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 6500만년 전 쥐라기 시대 공룡들이 살았던 숲의 상상도. 귀뚜라미, 여치과 곤충 9종의 화석에 남은 날개 구조를 토대로 당시 숲에서 들렸던 곤충들의 소리를 복원했다./챗GPT 생성 이미지

지난 3월 6일 넷플릭스가 다큐멘터리 4부작 '공룡들(The Dinosaurs)'을 공개했다. 영화 '쥬라기 공원'을 만든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총괄 프로듀서로 참여해 화제가 됐지만 과학계는 그보다 소리에 더 주목했다. 공룡이 사는 숲에서 나는 풀벌레 소리가 과학 연구 결과를 토대로 복원된 결과였기 때문이다.

페르난도 몬테알레그레-자파타(Fernando Montealegre-Zapata) 미국 링컨대 교수 연구진은 "중생대 쥐라기 중기인 1억6500만년 전에 살았던 귀뚜라미와 여치가 날개를 마찰시켜 냈던 소리를 복원했다"고 8월 25일(현지 시각) 국제 학술지 '미국립과학원회보(PNAS)'에 발표했다. 스필버그 감독이 이 소리를 다큐멘터리에 삽입했다.

1억 6500만년 전 쥐라기 시대에 살았던 귀뚜라미, 여치과 곤충 9종의 화석에 남은 날개 구조를 토대로 각각 복원한 소리./PNAS

◇현대 곤충과 비교, AI가 소리 재현

여름부터 가을까지 숲에서 귀뚜라미나 여치는 날개를 마찰시켜 짝을 찾는 소리를 낸다. 한쪽 앞날개에는 톱날같이 오돌토돌한 돌기들이 돋은 날개맥인 줄(file)이 있다. 이 돌기들이 반대편 날개 가장자리의 마찰편(scraper)에 부딪히면 날개가 진동해 소리가 난다.

몬테알레그레-자파타 교수는 동런(Dong Ren) 중국 수도사범대 교수와 함께 내몽골에서 쥐라기 중기에 살았던 귀뚜라미과(科)와 여치과(科) 9종에 해당하는 곤충들의 날개 화석 20점을 분석했다. 특히 돌기들이 돋은 줄과 날개 전체 모양에 집중했다. 풀벌레가 날개를 문질러 내는 소리는 줄에 있는 돌기들의 간격과 날개 면적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쥐라기 곤충들의 소리를 복원하기 위해 오늘날 후손들을 분석했다. 날개의 돌기와 마찰편의 구조를 확인하고, 날개에 레이저를 쏘아 진동 방식도 확인했다. 이 정보로 곤충의 소리에 대한 컴퓨터 모델을 만들고, 화석 날개가 내는 소리의 주파수와 기본 구조를 파악했다. 이후 인공지능(AI)을 이용해 기본 소리를 어떤 속도로 반복했는지 추정해 쥐라기 숲에서 나는 풀벌레 소리를 재현했다.

재현된 소리의 상당수는 주파수 대역이 아주 좁았다. 바로 주파수가 하나뿐인 가장 단순한 순음이었다. 연구진은 밤에 여러 동물이 내는 소리로 소란한 숲에서 풀벌레들이 위치를 들키지 않으면서 자기 소리를 잘 전달하기 위해 순음을 냈다고 추정했다. 말하자면 곤충마다 각각 다른 음표를 가진 셈이다.

1억 6500만년 전 쥐라기 시대에 살았던 귀뚜라미, 여치과 곤충 9종의 화석. 보존된 날개 구조를 바탕으로 돌기를 마찰편에 문질러 냈던 소리를 복원했다./PNAS

◇초음파 소리 낸 곤충도 확인

쥐라기 곤충들은 오늘날 귀뚜라미와 비슷하게 5㎑(킬로헤르츠) 대역의 비교적 낮은 주파수로 떨리는 소리를 냈을 것으로 추정됐다. 하지만 그보다 높은 대역의 주파수를 가진 곤충도 있었다. 시그마보일루스 페레그리누스(Sigmaboilus peregrinus)는 날개 구조로 보아 인간의 청각 범위를 벗어난 20㎑ 이상의 초음파로 소리를 냈다고 추정됐다.

지금까지 과학자들은 곤충이 초음파로 의사소통을 하게 된 것은 박쥐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박쥐는 초음파를 주변으로 발사하고 사물에 부딪혀 반사되는 것을 감지해 위치를 알아낸다. 곤충이 초음파를 내면 박쥐를 교란하거나 거짓 정보를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결과는 박쥐가 등장하기 1억년 전부터 곤충이 초음파로 소리를 냈음을 보여준다. 연구진은 쥐라기 숲의 '음향 군비 경쟁'이 낳은 결과로 해석했다. 초기 포유류가 소리를 내는 곤충을 잘 찾아내자 그에 맞서 더 고음역의 소리를 진화시켰다는 설명이다. 몬테알레그레-자파타 교수는 "박쥐가 조용한 환경에 초음파를 처음 도입한 게 아니라, 이미 초음파 신호로 가득 찬 소리 환경에 진입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번 연구는 결정적 한계가 있다. 화석에 남은 날개 구조로 곤충이 낸 소리의 음높이와 기본 구조를 파악했지만, 노래의 리듬과 박자는 알 수 없다. 이는 곤충의 신경계와 날개 움직임에 따라 제어되는데, 둘 다 화석에는 보존돼 있지 않다. 공룡 시대를 그리기 위해서는 여전히 스필버그 같은 사람의 상상력이 필요한 셈이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시리즈 '공룡(The Dinosaurs)' 예고편. 영화 '쥬라기 공원'을 만든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총괄 프로듀서로 참여해 2026년 3월 6일 공개됐다. 숲에서 나는 곤충들의 소리는 화석을 근거로 복원한 연구 결과가 반영됐다./넷플릭스

참고 자료

PNAS(2026), DOI: https://doi.org/10.1073/pnas.2615107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