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리 파튼은 코로나 백신 연구 기금을 마련해 모더나의 mRNA 백신 개발을 지원했으며, 병원 설립, 에이즈 퇴치 활동에도 나서 과학과 의학에 큰 족적을 남겼다./게티이미지

미국 컨트리 음악계의 대모였던 팝 스타 돌리 파튼(Dolly Parton·80)이 암 투병 끝에 지난 25일(현지 시각) 테네시주 내슈빌에서 세상을 떠났다. 파튼의 별세에 전 세계가 애도하고 있는 가운데, 특히 과학계의 추모 열기도 남다르다. 파튼이 과학에 커다란 족적을 남겼기 때문이다.

국제 학술지 '네이처'는 세계 곳곳에서 과학자들이 파튼을 추모했다고 26일 전했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Tedros Adhanom Ghebreyesus)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은 소셜미디어 엑스(X)에 "오늘은 뛰어난 예술가이자, 친절의 진정한 옹호자, 과학 및 공중보건의 대사(大使)였던 그녀를 추모하는 슬픈 날"이라고 적었다.

인도 방갈로르의 줄기세포과학 및 재생의학연구소의 세포생물학자인 가우라브 칸사가라(Gaurav Kansagara) 박사는 "자신의 영향력을 활용해 과학을 이토록 의미 있게 지원한 유명인은 드물다"고 소셜미디어 블루스카이(Bluesky)에 말했다.

◇mRNA 코로나 백신 개발에 기여

네이처는 돌리 파튼은 다양한 방식으로 과학에 크게 기여했다고 밝혔다. 가장 먼저 파튼은 과학 연구에 거액을 기부한 후원자였다. 파튼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대유행하던 2020년 3월 밴더빌트대병원(VUMC)에 100만달러를 기부해 '돌리 파튼 코로나19 연구 기금'이 설립됐다.

돌리 파튼 코로나19 연구 기금은 당시 실험 단계에 있던 메신저리보핵산(mRNA) 백신 연구의 중요한 초기 단계를 지원해 바이오 기업 모더나의 백신 개발로 이어졌다. 2020년 7월 국제 학술지 '뉴잉글랜드 의학 저널(NEJM)'에 실린 모더나 백신의 임상 1상 시험 보고서는 이 연구 기금의 지원을 받았다고 밝혔다. 네이처는 최소 논문 37편이 돌리 파튼 코로나19 연구 기금의 지원을 언급했다고 밝혔다.

돌리 파튼은 코로나 백신 개발을 지원했을 뿐만 아니라 나중에 백신 주사를 맞는 모습을 공개해 접종을 독려했다./돌리 파튼

돌리 파튼은 코로나19 백신이 개발되자 직접 접종 장려 활동에도 나섰다. 2021년 3월, 파튼은 밴더빌트대병원에서 백신 주사를 맞는 모습을 공개하고 접종을 독려했다. 파튼은 "나는 백신을 맞을 만큼 나이가 들었고, 맞을 만큼 똑똑해"라고 농담을 던진 뒤, 자신의 히트곡 '주렌(Jolene)'을 개사해 "백신, 백신, 백신, 백신, 제발 망설이지 말아 주세요"라는 가사를 추가했다.

밴더빌트대병원의 예방의학 연구원인 윌리엄 샤프너(William Shaffner) 박사는 파튼이 백신 접종 장면을 공개한 데 대해 "백신 접종이 자신과 가족을 위해 최선의 선택이라는 사실을 많은 이에게 확신시켜 줬다"며 "돌리 파튼은 공중보건과 일반인 사이의 연결고리를 만들어 냈다"고 말했다.

◇에이즈 퇴치, 병원 지원 활동도

파튼은 코로나19 대유행 전부터 이미 공중보건 분야에서 다양한 자선 활동을 했다. 파튼은 1994년 에이즈 퇴치를 위한 기금을 마련하려고 만든 자선 앨범에 자신의 노래 '내 연인이 되어주오(You Gotta Be My Baby)'의 리메이크 버전을 기증했다.

파튼의 이름을 딴 병원들도 세워졌다. 고향인 테네시주 세비어 카운티에서는 르콘트 병원(LeConte Medical Center)을 위한 자선 콘서트를 열어 50만달러를 모금했다. 이 병원은 2010년에 '돌리 파튼 여성 의료 센터(Dolly Parton Center for Women's Services)'를 설립했다. 2026년 2월 테네시주 녹스빌의 이스트 테네시 어린이 병원은 파튼의 기부 이후 '돌리 파튼 어린이 병원'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파튼은 밴더빌트대의 소아 감염병 연구에도 100만달러를 기부했다.

스코틀랜드 국립박물관에서 복제 양 '돌리'의 박제와 함께한 이안 윌머트 교수. 복제 양 돌리는 2003년 양 평균 수명 절반인 6세에 죽었다./PA 아카이브

◇세계 첫 복제 동물에 남은 이름

파튼의 이름은 세계 최초의 복제 동물에도 헌정됐다. 바로 영국 로슬린 연구소가 1997년 2월 네이처에 발표한 복제 양 돌리이다.

이언 윌머트(Ian Wilmut, 1944~2023) 박사와 키스 켐벨(Keith Campbell, 1954~2012) 박사는 양의 다 자란 체세포에서 유전자가 담긴 핵을 채취해 다른 양의 난자와 결합해 복제 수정란을 만들었다. 난자의 핵은 이미 빼둔 상태였다. 바로 체세포 핵 치환 방식의 복제이다. 복제 수정란은 대리모 자궁에 이식했다.

복제양 돌리에 파튼의 이름이 붙은 것은 핵을 채취한 체세포가 유방의 유선 조직에서 나왔기 때문이다. 파튼은 풍만한 몸매로 유명했다. 윌머트 박사는 네이처 논문 발표 후 "돌리 파튼은 우리 '자식(복제양을 의미)'에게 그녀의 이름을 붙였다는 데 '영광(honoured)'이라고 말했으며, '나쁜 홍보(baaaaad publicity)란 없다'고 덧붙였다"고 말했다.

파튼은 2024년 영국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도 자신의 몸매에 빗대 복제양의 이름을 붙인 데 대해 불쾌하지 않고 그 헌사에 영광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자신은 복제되고 싶지 않다고 했다. 파튼은 "이미 돌리를 닮은 사람들도 많고, 돌리 흉내를 내는 드래그 퀸(여성 복장으로 공연하는 남성)도 많잖아요"라고 말했다.

2007년 12월 5일, 영국에서 열린 '이매지네이션 라이브러리(Imagination Library)' 도서 프로젝트 출범식에서 연설하고 있는 미국 가수 돌리 파튼. /AP연합뉴스

◇어린이에게 책 보내기 운동도

파튼은 1946년 테네시주 스모키산맥의 한 시골 마을에서 12남매 중 넷째로 태어났다. 아버지는 글을 읽고 쓸 줄 모르는 가난한 소작농이었다. 그는 가난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자신의 힘으로 꿈을 이룬 이야기를 아이들에게 들려주고 싶었다.

1995년에 '돌리 파튼 상상력 도서관(Dolly Parton Imagination Library)'을 시작했다. 이 사업은 민관 협력을 통해 출생부터 5세까지의 어린이들에게 매달 무료 도서를 보내는 프로그램이다. 현재 미국 5세 미만 어린이 6명 중 1명이 이 도서관을 통해 책을 받고 있다.

일러스트레이터인 라이언 던래비(Ryan Dunlavey)는 블루스카이에 상상력 도서관 '졸업생(graduates)'들에게 파튼이 보낸 편지를 게시했다. 파튼은 이렇게 말했다.

"너희가 할 수 있는 일에는 한계가 없다. 너희가 갈 수 있는 거리에도 한계가 없다. 단지 우리 가족이 나에게 가르쳐 준 교훈을 기억하기만 하면 된다. 큰 꿈을 꾸고, 배울 수 있는 모든 것을 배우며, 너희를 아끼는 모든 사람을 소중히 여기라."

참고 자료

Nature(2026), DOI: https://doi.org/10.1038/d41586-026-02676-1

NEJM(2020), DOI: https://doi.org/10.1056/NEJMoa2022483

Nature(2016), DOI: https://doi.org/10.1038/534604a

Nature(1997), DOI: https://doi.org/10.1038/385810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