큰 문제로 보는 것은 개별 규제보다 '정책의 불안정성'이다. 그는 "창업하고 5년 동안 비대면 진료 정책이 크게 다섯 차례, 하위 시행령이나 가이드라인까지 합치면 20번 가까이 바뀌었다"며 "규제 대응에 너무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어서, 정작 혁신에 투자할 힘을 다른 데 쓰게 만든다"고 했다.
사실 비대면 진료가 정착하기까지도 우여곡절이 적진 않았다. 야간·휴일 초진 허용, 의정 갈등에 따른 비대면 진료 확대 등을 거쳐 지난해 12월에야 처음 법제화됐다. 그럼에도 여전히 비대면으로 진료를 받은 환자들은 직접 약국을 찾아가 약을 받아야 한다. 막상 찾아간 약국에 처방약이 없어 다시 다른 약국을 찾아야 하는 경우도 많다.
정부가 최근에야 약 배송 확대 논의를 시작하겠다고 밝혔지만, 실제 허용 여부와 범위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약사 단체 등의 반발도 거세다. 선 대표는 "제대로 된 비대면 진료 서비스를 위해선 약 배송 확대가 필수지만,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며 "하위 규제를 어떻게 정하느냐에 따라 서비스가 사실상 유명무실해질 수도 있어 걱정"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