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항공우주국(NASA)의 낸시 그레이스 로먼 우주망원경./NASA

허블 우주망원경만큼 선명하게 보면서도 한 번에 훨씬 넓은 하늘을 촬영하는 새로운 우주망원경이 발사를 앞두고 있다.

미 항공우주국(NASA)은 30일 오후 8시 26분(한국 시간) 플로리다 케네디우주센터 39A 발사장에서 '낸시 그레이스 로먼 우주망원경'을 스페이스X의 팰컨 헤비 로켓에 실어 발사할 예정이다. 당초 공식적으로 잡혀 있던 발사 마지노선인 2027년 5월보다 약 9개월 빠른 발사다.

로먼 우주망원경의 이름은 NASA 최초의 천문학 책임자이자 최초의 여성 임원이었던 낸시 그레이스 로먼에서 따왔다. 로먼은 우주에 망원경을 띄우자는 구상을 적극적으로 추진해 훗날 허블 우주망원경 탄생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고, '허블의 어머니'로 불린다.

로먼 우주망원경의 강점은 넓게 우주를 보는 능력이다. 제임스웹이 멀리 있는 천체 하나를 자세히 들여다보는 초망원렌즈라면, 로먼 우주망원경은 높은 해상도를 유지하면서 거대한 우주를 한꺼번에 찍는 초고성능 광각 카메라에 가깝다.

◇ 허블과 거울 크기 같지만… 100배 넓게 하늘 본다

이번 발사에 성공하면 로먼 우주망원경은 지구에서 약 150만㎞ 떨어진 태양-지구 제2라그랑주점(L2)으로 향한다. 현재 제임스웹 우주망원경이 L2 일대에서 관측 중이다. 로먼 우주망원경은 약 3개월간 장비 점검과 초점 조정을 거친 뒤 2027년 초 첫 이미지를 공개하고 본격적인 관측을 시작할 예정이다.

로먼 우주망원경의 주거울(주경) 지름은 2.4m로 허블 우주망원경의 것과 크기가 같다. 하지만 주력 장비인 약 3억 화소급 근적외선 광시야 관측기(WFI)를 더해 한 번에 허블보다 최소 100배 넓은 하늘을 비슷한 해상도로 담을 수 있다.

NASA는 로먼 우주망원경이 첫 5년 동안 허블이 30년간 관측한 면적보다 50배 넘게 넓은 하늘을 촬영하고, 비슷한 감도와 근적외선 해상도를 유지하면서 최대 1000배 빠르게 하늘을 조사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로먼 우주망원경이 하루 동안 지구로 보내는 과학 데이터는 약 1.4TB(테라바이트), 5년 기본 임무 동안 생산할 데이터는 약 20PB(페타바이트)에 달할 전망이다. 관측 자료는 처리되는 대로 독점 사용 기간 없이 전 세계 연구자에게 공개된다.

◇ '우주는 왜 점점 빨리 팽창할까'… 암흑에너지 추적

로먼 우주망원경의 주요 임무 중 하나는 우주의 가장 큰 수수께끼인 암흑에너지와 암흑물질을 추적하는 것이다. 현재 우주는 팽창할 뿐 아니라 그 속도가 갈수록 빨라지고 있는데, 이를 설명하기 위해 가정한 미지의 성분을 암흑에너지라고 부른다. 로먼 우주망원경은 수천 개의 초신성과 수억 개 은하의 분포를 관측해 우주가 과거부터 현재까지 어떻게 팽창해 왔는지 조사한다.

빛을 내지 않아 직접 볼 수 없는 암흑물질도 추적한다. 은하와 은하단, 암흑물질처럼 질량이 큰 물체는 주변 시공간을 휘게 해 뒤쪽 은하의 모습을 미세하게 찌그러뜨리는데, 이를 약한 중력렌즈라고 한다. 로먼 우주망원경은 수많은 은하에서 나타나는 미세한 왜곡을 통계적으로 분석해 우주 속 암흑물질의 분포를 지도처럼 그릴 예정이다.

외계행성 탐사도 로먼 우주망원경의 주요 임무다. 우리은하 중심부의 별 수억 개를 반복 관측하면서 '중력미세렌즈' 현상을 찾는다. 중력미세렌즈는 앞쪽 별이나 행성의 중력이 뒤쪽 별빛을 잠시 확대하는 현상으로, 행성 자체가 보이지 않아도 존재를 확인할 수 있다. 이 방식은 별에서 비교적 멀리 떨어진 차가운 행성부터 어느 별에도 속하지 않고 우주를 떠도는 부유행성까지 발견할 수 있다.

별빛을 가려 주변 행성을 직접 관측하는 코로나그래프도 탑재된다. 로먼 우주망원경에 실린 장비는 기술실증용으로, 주로 목성급 외계행성 등을 직접 촬영하면서 고성능 별빛 차단 기술을 우주에서 시험한다. 여기서 검증된 기술은 향후 지구와 비슷한 외계행성을 직접 촬영하고 대기 성분까지 분석하는 차세대 우주망원경의 기반이 될 전망이다.

재러드 아이작먼 NASA 국장은 지난 4월 로먼 우주망원경 공개 행사에서 "로먼 우주망원경은 지구에 새로운 우주의 지도를 제공할 것이다. 허블이 2000년 걸릴 일을 로먼 우주망원경은 1년 만에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