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충식 카이스트 총장이 24일 서울 종로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말하고 있다./카이스트

카이스트가 내년 3월부터 학부와 대학원 전 교과목을 인공지능(AI) 시대에 맞춰 전면 재설계한다. 신입생부터 단계적으로 적용하는 방식이 아니라 학부 1~4학년과 대학원생이 수강하는 모든 과목의 AI 활용 수준을 정하고 수업 방식도 함께 바꾸겠다는 구상이다.

지난 10일 취임한 배충식 카이스트 총장은 24일 서울 종로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모든 강의는 기본적으로 AI 시대에 맞게 바뀌어야 한다"며 "내년 3월부터 모든 구성원이 시작한다"고 밝혔다. 이번 학기 중 전 교과목을 재정리해 내년 3월부터 학부생과 대학원생에게 동시에 적용할 계획이다.

배 총장은 임기 중 가장 바꾸고 싶은 한 가지를 묻는 질문에도 '모든 과목의 AI화'를 꼽았다. 그는 "몇 달 안에 카이스트 교수 750명 전원이 AI대학 겸임교수가 될 것"이라며 "AI 안 하는 사람은 없게 될 것"이라고 했다.

카이스트는 전 교과목을 AI 활용 수준에 따라 세 영역으로 재편한다. 인문사회와 기초과학 등에서는 AI 도움 없이 학생 스스로 읽고 쓰고 사고하는 'AI 프리' 교육을 강화한다. 공학·응용과학 등 대부분의 수업에서는 AI를 활용해 문제를 해결하고 결과를 비교·검증하도록 한다. AI 자체를 설계하고 개발하는 과목은 학생이 AI를 주도하는 영역으로 구분한다.

배 총장은 "AI 시대일수록 사람이 질문하고 판단하는 기본 능력이 없으면 AI에 끌려간다"며 "인문사회와 기초과학 수업에서는 학생이 AI로 과제를 대신하는 기존 방식을 벗어나 교수와 함께 직접 읽고 쓰고 토론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다만 AI를 완전히 배제하는 것은 아니다. 기초 역량을 쌓은 뒤에는 AI를 활용해 결과물을 만들고 비교하는 교육도 병행한다. 구체적인 과목별 운영 방식은 올해 구성하는 AI 교육·연구·행정 혁신위원회에서 정할 예정이다.

또 기존의 강의와 과제, 중간·기말고사 중심에서 벗어나 토론과 발표, 프로젝트 수업을 확대한다. 배 총장은 "교수가 알고 있는 것을 강의하고 학생이 듣는 방식이라면 학생들이 강의를 버리게 될 것"이라며 "대학 교육의 변화가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교육과정 개편에 맞춰 입시 변화도 추진한다. 배 총장은 "AI 시대에 필요한 역량을 입시에서 평가하면 중·고교 교육에도 변화가 나타날 것"이라며 "이미 입학처와 논의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한편 배 총장은 연구 분야에서 피지컬 AI를 카이스트의 승부처로 꼽았다. 그는 "한국의 제조업 기반을 AI와 결합하면 피지컬 AI만큼은 글로벌 1강(G1)으로 갈 수 있다"며 "대덕연구개발특구 내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 등과의 연계를 강화하는 등 관련 연구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실행계획은 배 총장이 취임식에서 제시한 '기본이 강한 글로벌 혁신 선도대학'과 5대 '비욘드(Beyond)' 전략을 구체화한 것이다. 카이스트는 올해 혁신위원회를 통해 세부 과제와 우선순위를 정하고 내년부터 교육·연구·창업 등 분야별 실행에 본격 착수한다. 2031년 개교 60주년까지 구성원이 체감할 수 있는 성과를 만든다는 목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