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더나와 머크는 19일(현지 시각) 고위험 흑색종 환자 1137명을 대상으로 맞춤형 암 백신 '인티스메란'과 면역항암제 '키트루다'를 함께 투여한 임상 3상에서 주요 목표를 달성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모더나 본사 전경. /모더나

코로나 백신에 쓰였던 mRNA 기술이 환자 한 명 한 명의 암에 맞춰 치료제를 만드는 단계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미국 모더나와 MSD가 개발한 개인 맞춤형 mRNA 암 백신이 1000명 넘는 환자가 참여한 임상 3상에서 흑색종의 재발과 전이를 억제하는 효과를 확인한 것이다. 환자마다 다른 암의 돌연변이에 맞춰 제작한 치료제가 임상 3상에서 효과를 확인한 역사적인 성과로 평가된다.

모더나와 MSD는 19일(현지 시각) 고위험 흑색종 환자 1137명을 대상으로 맞춤형 암 백신 '인티스메란'과 면역항암제 '키트루다'를 함께 투여한 임상 3상에서 주요 목표를 달성했다고 밝혔다. 수술로 암을 제거한 뒤 두 치료제를 함께 받은 환자들은 키트루다만 투여받은 환자보다 암이 다시 생기거나 다른 장기로 퍼지기까지의 기간이 유의미하게 길었다. 구체적인 효과 수치는 향후 국제 학회에서 공개할 예정이다.

핵심은 같은 흑색종이라도 환자마다 암세포에 생긴 돌연변이가 다르다는 점을 치료에 이용하는 것이다. 연구진은 수술로 떼어낸 종양을 분석해 정상세포에는 없고 암세포에만 나타나는 돌연변이 단백질인 '신생항원'을 찾아낸다. 이를 바탕으로 환자마다 다른 맞춤형 mRNA 백신을 만든다.

백신이 몸에 들어오면 세포가 mRNA에 담긴 정보를 읽어 신생항원과 같은 단백질 조각을 만든다. 면역세포는 이를 보고 암세포의 특징을 익힌다. 일종의 '암세포 수배 전단'을 면역세포에 보여주는 것이다. 이후 같은 특징을 가진 암세포가 나타나면 면역세포가 이를 찾아 공격하는 식이다.

함께 투여하는 키트루다는 암세포가 면역세포의 공격을 피할 때 사용하는 일종의 '브레이크'를 풀어주는 면역관문억제제다. 인티스메란이 어떤 암세포를 공격해야 하는지 알려주고, 키트루다는 면역세포가 제대로 공격하도록 브레이크를 풀어주는 구조다.

이런 개인 맞춤형 치료에는 mRNA가 특히 유리하다. mRNA는 세포에 어떤 단백질을 만들지 알려주는 일종의 '설계도'로, 환자마다 다른 암의 특징에 맞춰 내용을 바꾸기 쉽다. 회사측에 따르면 6주 정도면 종양을 분석해 환자에게 맞는 백신을 만들어 낼 수 있다.

개인 맞춤형 암 백신은 이전에도 소규모 임상에서 가능성을 보여왔다. 2017년 하버드의대와 다나파버암연구소 연구진은 소수의 흑색종 환자를 대상으로 환자별 암 돌연변이를 겨냥한 백신이 강한 면역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결과를 내놨다. 이후 폐암과 췌장암, 방광암, 신장암 등으로 연구가 확대됐다. 이번에는 1000명이 넘게 참여한 대규모 임상 3상에서 효과를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번 백신은 독감이나 코로나 백신처럼 질환에 걸리지 않도록 미리 맞는 예방 백신은 아니다. 암 진단을 받고 수술한 환자에게 투여해 재발을 막는 '치료용 백신'이다. 실제 생존 기간을 얼마나 늘리는지, 다른 암에서도 같은 효과가 나타나는지는 추가 확인이 필요하다. 환자마다 백신을 따로 만들어야 하는 만큼 제작 기간을 줄이고 대규모 생산 체계를 갖추는 것도 상용화의 과제다.

이번 결과는 코로나 백신으로 가능성을 입증한 mRNA 기술이 감염병을 넘어 환자의 암 특징에 맞춰 치료제를 설계하는 맞춤 항암 기술로 확장될 수 있다는 기대를 키웠다.

이런 기대감이 반영되면서 모더나 주가는 이날 176.97% 오른 174.38달러에 마감했다. 전날 62.96달러였던 주가가 하루 만에 2.8배 가까이 뛴 것이다.

그동안 모더나는 코로나 백신에 대한 의존도를 낮출 차세대 먹거리로 암 백신에 집중해 왔는데, 항암제 시장에 본격 진출할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