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생대에도 지금처럼 똥이 해양 생태계를 풍성하게 하는 비료 역할을 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원시 해양 동물들의 배설물을 통해 전례 없이 많은 유기물이 바다로 퍼져 동물 종류를 폭발적으로 증가시켰다는 주장이다. 오늘날 고래나 펭귄 같은 동물의 배설물이 해양 생태계의 영양 순환에 기여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러셀 비크넬(Russell Bicknell) 호주 플린더스대 교수와 줄리앙 키미그(Julien Kimmig) 독일 카를스루에 주립 자연사박물관 큐레이터는 "전 세계 곳곳의 퇴적층에서 캄브리아기(期)에 소화관과 배설물 화석의 크기와 복잡성이 모두 증가했다는 증거를 발견했다"고 지난 4일(현지 시각) 국제 학술지 '생태학과 진화 동향'에 실린 논문에서 밝혔다.

고생대 캄브리아기인 약 5억 4000만 년 전부터 지구에서 유래 없는 속도로 수많은 동물이 나타났다. 바로 캄브리아기 생물 대폭발이다. 삼엽충이 대표적인 예이다. 2000만년 동안 지구상 주요 동물 집단이 대부분 출현했다. 동물의 구조도 복잡해졌다. 눈과 발톱, 이빨이 생겨났고, 더듬이·지느러미·꼬리도 이때 나타났다.

캄브리아기 지층에서 나온 다양한 배설물 화석들. 당시 배설물이 해양 생태계에 비료 역할을 해서 캄브리아기 생물 대폭발을 불렀다는 주장이 나왔다./Trends in Ecology & Evolution

◇배설물 커지고 소화기관도 복잡해져

지금까지 과학자들은 왜 캄브리아기에 동물이 급증했는지 아직 정확히 밝히지 못했다. 해양 산소 농도가 급증한 덕분이라고 하거나, 기후 안정화나 자원을 두고 벌어진 경쟁이 진화 속도를 높였다는 주장도 있었다. 연구진은 당시 해양 생태계에 유기물이 풍부해지면서 생물 대폭발을 불렀다고 추정했다.

유기물의 출처는 원시 해양 동물들의 배설물이라고 봤다. 오늘날 심해 생물들이 해수면에서 떨어지는 배설물에 의존한다는 점에 착안했다. 연구진은 가설을 검증하기 위해 당시 지층에서 나온 분석(糞石)을 조사했다. 분석은 동물의 배설물이 굳어 돌같이 된 화석으로, 영어로는 코프로라이트(coprolite)라고 한다. 분석을 조사하면 소화기관의 발달 과정도 알 수 있다.

연구 결과 전 세계 퇴적층 35개 이상에서 소화기관과 분석의 크기와 복잡성이 모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비크넬 교수는 "분석은 ㎜보다 작은 알갱이부터 껍질이나 다른 동물의 조각이 들어 있는 ㎝ 크기까지 다양해졌다"며 "이와 함께 초기 절지동물의 소화기관도 복잡해지면서 다양한 음식을 처리할 수 있는 내장과 소화샘이 진화했다"고 설명했다.

동물은 6억년 전 에디아카라기에 처음 출현했다. 이후 캄브리아기 초기에 복잡한 소화기관과 배설물의 화석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소화기관이 발달하면서 더 다양한 먹이를 먹고 배설물 속 유기물도 풍부해졌다. 비크넬 교수는 "화석 기록을 보면 먹이 섭취 전략의 진화가 유기물과 영양소의 생산, 분배와 밀접하게 연관돼 오늘날 식량 생산에 비료를 쓰는 것과 같은 환경을 조성했음이 분명하다"고 밝혔다.

물론 이 역시 하나의 이론이다. 배설물 증가가 먼저인지, 동물 다양성 증가가 먼저인지 밝혀내기 어렵다고 비판하는 과학자도 있다. 하지만 오늘날 동물 배설물이 해양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보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시나리오로 볼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배설물의 진화 과정을 보여주는 연대표. 대략 5억 6000만 년 전부터 5억 년 전 사이, 동물의 소화기관과 배설물은 큰 변화를 겪었다. 이와 함께 이 시기 동물 화석도 급증했다./Trends in Ecology & Evolution

◇바다 살리는 고래와 펭귄 배설물

동물 배설물에 포함된 철분은 오늘날 해양 생태계를 비옥하게 하는 비료가 된다. 미국 버몬트대와 하버드대 공동 연구진은 2010년 '플로스 원'에 고래가 영양물질을 바다 깊은 곳에서 표층으로 뽑아 올리는 펌프 역할을 한다고 발표했다.

고래는 바다 밑바닥에서 먹이사슬 가장 아래에 있는 갑각류 크릴을 먹고 수면으로 올라와 배설한다. 이때 크릴의 몸에 있던 철분이 고래 배설물을 통해 수면에 퍼진다. 식물성 플랑크톤은 철분을 흡수해 급격히 늘어난다. 크릴과 작은 물고기는 이 플랑크톤을 먹고 자라고, 다시 고래와 더 큰 물고기의 먹이가 된다.

고래 똥이 해양 생태계를 먹여 살린다는 사실은 역으로 고래 개체수 감소를 통해 입증됐다. 1910년부터 1970년까지 남극해에서 수염고래 150만마리가 포경선에 희생됐다. 고래가 사라지면 먹잇감이던 크릴이 늘어날 것으로 생각했지만 결과는 정반대였다. 크릴 개체수도 20세기 중반 이후 80% 이상 급감했다. 고래 똥이 사라지자 바다의 생산력도 감소한 것이다.

남극해는 펭귄 똥의 감소로 위기를 맞았다. 2023년 스페인 안달루시아 해양과학연구원은 펭귄 똥이 사라지면서 남극 생태계가 위기를 맞았다고 발표했다.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에 실린 논문에 따르면 턱끈펭귄이 1980년보다 절반으로 줄어들면서 남극해로 보내는 철분 양도 그만큼 감소했다.

고래와 펭귄의 똥이 줄면 바다의 온실가스 흡수도 감소한다. 식물성 플랑크톤은 광합성을 통해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죽어서 바다 밑으로 가라앉아 격리한다. 전 세계 바다는 매년 인간이 배출한 탄소의 30%를 이렇게 흡수한다. 고래나 펭귄 똥이 줄어들면 플랑크톤이 제대로 자라지 못해 탄소 흡수도 감소한다고 볼 수 있다. 예나 지금이나 똥은 바다에 소중한 존재이다.

참고 자료

Trends in Ecology & Evolution(2026), DOI: https://doi.org/10.1016/j.tree.2026.06.013

Nature Communications(2023), DOI: https://doi.org/10.1038/s41467-023-37132-5

PLoS ONE(2010), DOI: https://doi.org/10.1371/journal.pone.00132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