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비만 치료제 시장을 사실상 양분하고 있는 미국 제약사 일라이릴리와 덴마크 노보 노디스크의 2분기 실적이 최근 공개됐다. 두 회사 모두 시장 기대를 뛰어넘는 성적을 거뒀지만, '마운자로'를 앞세운 일라이릴리 성장세가 노보 노디스크를 압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라이릴리는 이번 2분기 실적이 예상보다 잘 나오자 연간 매출액 전망도 상향 조정했다.
◇분기 매출 20조원 넘긴 일라이릴리의 '마운자로'
지난 5일 일라이릴리가 공개한 2분기 매출은 229억7000만달러(약 32조5000억원)였다. 전년 동기보다 48% 늘었다.
당뇨병 치료제 '마운자로'와 비만 치료제 '젭바운드(한국 제품명 마운자로)' 판매가 전체 성장을 끌어올렸다. 마운자로는 2분기에만 99억4000만달러(약 14조원)어치가 팔렸다. 지난해보다 91%나 늘었다. 젭바운드는 49억3000만달러(약 7조원)어치가 팔렸다. 지난해보다 46% 가량 더 팔렸다. 마운자로는 특히 해외 시장에서 많이 팔려나나가, 미국 이외의 지역에서의 매출이 172%나 급증했다. 두 제품 합산 매출은 20조원이 넘는다.
일라이릴리는 2분기 실적과 매출이 기대 이상으로 좋게 나오자, 이날 올해 연간 매출 전망치를 올려서 새로 발표했다. 기존 820억달러~850억달러(약116조원~120조원)에서 850억달러~870억달러(약 120조원~123조원)로 올린 것이다.
한편 경쟁사인 노보 노디스크의 2분기 매출은 121억3000만 달러였다. 전년 동기보다 7% 가량 늘었다. 이중 주사제 형태의 당뇨병 치료제 오젬픽 매출은 48억5000만달러(6조8700억원),
비만치료제 위고비 매출은 30억1000만달러(약 4조2600억원)였다. 양사가 가장 많이 판매하는 주사제 형태의 비만치료제 매출에서 일라이릴리가 크게 앞선 것이다. 전세계 최대 비만치료제 시장으로 꼽히는 미국에서 위고비 매출이 22% 감소한 것이 주된 원인으로 꼽혔다.
◇'먹는 비만약' 판매는 노보가 다소 앞서
반면 차세대 비만 치료제로 꼽히는 '먹는 비만약' 실적은 노보 노디스크가 일라이릴리를 다소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라이릴리가 지난 4월 미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아 시장에 내놓은 먹는 비만약 '파운다요'의 2분기 매출은 1억달러(약 1400억원) 정도에 그쳤다. 노보 노디스크의 경우엔 '먹는 위고비' 매출은 5억달러(약 7000억원), 먹는 당뇨약인 리벨서스의 경우엔 8억1000만달러(약 1조1300억원)였다. 다만 두 회사 모두 이 분야에선 시장 예상치보단 낮은 매출을 기록했다.
제약·바이오 업계에선 먹는 비만약이 주사제보다 환자들이 접근하기 더 편리함에도 불구하고, 기존 주사 치료제가 약효가 좋은 상황에서 환자들이 굳이 치료제 형태를 바꿀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다만 앞으로 미국을 넘어 전 세계 시장에서 먹는 비만약 판매가 속속 허용되면 시장 판도가 또다시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차세대 비만 치료제 불법 판매도 기승
'마운자로' '젭바운드' 매출이 계속 늘어나는 상황에서 일라이릴리는 또 다른 차세대 비만 치료제 '레타트루타이드'를 시장에 내놓을 준비를 하고 있다. 레타트루타이드는 3중 작용 치료제로 최근 임상 3상에서 최대 25.3㎏ 체중 감량 효과를 입증한 바 있다. 내년 1분기 안에 미 FDA 허가를 신청한다는 계획이다.
아직 시장에 나오지도 않았지만 미국 시장에선 벌써부터 불법 복제약 판매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일라이릴리는 이에 지난 12일 보도자료를 내고, 암시장에서 레타트루타이드의 복제약을 암암리에 판매해 온 업체들에 대해 6건의 소송을 냈다고 밝혔다. 데이비드 하이먼 일라이릴리 최고 의학 책임자(CMO)는 "현재 암시장에서 팔리는 것은 의약품이 아니다. 전혀 검증되지 않았고 승인받지도 않은 약물이니 유의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