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론이 아이슬란드의 빙산에 착륙한 모습. 경사도가 60도에 가깝지만, 다리에 달린 가시를 얼음에 박아넣어 고정됐다./캐나다 셔브룩대

방송 촬영에서 산업 현장, 전장까지 드론이 종횡무진 활약하고 있다. 이제 북극의 얼음 덩어리까지 무대를 확장했다. 캐나다 과학자들이 처음으로 드론을 미끄러운 빙산(氷山)에 착륙시키는 데 성공했다. 얼음 덩어리에 달라붙은 드론은 기후변화에 따라 급감하고 있는 북극 빙하(氷河)를 연구하는 데 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미국전기전자공학회(IEEE)가 발간하는 스펙트럼지(誌)는 "알렉시스 루시에 데스비앙(Alexis Lussier Desbiens) 캐나다 셔브룩대 교수 연구진이 개발한 아이스 다트(Ice Dart) 드론이 아이슬란드의 피알스요쿨(Fjallsjökull) 빙하 앞을 떠다니는 가파른 빙산에 안전하게 착륙했다"고 19일 밝혔다.

빙하는 육지에 내린 눈이 쌓여 단단하게 굳은 것이다. 빙산은 빙하에서 떨어져 나와 떠다니는 얼음덩어리다.드론은 섭씨 0~10도에서 초속 최대 3m로 58도 경사의 빙산에 착륙했다. 시속 30㎞의 강풍 속에서도 100% 성공률을 기록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지난 6월 국제 학술지 'IEEE 현장 로봇공학 논문집'에 게재됐다.

북극의 빙산에 내려앉은 아이스 다트 드론./캐나다 셔브룩대

◇고양이 발톱 모방한 다리의 가시

아이스 다트는 탄소 섬유로 만들어 무게가 2.65㎏에 불과하다. X자 형태로 배열된 네 다리가 피벗 조인트를 통해 본체에 연결돼 있다. 피벗 조인트는 사람 아래위 팔뼈처럼 한쪽 원통형 축이 다른 축과 고리 안에서 좌우나 회전 운동을 하는 형태이다. 고정식 다리는 착륙할 때 충격을 온전히 받지만, 피벗 조인트를 가진 다리는 에너지를 분산시켜 충격을 줄일 수 있다.

빙산에 착륙하려면 충격 완화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평평한 곳이라면 네 발로 쉽게 착지하지만, 빙산은 표면이 미끄럽고 경사도 심하다. 자칫하면 미끄러져 바다에 떨어지기 십상이다. 아이스 다트는 미끄러운 빙산에 착륙하기 위해 다리에 또 다른 무기를 장착했다. 아이스 다트는 다리에 달린 가시를 이용해 이름 그대로 얼음에 투척창처럼 박힌다.

드론은 다리마다 얼음 속으로 파고들어 접지력을 만드는 접이식 가시를 두 개씩 장착했다. 논문 제1 저자인 아이작 터니(Isaac Tunney) 박사는 "드론 발에 달린 접이식 가시는 고양이의 발톱이 필요할 때만 펼쳐지는 데서 영감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더 크고 굵은 가시는 하중이 더 많이 실리는 내리막 발에 작동하고, 작고 가는 가시는 오르막 발에서 작동한다. 아이스 다트는 가시 덕분에 거의 60도에 달하는 빙벽 경사면에도 매달릴 수 있다.

데스비앙 교수는 드론이 필요한 곳이 갈수록 늘고 있지만 안전하게 착륙할 곳이 부족해 활용도가 떨어진다고 말했다. 평평한 곳이 아니어도 착륙할 수 있다면 그런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 연구진은 이미 빠르게 달리는 트럭은 물론 트레일러, 보트, 가파른 지붕 위에도 착륙할 수 있는 드론인 다트를 개발했다. 충격 흡수 장치와 역추진력을 결합한 덕분이다. 아이스 다트는 여기에 착륙지의 경사도까지 극복했다.

캐나다 셔브룩대 연구진이 개발한 드론이 발톱을 이용해 달리는 트럭 위에 내려앉았다./캐나다 셔브룩대

◇빙하 붕괴와 빙산 추적 연구에 도움

빙벽에 달라붙는 드론은 북극과 남극의 온난화 추이를 연구하는 데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지구 온난화가 가속화되면서 빙하가 붕괴하는 속도가 빨라지고 있지만 과학자들이 현장에 접근하기 어렵다. 이미 드론을 띄워 극지 연구에 활용하고 있지만 체공 시간에 한계가 있다. 아이스 다트는 아예 빙산에 달라붙어 사람을 대신해 빙하에서 떨어진 빙산이 어느 정도 규모이고 어디로 가는지 추적할 수 있다.

데스비앙 교수는 "호버링(hovering·정지 비행) 대신 착륙할 수 있는 능력은 현장에서 드론이 활용되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다"며 "일단 착륙하면 에너지 소비량이 급격히 줄어 소형 기체로도 훨씬 더 오래 관측할 수 있고, 환경 관측에 방해가 되는 소음과 열도 없앨 수 있다"고 말했다. 아이스 다트가 빙산에 착륙하면 몇 달까지 공중 감시보다 훨씬 더 상세한 관측 데이터를 제공할 수 있다.

윌리엄 하코트(William Harcourt)는 스코틀랜드 애버딘대 교수는 "드론이 얼음에 붙어 있으면 바다에 맞닿아 있는 빙하에서 얼음 덩어리가 떨어져 나올 때 어느 정도 힘이 어떻게 작용하는지 측정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실제 연구 현장에 적용되려면 가파른 얼음에 붙은 드론의 안테나가 수평을 유지하지 못하는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안테나가 수평을 유지해야 얼음 덩어리의 3차원 변화를 측정해 빙산의 움직임을 추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참고 자료

IEEE Transactions on Field Robotics(2026), DOI: https://doi.org/10.1109/TFR.2026.3698411

Journal of Field Robotics(2025), DOI: https://doi.org/10.1002/rob.7006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