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인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이 지난 3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2027년 국가연구개발사업 예산 편성(안) 사전 브리핑에서 말하고 있다./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정부가 2027년도 연구·개발(R&D) 예산을 올해보다 11.2% 늘어난 39조5000억원으로 편성했다.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두 자릿수 증가율을 이어가며 인공지능(AI)과 반도체, 미래에너지 등 전략기술에 투자를 집중하는 한편 지역 R&D와 기초연구, 청년 연구자 지원도 확대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는 1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2027년도 정부 예산안 가운데 R&D 예산이 올해보다 4조원 늘어난 39조5000억원으로 편성됐다고 밝혔다. 과기정통부 과학기술혁신본부가 배분·조정하는 주요 R&D 예산도 11.5% 증가한 33조8000억원으로 책정됐다.

정부 R&D 예산 증가율은 올해 19.9%에 이어 내년에도 두 자릿수를 기록하게 됐다. 최근 20년간 정부 R&D 예산의 연평균 증가율 7.2%를 웃도는 수준이다.

정부는 AI와 반도체·디스플레이, 첨단로봇·모빌리티, 차세대전지, 미래에너지·원자력, 첨단바이오, 우주항공·해양, 양자 등을 포함한 10대 'NEXT 전략기술'에 올해 11조원보다 25% 늘어난 13조8000억원을 투입한다. 이 가운데 반도체와 피지컬 AI, AI 데이터센터(AIDC) 등 '3대 메가프로젝트'에 5조8000억원을, SMR·재생에너지·핵융합·양자·우주항공·첨단바이오·첨단공급망 등 '7대 SEED'에는 3조7000억원을 배정했다.

특히 AI 분야 R&D 예산은 올해보다 약 70% 증가한 4조1000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정부는 2030년까지 피지컬 AI 분야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대규모 합성데이터 생성을 위한 월드모델과 범용 로봇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 등을 지원할 계획이다. AI 데이터센터의 글로벌 공급망 진입과 차세대 통신·보안 기술 개발에도 투자가 확대된다. 반도체·디스플레이에는 1조3000억원, 첨단로봇·모빌리티에는 1조1000억원이 투입된다.

2027년 정부 연구개발(R&D) 예산 편성(안)./과학기술정보통신부

미래 산업을 위한 투자도 함께 늘어난다. 미래에너지·원자력 분야에는 1조7000억원을 투입해 고효율 태양전지와 초대형 풍력 시스템, 차세대 전력망, 혁신형 소형모듈원자로(SMR)와 핵융합 기술 개발 등을 지원한다. 첨단바이오에는 2조2000억원, 우주·항공·해양에는 2조원, 양자 분야에는 3700억원을 편성했다.

내년도 신규 R&D 사업에는 역대 최대인 3조3000억원이 투입된다. 특히 올해 예비타당성조사 제도가 폐지되면서 대형 R&D 사업의 착수 속도가 빨라졌다. 과기정통부는 총사업비 1000억원 이상 사업을 대상으로 기존 예타보다 검토 기간을 크게 줄였고, 올해는 검토 대상 38개 가운데 23개 사업을 신규 예산에 반영했다.

전략기술 이외 분야에도 예산을 확대한다. 지역 R&D에는 올해보다 1조원 이상 늘어난 4조5000억원을 투입하고, 지역이 직접 기획·추진하는 자율형 R&D 예산은 1400억원에서 5500억원으로 약 4배 확대한다. 전북과 경남, 광주, 대구 등에서는 지역 제조산업에 피지컬 AI를 접목하는 지역 AI 전환(AX) 사업을 추진한다. 국방·방산 R&D에는 5조원을 투자해 AI·드론 등 첨단기술의 국방 적용과 핵심 기술 자립을 지원한다.

청년·인재 분야에는 1조8000억원이 편성됐다. 기초연구 예산은 3조6000억원, 과학기술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 지원은 4조8000억원 규모다. 연구 저변 확대를 위한 풀뿌리형 기본연구 예산은 두 배 이상 늘리고, 대학이 연구인력·시설·장비 등을 자율적으로 운용하는 블록펀딩도 새로 도입한다. 재난·안전 대응 R&D에도 2조7000억원을 투입해 산불 진화 등 현장 대응에 AI와 첨단기술 활용을 확대한다.

박인규 과기정통부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은 "2027년은 향후 4년 내 성과를 창출하기 위한 골든타임"이라며 "정부 예산안이 확정될 때까지 내년도 R&D의 세부 기획과 보완을 충실히 지원하고, 집행과 과제도 꼼꼼히 챙겨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