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이 남성보다 경쟁심이 약할까? 한 가상의 승진 실험에선 그렇지 않다고 나왔다. 더 높은 자리를 따내기 위해 남녀가 거는 입찰액(들이는 노력과 비용을 환산한 것)은 거의 비슷했고, 일부 가상 회사의 최상위 자리엔 여성이 더 높은 숫자를 써냈다. /챗 GPT 생성 이미지

여성이 남성보다 경쟁심이 약하고 쉽게 포기한다? 일각에서 이렇게 일반화하는 데 문제 의식을 가진 중국 시안교통리버풀대, 스페인 바르셀로나 경제분석연구소, 독일 막스플랑크 공공재연구소 소속 연구자 세 명이 새 실험을 설계했다.

이들은 이탈리아 로마의 한 대학 실험실에 남녀 반반씩 총 168명의 참가자를 모았다. 이들에게 가상 회사들의 조직도를 보여주고 더 높은 자리를 얻기 위해 '얼마를 낼 것인지' 써내게 했다. 이 금액은 실제 승진을 위해 들이는 시간과 노력, 비용을 하나의 숫자로 압축해 표현한 것이라고 보면 된다. 높은 자리를 노릴수록 더 많이 써내야 했고, 자리를 따내더라도 실제 필요한 금액보다 너무 높게 썼다면 오히려 손해를 볼 수도 있었다.

참가자들은 32번에 걸쳐 입찰가를 써냈다. 입찰이 끝나면 컴퓨터가 이 중 2개 라운드만 무작위로 뽑아, 그 결과에 해당하는 점수에 따라 정해진 현금(5~25유로 수준)을 지급했다. 참가자들은 32번 모두 진지하게 최선의 입찰가를 써냈다.

연구진은 이렇게 실험을 통해 얻은 '여성의 평균 입찰액'과 '남성 평균 입찰액'을 비교했을 때, 남녀의 차이가 거의 없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오히려 일부 가상 회사의 최상위 자리엔 여성이 더 높은 금액을 걸고, 그 자리를 따내려는 경향을 보이기도 했다. 남성에 비해 여성은 경쟁에 뛰어드는 것을 꺼린다는 기존 연구를 반박하는 결과가 나온 것이다.

연구진은 "이번 실험은 채용 차별이나 조직 문화처럼 개인의 선택 밖의 장벽을 고려하지 않고, 개인이 스스로 얼마나 적극적으로 경쟁에 나서는지만 들여다본 것"이라면서 "'본인이 얼마나 공격적으로 승진에 자원을 투자하려 하는가'라는 점에 있어선 남녀의 차이가 거의 없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의사 결정 이론 분야의 국제 학술지 '이론과 결정(Theory and Decision)'에 최근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