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클립아트코리아 제공

외로움이나 사회적 고립이 뇌 회로의 작동 방식을 바꿔 알코올 섭취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사회적으로 고립된 수컷 생쥐에서 특정 뇌 회로가 과도하게 활성화됐고, 이 변화가 실제 알코올 섭취 증가로 이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노스웨스턴대와 소크생물학연구소 공동 연구진은 사회적 고립이 수컷 생쥐의 알코올 섭취 증가로 이어지는 데 관여하는 특정 뇌 회로를 확인했다고 국제 학술지 '네이처 신경과학'에 25일 발표했다.

최근 외로움과 사회적 고립이 중요한 공중보건 문제로 주목받고 있다. 기존 연구에서는 사회적 고립이 우울증이나 불안뿐 아니라 알코올을 비롯한 약물 오남용 위험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고돼 왔다. 하지만 고립된 환경이 뇌에 어떤 변화를 일으키고 그 변화가 어떻게 음주 행동으로 이어지는지는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연구진은 이를 확인하기 위해 성체 수컷과 암컷 생쥐를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했다. 처음에는 여러 마리를 함께 생활하게 한 뒤 일부 생쥐만 한 마리씩 따로 사육해 사회적 고립과 비슷한 환경을 만들었다. 나머지는 계속 무리 생활을 하도록 해 비교군으로 삼았다. 이후 생쥐에게 약 2주 동안 매일 한 시간씩 물과 알코올 농도 15% 용액 가운데 자유롭게 선택해 마시도록 했다.

그 결과 혼자 지낸 수컷 생쥐는 시간이 지날수록 알코올 섭취량이 점차 증가했다. 반면 사회적으로 고립된 암컷 생쥐는 오히려 알코올 섭취량이 감소했다.

연구진은 이런 차이가 뇌의 '기저외측 편도체'와 '내측 전전두피질'을 잇는 신경 회로와 관련이 있는지 살펴봤다. 기저외측 편도체는 불안이나 공포, 스트레스 같은 감정적 신호를 처리하는 데 관여하며, 내측 전전두피질은 상황을 판단하고 충동을 조절하며 의사결정을 내리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연구진은 소형 현미경을 이용해 생쥐가 자유롭게 움직이며 물이나 술을 선택하는 동안 편도체와 전전두피질을 잇는 신경세포의 활동을 실시간으로 관찰했다. 사회적으로 고립된 수컷에서는 해당 신경 회로가 과도하게 활성화됐으며, 이 변화는 알코올 섭취 증가와 밀접하게 연관돼 있었다.

이어 연구진은 이 회로의 활성화가 단순히 음주 증가와 함께 나타나는 현상인지, 실제로 음주 행동을 변화시키는 원인인지 확인했다. 사회적으로 고립되지 않은 수컷 생쥐의 해당 회로를 인위적으로 활성화하자 뇌가 알코올에 반응하는 방식이 고립된 수컷과 비슷해졌고, 반대로 혼자 지낸 수컷 생쥐에서 이 회로의 활동을 억제하자 알코올 섭취량이 감소했다.

연구를 이끈 리샤 파텔(Reesha Patel) 노스웨스턴대 의과대학 교수는 "사회적 고립이 수컷의 음주를 늘리는 과정을 설명할 수 있는 특정 뇌 회로를 확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고립과 관련된 알코올 오남용을 이해하고 향후 치료법을 개발하는 데 보다 구체적인 생물학적 표적을 제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번 연구는 생쥐를 이용한 전임상 연구로, 사람에게 결과를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다. 연구진은 "인간의 음주는 사회적 환경과 문화, 개인의 정신건강 상태, 경제적 요인 등 다양한 영향을 동시에 받는다"며 "앞으로 사회적 고립 상태에서 특정 뇌 회로가 계속 과도하게 활성화되는 원인이 무엇인지, 수컷과 암컷에서 서로 다른 반응이 나타나는 이유 등을 살펴볼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참고 자료

Nature Neuroscience(2026), DOI: https://doi.org/10.1038/s41593-026-02413-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