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인공지능)가 사용자의 정치 성향을 알게 되면 그에 맞춰 답변을 바꾸는 '정치 카멜레온' 현상이 주요 AI 모델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챗GPT

AI(인공지능)가 사용자의 정치 성향을 알게 되면 그에 맞춰 답변을 바꾸는 '정치 카멜레온' 현상이 주요 AI 모델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사용자가 듣고 싶어 하는 주장과 논리를 반복하면서 정치 양극화를 키울 수 있다는 지적이다.

브라질 캄피나스주립대 자노니 디아스 교수 연구팀은 GPT, 그록, 라마, 제미나이, 젬마, 딥시크 등 21개 주요 대형언어모델(LLM)의 정치적 답변 성향을 분석한 결과를 최근 국제 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에 발표했다.

연구진은 복지, 치안, 경제, 환경, 교육·문화, 민주주의 제도, 부패·사법 등 7개 분야에서 진보와 보수 주장을 맞붙인 56쌍, 총 112개 문장을 만들었다. 같은 문장을 AI에 제시하면서 사용자 정치 성향을 '진보', '보수', '정보 없음' 등 세 조건으로 나눴다. AI에는 각 주장에 '매우 반대'부터 '매우 동의'까지 5단계 중 하나를 고르게 했다. 반복 실험을 포함해 총 4만7376개의 답변을 분석했다.

그 결과, 21개 모델 모두 정도의 차이는 있었지만 사용자 정치 성향 쪽으로 답변이 기우는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모델이 진보 성향 사용자라고 알려주면 진보 주장에 더 동의하다가, 보수 사용자라고 하면 보수 주장 쪽으로 답변이 바뀐 것이다. 연구진은 이런 AI를 두고 주변 환경에 따라 색을 바꾼다는 의미에서 '이념적 카멜레온(ideological chameleon)'이라고 불렀다.

사용자 성향에 따라 답변이 얼마나 크게 변하는지를 측정한 '카멜레온 지수'에서는 구글의 젬마 3 27B와 오픈AI GPT-5 나노 등이 변화 폭이 컸다. 반면 메타 라마 3.1 8B와 딥시크 V3.2는 상대적으로 변화가 작았다. 모델 크기와 카멜레온 성향 사이에는 뚜렷한 상관관계가 없었다.

주제별 차이도 있었다. 경제와 치안 문제에서는 사용자 정치 성향에 따른 답변 변화가 컸지만, 부패·사법과 민주주의 제도 관련 문제는 비교적 작았다. 불법 행위나 민주주의 훼손과 관련한 영역에서는 AI 개발사가 적용한 안전장치가 더 강하게 작동했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연구진은 답변이 달라지는 배경에는 AI의 '아첨' 성향이 있다고 지목했다. AI가 인간이 선호하는 답변을 하도록 학습되는 과정에서 객관적이고 균형 잡힌 답변보다 사용자 생각에 맞춰 주는 답을 선호하게 됐을 수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AI가 소셜미디어보다 더 강력한 '에코 채임버'(자신과 비슷한 의견만 반복해서 노출되는 공간)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소셜미디어가 이용자가 좋아할 게시물을 반복 추천하는 정도라면, AI는 한 사람의 정치 성향에 맞춰 주장과 논리까지 즉석에서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AI가 사용자의 기존 세계관을 그대로 비추는 '예스맨'처럼 행동해서는 안 된다"며 "현재로선 이용자가 AI에 찬반 논거를 모두 제시하고 중립적으로 분석해 달라고 요구하는 것이 현실적인 대응책"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