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성형 인공지능(AI)으로 만든 데이터센터 이미지./뉴스1

​정부가 2029년까지 8.4기가와트(GW) 규모의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를 짓겠다고 밝히면서 전력 확보가 핵심 과제로 떠올랐다. 전문가들은 전기를 어디서 어떻게 끌어올지뿐 아니라, 끌어온 전기를 데이터센터 안에서 어떻게 나눠 보내고 식힐지도 병목이라고 본다.

정부는 지난 6월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프로젝트'를 발표하며 SK 5GW, GS 2.4GW, 네이버 1GW 등 1단계로 총 8.4GW 규모의 AI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장기적으로는 전체 규모를 18.4GW까지 확대하고, 전력과 용수 공급, 입지 분산, 국산 전력·냉각 솔루션 실증까지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AI 데이터센터가 기존 데이터센터와 다른 점은 서버 랙 하나가 쓰는 전력이 급격히 커진다는 데 있다. 서버 랙은 그래픽처리장치(GPU)와 중앙처리장치(CPU), 메모리, 저장장치가 들어간 서버 묶음이다. 기존 저전압 전원 구조에서는 랙 전력이 커질수록 전류와 발열, 전력 손실 부담도 함께 커진다. 발전소에서 데이터센터까지 이어지는 외부 전력망, 데이터센터 안에서 GPU까지 이어지는 내부 전력 전달 구조, 이른바 '전기길'을 함께 검증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 랙 하나에 1㎿ 전력… 기존 '48V 전기길'로는 한계

이정호 아주대 기계공학과 교수는 "요즘 엔비디아는 GPU 칩을 한 장씩 파는 게 아니라 랙으로 판다"며 "현재 AI 서버 랙의 전력은 약 150㎾ 수준이고, 차세대에는 600㎾, 장기적으로는 랙 하나가 1㎿급까지 커질 수 있다"고 했다.

현재 서버 랙에서 널리 쓰이는 48V 전원 구조는 전압이 낮아 설계가 익숙하고 안전성이 높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같은 전력을 보낼 때 전압이 낮으면 전류가 커진다. 랙 하나에 100㎾ 전력을 공급하려면 48V 구조에서는 2000A가 넘는 전류가 필요하다. 랙 전력이 600㎾, 1㎿로 커질수록 더 큰 전류가 필요해 배선과 발열, 전력 손실 부담이 커진다.

지난달 온라인 논문 사전공개 사이트 '아카이브(arXiv)'에 공개된 논문도 같은 문제를 짚었다. 이상휘 고려대 교수 등이 참여한 국제 연구진은 AI 작업 증가로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와 순간 전류 변화, 열 부담이 커지고 있으며 기존 48V 서버 랙 전원 구조와 저전압 교류 배전 방식이 한계에 부딪힐 수 있다고 분석했다.

연구진은 대안으로 랙 내부 전압을 400V 또는 800V급으로 높이는 방식, 데이터센터 내부 배전을 직류 중심으로 바꾸는 방식, 전력망과 데이터센터를 중전압 고체변압기로 연결하는 방식을 제시했다. 고체변압기는 기존 변압기보다 전력전자 장치를 더 많이 써 전압 변환과 전력 흐름을 세밀하게 제어하는 기술이다. 전압을 높이면 같은 전력을 더 작은 전류로 보낼 수 있고, 직류 배전은 전력 변환 단계를 줄여 손실을 낮출 수 있다.

다만 이런 설계 전환은 아직 연구와 실증이 더 필요한 단계다. 데이터센터는 24시간 멈추지 않고 돌아가야 하는 시설인 만큼, 고전압 직류 배전을 쓰려면 고장 났을 때 어디서 전기를 끊을지, 감전과 화재를 어떻게 막을지, 접지는 어떻게 할지, 장기간 운전해도 안정적인지 검증해야 한다. 연구진도 차세대 전력 구조의 병목으로 보호·고장 대응, 접지, 표준화, 장기 신뢰성, 열·전기 동시 설계, 디지털트윈 기반 검증을 꼽았다.

지난 5월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2026 국제인공지능대전(AI EXPO KOREA)을 찾은 참관객이 케이투스 부스에서 액체냉각 AI 데이터센터 시스템을 살펴보고 있다./뉴스1

◇ 랙당 전력 커지면 냉각도 재설계… 실증 기반도 과제

AI 데이터센터의 전기길이 바뀌면 열 관리도 함께 바뀐다. GPU가 쓰는 전력의 상당 부분이 열로 바뀌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GPU는 보통 85도 안팎 이하에서 운용돼야 제 성능을 낼 수 있는데, 전력 소모가 커질수록 열도 함께 늘어난다"며 "휴대폰을 오래 쓰면 뜨거워지는 것과 같은 원리"라고 말했다.

기존 데이터센터는 차가운 공기를 서버실에 불어넣어 열을 빼내는 공랭식 냉각을 주로 썼지만, AI 서버에 드는 전력이 높아지면서 냉각도 공랭식에서 액체냉각으로 무게중심이 옮겨가고 있다. 액체냉각은 물이나 절연성 냉각액을 칩 가까이 흐르게 해 열을 빼내는 방식으로, 공기보다 열을 효율적으로 옮길 수 있다.

차세대 AI 칩에 드는 전력이 더 높아지면서 냉각 장치를 칩 가까이, 더 나아가 칩 내부나 반도체 패키지 안으로 넣는 기술이 필요해지고 있다. 김성진 카이스트 기계공학과 교수는 "액체냉각은 지금도 사용하고 있지만, 냉각 장치를 칩 내부에 내장시키기 위해 인텔, HP 등 여러 회사가 기술을 개발 중"이라며 "아직 기술이 성숙하지 않아 시간이 걸릴 것이다. 대면적으로 여러 칩과 냉각 장치를 통합하는 것이 쉽지는 않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새로운 전력 전달·냉각 구조를 실제로 검증할 수 있는지도 변수다. AI 데이터센터는 서버 랙, 전력 공급 장치, 냉각 장치를 따로 바꿔 끼우는 설비가 아니다. 서버 제조사가 정한 랙 구조에 맞춰 전력 공급과 냉각 장치가 붙는다.

이정호 교수는 "한국이 AI 데이터센터를 한다고 하지만 알맹이는 빠져 있다"며 "냉각에 필요한 요소기술은 만들 수 있지만, 전체 시스템이나 서버·랙 기술을 만드는 회사가 국내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실질적으로 AI 데이터센터를 꾸린다 하더라도 우리가 원하는 방식으로 꾸리는 것은 현재로서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했다.

◇ 바깥 전기길도 변수… 재생에너지·송전망 속도 관건

AI 데이터센터 밖 전력망 문제도 남아 있다. 캐나다 캘거리대 연구진은 AI 데이터센터의 빠른 증가가 전력 총량뿐 아니라 전력 사용 위치와 시간, 전력 변동성 문제를 함께 키운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데이터센터 부하가 특정 지역에 집중되면 청정에너지 확충 속도를 앞지를 수 있고, 전력망 유연성과 신뢰성, 탄소 배출 문제가 함께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유수 숭실대 에너지정책·기술융합학과 교수도 호남의 재생에너지를 AI 데이터센터에 활용하는 구상은 신중하게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AI 학습 작업은 대규모 GPU가 동시에 돌아가야 하기 때문에 24시간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해야 한다"며 "재생에너지에 원전이나 액화천연가스(LNG) 같은 전원이 복합적으로 들어가지 않으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송전망 구축 속도도 변수다. 이 교수는 "국내에는 발전소에서 원거리로 전력을 보내는 방식이 많아 송전망 구축 속도가 중요하다"며 "송전망 공사에는 주민 수용성과 비용, 공기 지연 문제가 따라붙는다"고 말했다. 이어 "데이터센터 구축 시점과 전력 공급 시점이 맞을지 불확실하다"며 "전체적으로 다시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참고 자료

arXiv(2026), DOI: https://doi.org/10.48550/arXiv.2606.25095

arXiv(2026), DOI: https://doi.org/10.48550/arXiv.2606.2106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