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가 내년부터 모든 교과목을 AI(인공지능) 시대에 맞게 전면 개편한다. AI를 쓰지 않고 스스로 생각하고 읽고 쓰는 능력을 기르는 수업부터 AI를 적극 활용하는 수업, AI 자체를 설계하는 수업까지 모든 과목을 3개 유형으로 나눠서 운영한다는 것이다.
배충식 KAIST 총장은 24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지금처럼 수업해서는 AI 시대에 맞출 수도 없고 효율적이지도 않다. 모든 강의가 AI 시대에 맞게 바뀌어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KAIST는 전체 교과목을 AI 활용 방식에 따라 '자립·확장·주도' 영역으로 나눈다. 인문·사회와 기초과학 등 '자립 영역'에서는 오히려 AI 사용을 제한한다. 학생이 직접 읽고 쓰고 발표하면서 사고력과 기초 역량을 기르도록 하기 위해서다. 배 총장은 "숙제를 내면 학생들이 AI로 보고서를 쓰는 식으로 교육하면 기초가 무너진다"며 "암기력과 작문·발표 능력이 있어야 AI에 끌려가지 않는 주체적인 사람이 될 수 있다"고 했다. 다만 이런 과목에서도 수업 후반부에 AI 활용법을 가르치는 등 유연하게 운영할 수 있다.
공학, 응용과학 등 상당수 수업은 AI를 적극 활용하는 '확장 영역'으로 바뀐다. 교수가 강의하고 학생이 숙제와 시험을 치르는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AI를 이용해 문제를 풀고, 결과를 비교·검증하도록 한다. AI 모델이나 피지컬 AI처럼 AI 자체를 다루는 분야는 '주도 영역'으로 분류해 설계, 프로그래밍, 검증까지 직접 하도록 할 계획이다.
새 교과목 체계는 내년 3월부터 신입생뿐 아니라 기존 학부와 대학원의 전 교과목에 동시에 적용한다.
교육뿐 아니라 연구와 행정, 캠퍼스 운영도 AI 중심으로 바꾼다. 연구에는 AI가 실험 설계와 데이터 분석을 돕는 'AI 자율랩'을 확대하고, 행정에는 AI 에이전트를 도입해 반복 업무와 복잡한 절차를 줄인다. 캠퍼스 에너지 사용도 AI로 관리해 대학 전체를 'AI 네이티브 캠퍼스'로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연구 분야에서는 로봇·자율주행·스마트팩토리처럼 현실 세계에서 작동하는 '피지컬 AI'를 승부처로 꼽았다. 배 총장은 "피지컬 AI만큼은 우리가 세계 1위로 갈 수 있다"며 "제조업 역량을 고도화하면서 AI를 적용해 국부를 창출하는 것이 KAIST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입학 직후부터 창업 교육도 강화한다. 신입생부터 KAIST의 연구성과와 기술 창업 사례를 접하고 창업 동문, 기업가, 투자자 등을 만나도록 해 1학년부터 기업가정신을 익히게 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창업교육 혁신위원회'도 구성한다.
배 총장은 "탄탄한 기초와 인간 고유의 사고력이라는 기본 위에 AI 역량을 더해 교육과 연구 전반의 AI 대전환을 이끌겠다"며 "계획을 선언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실행 가능한 과제부터 속도감 있게 추진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