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 같은 생성형 AI에 글을 다듬게 하면 내용은 거의 그대로 유지되지만 '나만의 문체'는 흐려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AI 생성 이미지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USC) 연구진은 챗GPT 같은 생성형 AI에 글을 다듬게 하면 내용은 거의 그대로 유지되지만 '나만의 문체'는 흐려진다는 연구 결과를 25일 국제 학술지 '네이처 인간행동'에 발표했다.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에 이용자들이 올린 글, 미국 지역 뉴스 기사, 논문 사전 공개 사이트 '아카이브(arXiv)'의 초록, 대학생 에세이, 페이스북 게시물 등 88만건이 넘는 글을 분석한 결과다.

연구진이 2018년 이후 작성된 레딧 글과 미국 지역 뉴스 기사, 아카이브 논문 초록을 분석한 결과, 2022년 11월 챗GPT 공개 이후 어휘와 문장 구조 등에서 나타나는 글쓰기 방식의 차이가 줄어드는 변화가 나타났다. 특히 레딧과 아카이브에서는 AI가 작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글의 비율이 높아진 뒤 글쓰기 다양성이 줄어드는 경향도 통계적으로 확인됐다.

연구진은 사람이 직접 쓴 레딧 글과 아카이브 논문을 각각 1000건씩 골라 GPT-3.5, 라마3 70B, 제미나이 프로에 다시 쓰게 했다. "문법을 고쳐라" "더 자연스럽게 써라" "가독성을 높여라" 등 다양한 지시를 줬지만, 대부분의 조건에서 AI 수정 뒤 '글쓰기 복잡성'의 편차가 감소했다. 글쓰기 복잡성은 어휘가 얼마나 다양하고 드물게 쓰이는지, 문장 구조가 얼마나 복잡한지 등을 종합해 글의 표현 방식을 나타낸 지표다. 연구진은 AI가 글을 다시 쓴 뒤 글쓰기 복잡성의 편차가 21~50% 줄어드는 현상을 확인했다. 사람마다 달랐던 문체가 AI를 거치면서 비슷해진다는 의미다. 연구진은 이런 현상이 특정 AI 모델이나 프롬프트에 국한되지 않고, 여러 AI와 다양한 글쓰기 지시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이처럼 AI 활용 글쓰기로 문체가 획일화되면, 어떤 단어와 표현을 쓰는지를 분석해 성격이나 상태를 추정하는 기존 분석 방법의 신뢰도가 떨어질 수 있다. 연구진은 특히 우울증이나 자살 사고를 드러내는 언어적 신호를 포착하기 어려워질 가능성을 지적했다. 글을 바탕으로 사람의 특성을 분석하는 채용이나 맞춤형 서비스 분야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역설적으로 성별이나 정치 성향 같은 개인 정보를 글만으로 추정하기 어려워진다는 점은 프라이버시 측면에서는 긍정적일 수 있다. 다만 이번 논문은 실제 온라인 글에서 나타난 문체 획일화가 AI 사용 때문에 발생했다고 직접적인 인과관계까지 입증한 것은 아니라는 한계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