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슈의 알츠하이머병 혈액검사 'Elecsys pTau217'. 혈액에서 인산화 타우 단백질(pTau217)을 측정해 뇌의 아밀로이드 병리를 확인하는 데 도움을 주는 검사법이다. /사진=로슈 홈페이지

알츠하이머병을 동네 병의원에서 간단한 채혈로 싼 값에 조기(早期) 진단하는 시대가 열릴 것으로 보인다. 알츠하이머병의 대표적 특징인 뇌 속 '아밀로이드 베타(Aβ)' 단백질 축적 가능성을 판별해 진단을 돕는 혈액 검사가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았다. 한 가지 간단한 혈액 검사만으로 뇌에 아밀로이드가 쌓였을 가능성이 높은지 낮은지를 모두 판별할 수 있도록 FDA 승인을 받은 첫 사례다.

스위스 제약사 로슈는 미국 일라이 릴리와 공동 개발한 혈액 검사인 '일렉시스(Elecsys) pTau217'이 병의원에서 사용할 수 있는 알츠하이머병 진단 검사로 FDA 허가를 받았다고 25일 밝혔다. 55세 이상이면서 기억력 저하 등 인지 기능 저하의 징후나 증상이 있는 환자의 알츠하이머병 진단 과정에 사용된다.

기존에는 뇌에 아밀로이드가 쌓였는지 확인하기 위해 PET(양전자 방출 단층 촬영)이나 뇌척수액(뇌와 척수 주변을 순환하는 액체) 검사를 받아야 했다. PET은 검사 비용이 수천 달러(한국은 수십만원)로 비싸고, 뇌척수액은 허리 부분의 척추뼈 사이에 바늘을 넣어 채취해야 한다. 이에 비해 혈액 검사는 일반 채혈로 가능해 환자의 금전·신체적 부담이 대폭 줄어들 수 있고, 알츠하이머병을 보다 이른 단계에서 찾아내 치료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초기에 신약을 투여하는 데 도움이 될 전망이다.

일러스트=박상훈

◇혈액속 특정 단백질 측정… 알츠하이머 조기에 판별

이번에 FDA 승인을 받은 검사는 혈액 속 'pTau217(인산화 타우 217)' 단백질을 측정한다. 알츠하이머병과 관련된 아밀로이드가 뇌에 쌓이면 혈액 속 pTau217 수치도 달라지는 특성을 이용한다. 검사 결과를 통해 뇌에 아밀로이드가 많이 쌓여 있을 가능성이 높은지, 낮은지를 판단한다.

앞서 지난해 10월 FDA 승인을 받은 로슈의 혈액 검사 '일렉시스 pTau181'은 뇌에 아밀로이드가 쌓였을 가능성이 낮은 사람을 가려내는 데 그쳤지만, 이번 검사는 축적 가능성이 높은 사람까지 판별할 수 있다. 이번 혈액 검사가 알츠하이머병 진단의 보편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는 이유다.

특히 미국 전역에 이미 설치된 로슈의 검사 장비 4500여 대에서 사용할 수 있어 혈액 검사가 빠르게 확산할 가능성이 있다. 로이터에 따르면, 미국 대형 진단검사 기업인 랩코프와 퀘스트 다이어그노스틱스도 이 검사를 제공할 계획이다.

지난해 5월 일본 후지레비오의 첫 FDA 승인 이후 불과 15개월 만에 알츠하이머 혈액 검사가 잇따라 허가되면서 '피검사 시대'가 본격화한다는 평가다.

다만 이번 혈액 검사의 역할은 알츠하이머병을 단독 확진하는 것보다는 뇌에 아밀로이드가 쌓였을 가능성을 빠르게 가려내 진단 과정을 단축하는 데 있다. 로슈는 "검사 결과를 환자의 증상과 다른 임상 정보, 진단 결과와 함께 해석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증상이 없는 사람의 향후 치매 발병을 예측하거나 치료 효과를 확인하는 용도로는 승인되지 않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