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퀸즐랜드주 그레이트 샌디 해양공원에서 남방큰돌고래가 조개껍데기를 이용해 물고기를 잡는 모습./호주 선샤인 코스트대

돌고래가 도구를 써서 물고기를 잡는 모습이 카메라에 포착됐다. 어미와 어린 돌고래가 같은 방법으로 사냥해 도구 사용법이 학습되는 것으로 보인다. 돌고래 사회에서도 생존 기술이 대를 이어 전해진다는 의미다.

호주 선샤인코스트대(UniSC)는 "과학기술공학부 알렉시스 레벤굿(Alexis Levengood) 교수 연구진이 동부 퀸즐랜드 해안에서 돌고래들이 조개껍데기를 이용해 물고기를 잡는 영상을 촬영했다"고 지난 11일(현지 시각) 밝혔다. 연구 결과가 담긴 논문은 국제 학술지 '해양 포유류 과학'에 실렸다.

◇조개껍데기 쓰는 사냥, 두 차례 목격

연구진은 2025년 7월부터 10월 사이 퀸즐랜드 동남쪽 허비 베이의 해양 보호 구역인 그레이트 샌디 해양공원에서 남방큰돌고래(Indo-Pacific bottlenose dolphin)가 이른바 '셸링(shelling)'이라 불리는 행동을 하는 모습을 두 차례에 걸쳐 관찰했다. 돌고래가 조개껍데기를 입에 물고 수면으로 올라와 물을 빼내고 그 안에 든 물고기를 잡는 행동이다. 사람이 뜰채로 물고기를 잡는 것과 비슷하다.

셸링은 호주 서부 샤크만에서 1990년대 중반부터 관찰됐다. 마이클 크뤼첸(Michael Krützen) 스위스 취리히대 교수는 2011년 국제 학술지에 샤크만 돌고래의 셸링을 처음 발표했다. 퀸즐랜드 해안에서 돌고래 관찰 여행을 진행하던 여행사가 2013년과 2019년에 돌고래의 셸링을 목격했지만 과학 연구로 공식 확인되지는 못했다.

2025년 10월 1일 호주 퀸즐랜드주 그레이트 샌디 해양 공원에서 촬영된 영상. 어린 돌고래가 어미가 하던 대로 조개껍데기로 물고기를 유인하고 수면 위로 가져온 모습(왼쪽). 돌고래가 조개껍데기를 위로 들어 올리자 물고기가 튀어나왔다(오른쪽)./호주 선샤인 코스트대

연구진은 지난해 7월 6일 '스티비 닉스'라는 별명을 붙인 성체 암컷 돌고래가 바다달팽이가 만든 큰 조개껍데기를 수면 위로 여러 번 들어 올리는 모습을 목격했다. 레벤굿 교수는 "이미 돌고래의 셸링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소리를 질렀다"고 말했다. 돌고래의 셸링이 호주 동부 해안에서 공식 확인된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두 번째 관찰은 10월 1일에 이뤄졌다. 당시 드론이 촬영한 영상에는 '마세라티'라는 이름의 성체 암컷과 어린 자식인 '벤틀리'가 나온다. 먼저 마세라티가 수면 위로 올라와 조개껍데기를 들어 올리고 물고기가 빠져나가는 모습이 포착됐다. 어미는 바로 조개껍데기를 떨어뜨리고 물고기를 쫓아갔다.

3분 후, 새끼 돌고래가 같은 장소에서 같은 조개껍데기를 물고 수면 위로 올라왔다. 새끼는 어미처럼 조개껍데기 입구를 입에 물고 물에 툭툭 쳤다가, 떨어뜨린 뒤 다시 집어 들고는 헤엄쳐 떠났다. 연구진은 새끼가 어미를 지켜보며 셸링 기술을 배웠을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우간다 부동고 숲에 사는 침팬지 무리의 한 어린 암컷이 물을 흡수한 이끼를 짜서 물을 마시고 있다. 이른바 이끼 스펀지 사용법은 이 침팬지가 어미의 행동을 보고 배운 행동이다./Catherine Hobaiter

◇도구 사용법, 사회적 학습으로 전파

선샤인코스트대 연구진은 호주 서부와 동부 돌고래들이 독립적으로 같은 도구 사용법을 개발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서부 샤크만의 돌고래 중 도구를 사용하는 개체는 2% 미만에 그쳤다. 보편적인 기술은 아니지만 우연한 행동이 아니라 어미나 동료를 보고 배운 사회적 학습의 결과임은 확실하다.

동물 사회에서 도구가 개발되면 다양한 방식으로 무리에 전파된다. 2020년 취리히대 연구진은 앞서 12년간 샤크만의 돌고래를 관찰한 결과를 토대로 조개껍데기를 이용한 사냥 기술이 어미에서 새끼로 전수될 뿐만 아니라 또래끼리도 서로 배운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커런트 바이올로지'에 발표됐다.

당시 연구진은 도구 사용법이 어미에서 새끼로 수직적으로 전파될 뿐 아니라 동료 사이에 수평적 전파도 된다는 점에서 돌고래는 유인원과 유사하다고 밝혔다. 실제로 영국과 캐나다, 스위스 과학자들은 2014년 '플로스 바이올로지'에 침팬지 사회에서 도구 사용법이 다양한 사회적 학습으로 전파되는 사례를 발표했다.

우간다 부동고 숲의 우두머리 수컷 '닉'이 이끼에 흡수된 물을 짜 먹는 방법을 발명했다. 닉의 짝인 암컷 '남비'가 그 모습을 유심히 관찰했다. 이후 불과 6일 만에 무리에서 침팬지 7마리가 이끼 스펀지를 만들어 사용하기 시작했다. 어미에게 배운 침팬지도 있었고, 또래 행동을 모방한 경우도 있었다. 야생에서 동료 간의 관찰을 통해 새로운 문화가 전파되는 과정을 보여준 대표적 사례다. 돌고래가 유독 인간에게 친근감을 보인 것도 어쩌면 비슷한 문화를 가졌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참고 자료

Marine Mammal Science(2026). DOI: https://doi.org/10.1111/mms.70252

Current Biology(2020), DOI: https://doi.org/10.1016/j.cub.2020.05.069

PLoS Biology(2014), DOI: https://doi.org/10.1371/journal.pbio.1001960

Marine Mammal Science(2011), DOI: https://doi.org/10.1111/j.1748-7692.2010.00409.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