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조선이라고요? 저는 살기 좋은 한국에 오라고 추천합니다."
이란 출신의 세계적 물리학자 밀자이 모하마드 기초과학연구원(IBS) 연구위원은 지난달부터 한국인이 됐다. 법무부가 과학·경제·문화 분야 인재에게 한국 국적을 부여하는 특별귀화자 명단에 포함하면서다. 13일 전남광주 북구 광주과학기술원(GIST) 캠퍼스 안 IBS 극초단연구동에서 만난 그는 지인들이 보내준 축하 문자를 보고서야 한국인이 된 걸 실감했다고 했다. 공식 안내를 받기도 전에 언론 보도가 나가면서 주변에서 축하 인사가 쏟아진 것이다. 그는 "그동안 해 온 노력과 연구를 인정해 준 한국에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말했다.
밀자이 연구위원은 "사실 처음엔 주변에서 다들 귀화는 불가능할 것이라고 했다"고 말했다. 거북선을 누가 만들었는지, 애국가는 실제로 부를 수 있는지 등을 묻는 귀화 평가는 외국인에게 너무나 큰 장벽이었다. 그는 "독립운동 하신 분들이 너무 많아 일일이 외우느라 매일 나무위키를 들여다봤다"고 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한국으로 귀화한 외국인은 1만여 명인데 이 중 이란 출신은 13명이다.
그가 한국인으로 인정받은 결정적 계기는 2024년 연구 성과였다. 초강력 레이저로 '비선형 콤프턴 산란'이라는 물리 현상을 세계 최초로 구현해 광학 분야 권위 있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 포토닉스'에 표지 논문으로 실린 것이다. 법무부는 "앞으로 대한민국의 기초 물리 및 광과학 분야 경쟁력 강화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했다. 그의 연구는 관측하기 어려운 우주에서 벌어지는 현상들을 이해하거나 암 치료 장비, 반도체 내부 결함 촬영 기술 등에 활용된다.
밀자이 연구위원이 2019년 처음 한국에 온 것도 레이저 연구를 위해서였다. 이란에서 전자공학을 전공한 그는 중국 상하이에서 박사를 거치며 레이저 연구에 눈을 떴다. 중국에서 쓰던 것보다 출력이 20배 강한 레이저를 갖춘 IBS 상대론적 레이저과학연구단은 그에게 최적의 연구 환경이었다. 그는 "미국·중국·유럽에서 좋은 제안이 있었지만, 한국행을 택한 가장 큰 이유"라며 "지름이 1000분의 1㎜인 총알 두 개를 1000조분의 1초 단위로 맞히는 연구를 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그는 훌륭한 연구 환경을 선택해 한국에 발을 들였지만, 살면 살수록 한국에 더 빠져들었다고 한다. 이란 출신인 그의 아내도 한국에 들어와 GIST에서 생명공학 분야를 연구하고 있다. 중국 상하이에서 태어나 두 살 때 한국에 온 첫딸은 완전히 한국 사람이 다 됐다고 했다. 한국 사회에 더 잘 적응하라고 외국인 학교 대신 일반 유치원과 초등학교에 보냈다. 그는 "딸이 학교 받아쓰기에서 혼자 100점을 받아 선생님이 한국 학생들에게 보고 배우라고 한 일화도 있었다"고 했다.
그는 좋은 일자리, 건강보험, 교육 환경을 한국 사회의 장점으로 꼽았다. 밀자이 연구위원은 "헬조선이라는 표현은 다른 나라에 살아보지 않아서 그런 것"이라며 "세계 여러 곳을 다녀봤지만 한국처럼 살기 좋은 나라는 흔치 않다"고 했다. 이어 "좋은 일자리를 두고 경쟁이 치열한 건 어디나 마찬가지지만, 다른 나라에선 고등교육을 받고도 평범한 일자리조차 구하기 어려운 경우도 많다"고 했다. 그의 눈에는 많은 한국인이 좋은 환경에 익숙해지다 보니 많은 혜택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는 것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그는 "한국은 열심히 하면 안 되는 게 없는 나라 같다"며 "당분간 레이저 연구에 매달릴 계획이다"고 했다. 한국에서 힘든 게 뭐냐고 물었더니 "외국인에게도 전세 구하기는 정말 어렵다"고 했다. 그는 "한국에서 안정되고 행복한 삶을 꾸리는 게 목표"라며 "레이저 과학 연구로 기여하며 다음 세대 학생들을 가르치고 이끌고 싶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