돋보기로 햇빛을 모아 연두색 종이를 살짝 태운 듯한 구멍 사이로 초록 눈을 가진 곤충 한 마리가 얼굴을 빼꼼 내밀었다. 마치 양손으로 구멍 안쪽을 가리키며 "이 안으로 들어오세요"라고 안내하는 듯하다. 사진 속 주인공은 주황꼬리 실잠자리다. 인도의 한 대학생이 현지 담수 습지에서 촬영한 이 사진이 국제학술지 'BMC 생태와 진화'와 'BMC 동물학'이 공동 주최한 올해의 사진전에서 최우수상으로 선정됐다. 이번 경연에 세계 각국의 생태학자와 동물학자들이 연구 현장에서 촬영한 사진을 '지구 보호' 등 3개 부문에 출품했다.
심사위원들은 사진의 아름다움뿐 아니라 그 안에 담긴 과학적 의미도 평가했다. 부문을 통틀어 최우수상으로 뽑힌 작품에 등장한 실잠자리는 큰 겹눈으로 먹잇감과 천적, 짝을 찾으며 습지 주변 식생에서 사냥하고 휴식한다. 유충은 깨끗한 민물에서 자라기 때문에 실잠자리는 습지 환경 변화에 민감하다. 개체 수나 종 다양성이 줄면 수질 오염이나 식생 훼손, 기후변화가 진행되고 있다는 신호가 될 수 있어 생태계 건강을 보여주는 '생물 지표'로 활용된다.
습지는 지구 표면의 약 6%에 불과하지만 전 세계 동식물 종의 약 40%가 살아가는 생명의 보고(寶庫)다. 그러나 인간 활동과 기후변화 등의 영향으로 지난 50년 동안 세계 습지의 약 35%가 사라졌다. 작은 나뭇잎 구멍 속 실잠자리 사진이 빠르게 사라지는 습지 생태계를 들여다보는 '창문' 역할을 하는 셈이다. 실잠자리의 손짓이 "습지 생태계 안으로 들어와 보세요"라고 하는 듯하다.
'지구 보호' 부문 1위 수상작은 우주에서 내려다본 지구 사진처럼 보인다. 캐나다 세인트로렌스호의 '롱 솔트 파크웨이'를 특수 기법으로 촬영한 사진이다. 10.1㎞ 길이의 이 도로는 호수의 섬 11개를 연결한다. 사진 속 섬들은 원래는 섬이 아니었다. 1950년대 수력발전소를 건설하면서 물에 잠긴 언덕의 정상부가 섬으로 남은 것이다. 기존의 수생 생태계는 댐 건설과 수로 조성으로 훼손됐고, 수천 명의 주민도 터전을 떠나야 했다. 현재 이 지역은 추가 개발을 제한한 조류 보호구역으로 활용되고 있다. 이 사진을 촬영한 캐나다 퀸스대의 앨런 톈 연구원은 "사진 속 섬들을 연결하는 도로는 과거의 생태계 파괴와 현재의 보존 노력을 잇는 다리 역할을 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