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블 우주망원경보다 한 번에 100배 넓은 우주를 보고, 1000배 빠르게 훑을 수 있는 미국의 차세대 우주망원경이 발사됐다. 총 43억달러(약 6조원)가 투입된 '낸시 그레이스 로먼 우주망원경'이다.
미 항공우주국(NASA)은 30일 오전 7시 26분(현지 시각) 미국 플로리다주 케네디우주센터에서 로먼 우주망원경을 스페이스X의 팰컨 헤비 로켓에 실어 발사했다. 로먼은 발사 약 31분 뒤 로켓에서 분리돼 지구에서 약 160만㎞ 떨어진 제2라그랑주점(L2)을 향했다. 라그랑주점은 태양과 지구의 중력, 우주선의 운동이 균형을 이뤄 우주망원경이 안정적으로 머물 수 있는 지점이다.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도 관측 중인 곳으로, 도착까지 약 3개월이 걸릴 예정이다. 제임스 웹이 특정 천체를 좁고 깊게 들여다보는 '망원 렌즈'라면, 로먼은 광대한 우주를 한꺼번에 훑는 '초광각 카메라'에 가깝다.
로먼의 가장 큰 특징은 '넓게 보는 눈'이다. 주경 지름은 2.4m로 허블과 같지만, 3억화소 광시야 관측기(WFI)를 이용하면 허블과 비슷한 적외선 해상도와 감도를 유지하면서 한 번에 약 100배 넓은 영역을 볼 수 있다. 하늘을 훑는 속도는 최대 1000배 빠르다. NASA는 로먼이 첫 5년간 허블이 30년간 관측한 면적의 50배가 넘는 하늘을 촬영할 것으로 보고 있다.
주요 임무는 우주의 약 95%를 차지하지만 정체가 밝혀지지 않은 암흑에너지와 암흑물질을 추적하는 것이다. 로먼은 수십억개 은하의 분포와 초신성을 관측해 우주가 어떻게 팽창해 왔는지 살펴보고,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이 우주에서도 작동하는지 검증한다.
NASA는 로먼이 임무 기간 약 10만개의 새로운 외계행성을 찾을 것으로 예상한다. 행성의 중력이 뒤쪽 별빛을 순간적으로 확대하는 '미세 중력 렌즈' 현상을 이용해 지구·화성 크기의 작은 행성과 별에 속하지 않은 채 우주를 떠도는 '유랑 행성'까지 찾을 계획이다.
로먼의 핵심 광학 장비는 원래 군사 정찰용으로 개발됐다. 미 국가정찰국(NRO)이 2012년 사용하지 않게 된 지름 2.4m급 정찰위성용 망원경 장비를 NASA에 넘겼고, NASA가 이를 우주 관측용으로 개조했다.
망원경 이름은 NASA 최초 수석 천문학자 낸시 그레이스 로먼에서 따왔다. 우주망원경 프로그램을 개척해 '허블 우주망원경의 어머니'로 불린 인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