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화 교수 대한당뇨학회 이사/대한당뇨학회

국내 성인 당뇨병 환자는 500만명이 넘는다. 당뇨병은 췌장에서 인슐린을 거의 만들지 못하는 1형과, 인슐린이 제대로 작용하지 않거나 분비 능력이 떨어지는 2형으로 주로 나뉜다. 당뇨 환자의 절대다수는 2형이다. 2형 환자 중에도 당뇨병이 오래 진행되면 1형 환자처럼 하루 여러 차례 인슐린 주사를 맞아야 하는 경우가 많지만, 연속 혈당 측정기 건강보험 지원에서는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김종화 대한당뇨병학회 보험이사(부천세종병원 내분비내과 진료과장)는 18일 본지 인터뷰에서 "같은 2형당뇨병이라도 먹는 혈당강하제만 사용하는 환자와 다회 인슐린 주사(MDI) 등 고강도 인슐린 치료를 받는 환자는 혈당 관리 난이도와 저혈당 위험이 전혀 다르다"며 "1형·2형이라는 진단명만으로 구분할 것이 아니라 인슐린 분비 능력과 실제 치료 강도, 혈당 변동성, 저혈당 위험을 함께 고려해 지원 기준을 설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2형 당뇨 환자, 인슐린 여러 번 맞아도 건보 지원 부족

2형당뇨병 환자 중에도 하루 여러 차례 인슐린 주사를 맞아야 하는 이들이 많은데, 연속 혈당 측정기(CGM) 지원 대상에서 배제하는 것은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CGM은 피부에 붙인 센서로 피부 아래의 포도당 농도를 수 분 간격으로 측정해 하루 동안 혈당이 어떻게 오르내리는지 보여주는 기기다. 손끝을 찔러 측정 순간의 혈당만 확인하는 자가혈당측정(SMBG)과 달리 식사·운동·인슐린 투여에 따른 혈당 변화를 연속적으로 확인할 수 있고, 야간·무증상 저혈당도 파악할 수 있다.

그런데 현재 건강보험의 CGM 지원은 1형당뇨병 환자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예컨대 국민건강보험공단은 1형당뇨병 환자의 CGM 기기와 소모품 비용을 지원하는 반면, 2형당뇨병 환자는 지원하지 않는다. 췌장의 인슐린 분비 능력이 크게 떨어져 하루 여러 차례 외부 인슐린에 의존해야 하는 2형 환자도 현행 제도에서는 건보 지원을 받지 못해 CGM 비용을 스스로 부담해야 하는 것이다. 김종화 이사는 "자체 인슐린 분비가 감소해 외부 인슐린에 의존하는 환자들이 CGM으로 시간대별 혈당 변화를 확인하는 것은 단순한 '편의성 향상'이 아니라, 저혈당 예방과 치료 최적화를 위한 핵심 안전 장치"라고 했다. 김 이사는 "특히 다회 인슐린 주사(MDI)나 고강도 인슐린 요법을 사용하는 환자에게 CGM이 혈당 변동성을 낮추고 저혈당 발생을 줄이는 데 기여한다는 국내외 근거가 축적되고 있다"며 "CGM 건강보험 지원 확대에 이러한 환자군을 우선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인슐린 분비 능력이 크게 떨어진 환자, 반복적인 저혈당을 경험하는 환자, 야간·무증상 저혈당 위험이 높은 고령 환자에 대한 CGM 건보 지원을 서둘러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중증도와 치료 강도에 따라 우선순위를 정해 고위험·고강도 치료 환자부터 CGM 건보 지원을 적용하고, 임상 근거가 쌓이는 데 따라 지원 대상을 단계적으로 넓히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말했다.

◇합병증·입원 줄이면 장기 의료비 절감…"CGM은 비용 아닌 예방 투자"

비용 효과성 측면에서도 CGM 건강보험 지원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CGM을 통한 혈당 관리 개선이 합병증과 입원 등을 줄여 장기 의료비 부담을 낮출 수 있다는 국내외 연구가 나왔다는 것이다. 예컨대 한국의 고강도 인슐린 치료를 받는 2형당뇨병 환자를 대상으로 한 비용효용 분석에서는 실시간 CGM을 사용하면 기존의 자가(自家) 혈당측정에 비해 질보정수명(QALY)이 늘어나는 것으로 추산됐다. QALY는 환자가 얼마나 오래 사는지뿐 아니라 그 기간의 건강 상태까지 함께 반영해 계산한 수명 지표다. 추가 비용을 건강수명 증가분으로 나눈 비용효용비(ICUR)도 '비용 효과적인 전략'으로 평가됐다. 이는 CGM 도입으로 혈당 조절과 저혈당 관리가 개선될 경우, 장기적으로 미세혈관·대혈관 합병증과 입원, 투석·실명·절단 등 비용 부담이 큰 합병증과 치료를 줄여 건강보험 재정 부담을 완화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해외에서도 적절한 혈당 관리에 투자하지 않았을 때 발생하는 합병증·입원·생산성 손실 등을 '미대응의 비용(Cost of Inaction)'으로 보고, 이를 CGM 지원의 경제성을 판단할 때 함께 고려하고 있다. 올해 호주에서는인슐린 치료를 받는 2형 당뇨병 환자에게 CGM 지원을 확대하지 않, 으면합병증과 입원, 노동력 손실 등이 누적돼 의료·사회적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보고서가 나왔다. 당뇨 환자의 C. GM 접근성을 확대해 혈당 관리를 개선하면, 장기적으로 의료비와 사회적 비용을 모두 줄이는 투자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다.젊은 층에서 늘어나는 2형당뇨병도 장기적인 부담을 키우는 요인이다. 국민건강보험 자료를 분석한 연구에 따르면, 국내 19~39세의 2형당뇨병 유병률은 2010년 1.02%에서 2020년 2.02%로 두 배가 됐다. 김 이사는 "사회·경제활동이 활발한 젊은 연령층에서 비만·대사이상과 함께 2형 당뇨병 유병률이 증가하고 있어 이들의 혈당을 안정적으로 관리해 합병증을 예방하는 것은 노동력과 생산성을 유지하는 사회경제적 과제"라며 "CGM이 응급실 방문과 입원, 장기 합병증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면, 의료비 지출이 아니라 미래의 사회·경제적 부담을 낮추는 예방 투자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도 2형까지 지원 확대 검토…"중증도·치료 강도 기준으로 바꿔야"

정부도 1형·2형이라는 진단명뿐 아니라 인슐린 분비 기능과 중증도를 고려해, 일부 2형당뇨병 환자까지 CGM 지원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다만 관련 안건을 논의할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 일정이 올해 6월에 이어 7월에도 연기되면서, 구체적인 지원 대상과 기준, 시행 시점이 아직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의료계와 환자 단체는 조속히 지원 기준을 확정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김 이사는 "특정 진단명이나 하나의 혈당 수치로 환자를 구분하기보다는 C-펩타이드 등으로 확인할 수 있는 인슐린 분비 능력과 다회 인슐린 주사 여부, 반복적·무증상 저혈당 위험, 혈당 변동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며 "인슐린 결핍이 뚜렷하고 고강도 인슐린 치료를 받는 2형당뇨병 환자와 저혈당 고위험군부터 CGM 지원을 확대하고, 임상 근거와 실제 진료 경험을 토대로 지원 대상을 넓혀가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