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은 생명체가 살아가기에 매우 가혹한 곳이다. 대기가 사실상 없어 낮과 밤의 온도 차가 크고, 자외선과 고에너지 입자도 그대로 표면에 쏟아진다. 이런 환경에서는 지구에서 온 미생물이 오래 살아남기 어렵다고 여겨져 왔다.
하지만 미 항공우주국(NASA) 연구진이 달의 극지 일부 지역에는 지구의 미생물이 한동안 생존할 수 있는 '피난처'가 존재할 가능성이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에 20일 게재됐다.
연구진은 달의 남극과 북극 지형, 햇빛이 비치는 정도, 표면 온도 등을 분석해 비교적 낮은 온도가 유지되면서 자외선 노출도 적은 장소를 찾았다. 연구에는 원격탐사 자료와 조명 모델링이 활용됐다. 조명 모델링은 달의 지형과 태양의 위치를 계산해 어느 곳에 햇빛이 얼마나 오래, 얼마나 강하게 비치는지를 추정하는 방법이다.
연구진은 이렇게 찾아낸 환경 조건에서 간균(Bacillus), 데이노코쿠스(Deinococcus), 포도상구균(Staphylococcus)과 누룩곰팡이(Aspergillus), 푸사리움(Fusarium) 등 세균·곰팡이가 견딜 수 있는지 살폈다. 이들은 극한 환경에 비교적 강하고 우주선이나 장비, 사람을 통해 우주 탐사 과정에 함께 실려 갈 가능성이 있는 미생물들이다.
분석 결과, 달 극지방의 일부 그늘지고 추운 지역에서는 미생물들이 바로 사멸하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달 극지에서는 태양이 지평선을 기준으로 낮게 떠 있기 때문에 작은 언덕이나 크레이터 벽도 긴 그림자를 만들 수 있다.
다만 연구진은 "달 극지방의 상당 부분이 미생물 생존에 적합한 표면 조건을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며 "해당 환경에서 미생물이 버틸 수는 있어도 활발히 성장하거나 증식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가 중요한 이유는 앞으로의 유인 달 탐사가 주로 남극 지역을 목표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달 남극에는 태양빛이 거의 또는 전혀 닿지 않는 영구음영지역이 존재하는데, 이곳은 온도가 매우 낮아 물 분자가 얼음 형태로 남아 있을 수 있다. 물 얼음은 미래 달 기지 건설에서도 식수 등 핵심 자원이 될 수 있다.
NASA는 2028년을 목표로 첫 달 남극 유인 착륙을 추진하고 있다. 이와 함께 로봇 탐사와 기술 실증을 통해 물 얼음 등 자원과 달 환경을 조사하고, 착륙과 항법 기술 등을 시험하며 장기적인 달 기지 건설에 필요한 기반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이처럼 사람과 탐사 장비가 달을 오가는 일이 잦아지면, 지구의 미생물이 의도치 않게 달 표면으로 옮겨갈 가능성도 커진다. 이는 향후 달에서 생명과 관련된 물질이나 흔적이 발견됐을 때 달에 원래 존재하던 것인지 지구에서 유입된 것인지 구분하는 데 혼란을 줄 수 있다.
연구진은 "특히 가까운 미래의 유인 달 탐사가 남극 지역에 집중되는 만큼, 탐사 과정에서 지구 미생물이 달 표면으로 옮겨갈 가능성을 사전에 파악하고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참고 자료
Science Advances(2026), DOI: https://doi.org/10.1126/sciadv.aec08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