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곳곳에 폭우와 가뭄, 산불을 몰고 오는 엘니뇨의 변동성이 최근 수십 년 사이에 지난 1000년 동안 보기 어려웠던 수준으로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갈라파고스 산호에 남은 과거 바닷물 온도의 흔적을 분석한 결과, 최근 40년간 동태평양의 엘니뇨·남방진동(ENSO) 변동성이 산업화 이전보다 36.5% 커졌다는 것이다. 엘니뇨와 라니냐를 아우르는 ENSO는 열대 태평양의 해수면 온도와 대기 순환이 주기적으로 변하는 현상이다.
미국 미시간대, 미네소타대 등 공동 연구진은 갈라파고스 제도(諸島) 산호를 이용해 지난 1000년간 동태평양의 해수면 온도 변화를 복원한 결과를 27일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에 발표했다. 연구진은 "최근 동태평양의 ENSO 변동성 증가는 기후 모델이 보여주는 자연적 변동 범위를 넘어선다"고 밝혔다.
엘니뇨는 적도 태평양 동·중부 바닷물이 평년보다 따뜻해지는 현상이다. 평소 동쪽에서 서쪽으로 부는 무역풍이 약해지면 서태평양에 모여 있던 따뜻한 바닷물이 동쪽으로 이동하면서 발생한다. 반대로 이 지역의 바닷물이 평년보다 차가워지는 현상이 라니냐다.
현대적인 열대 태평양 해수면 온도 관측 자료는 위성 관측이 시작된 1980년대 이후에야 본격적으로 축적됐다. 다만 최근 강력한 엘니뇨가 자연적으로 나타날 수 있는 일시적인 현상인지, 온난화 때문에 달라진 것인지를 지난 40여 년간 기록만으로는 판별하기 어렵다.
연구진은 이 한계를 '산호의 나이테'로 보완했다. 갈라파고스 5개 섬의 현대 산호와 화석 산호에서 얻은 28개 시계열 자료를 분석했다. 산호는 해마다 탄산칼슘 골격을 쌓으며 성장하는데, 골격 속 스트론튬과 칼슘의 비율, 산소 동위원소 비율에는 당시 바닷물 온도의 흔적이 남는다. 이를 이용해 온도계가 없던 시기의 바다 온도를 추정할 수 있다.
연구진이 서기 1000~1850년의 산업화 이전과 이후 20세기, 1984년 이후의 현대 시기를 비교한 결과 차이는 뚜렷했다. 산업화 이전 동태평양의 해수면 온도 변동성은 비교적 낮고 일정했지만 19세기 후반부터 커지기 시작했고, 최근 수십 년 들어 급격히 증가했다.
특히 최근 40년간 동태평양의 ENSO 변동성은 산업화 이전보다 36.5% 컸다. 엘니뇨와 라니냐에 따라 바닷물 온도가 평년에서 벗어나는 폭이 과거보다 훨씬 커졌다는 의미다. 강한 엘니뇨가 잇따라 나타난 것이 이런 변동성 증가를 이끈 것으로 분석됐다.
엘니뇨의 영향은 열대 태평양에 그치지 않는다. 엘니뇨는 세계 각지의 강수와 대기 순환을 바꿔 홍수와 가뭄, 산불, 농업 피해를 키우고 해양 생태계에도 영향을 준다. 연구진은 이런 추세가 계속되면 엘니뇨가 초래하는 극한 기후 피해도 한층 커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