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서울 중구 조선일보 본사에서 만난 큐로셀의 김건수 대표. 그가 국내 개발 제42호 신약이자 국내 최초 국산 CAR-T 치료제 '림카토'를 들어보이고 있다. /장경식 기자

아버지는 70세 나이에 간암으로 꼬박 10년을 투병하다 2015년 세상을 떠났다. 면역 항암제, 경동맥 화학 색전술 같은 치료를 수차례 받았지만, 어느 날 병원에선 "더는 방법이 없다"고만 했다.

첫 국산 개인 맞춤형 자가 유래 T세포(CAR-T) 면역 항암제를 개발한 '큐로셀'의 김건수(51) 대표는 당시를 떠올리며 "더는 아버지를 치료할 기회가 없다는 사실에 참으로 황당하고 허망했다"고 했다. 지난 5일 서울 중구 본지 사무실에서 만난 그는 "환자와 가족에게 '또 한 번의 치료 기회'가 얼마나 소중한지 그때 절감했다"면서 "내가 국산 CAR-T 치료제 개발에 매달렸던 이유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큐로셀은 올해 국내 신약 개발 역사를 새로 쓴 바이오 벤처 기업이다. 지난 4월 국내에선 처음으로 CAR-T 치료제를 개발, 신약으로 허가받았다. 제품명은 '림카토(성분명 안발캅타젠오토류셀)'. 42번째 국산 신약이기도 하다.

T세포는 우리 몸의 감시 역할을 하는 백혈구 일종으로 암세포를 찾아 죽이는 역할을 한다. CAR-T 치료제는 환자의 T세포를 채취해, 암세포를 잘 인식하도록 유전공학적으로 개조한 뒤 다시 환자 몸에 주입하는 맞춤형 면역세포 항암제다. T세포에 암을 찾도록 내비게이션을 달아 환자 몸에 다시 주입하는 방식이다. 현재는 혈액암에 대해서만 개발되어 있다. 한 번 투약만으로 말기 혈액암을 치료할 수 있다. 림카토가 나오기 전까지 국내 환자들은 해외에서 생산된 CAR-T 치료제에 의존해왔다.

김 대표는 큐로셀을 2016년 12월에 창업했다.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이듬해다. 본래는 연세대 생명공학과 학·석사를 마친 뒤, 한화석유화학 중앙연구소, LG화학, 차바이오텍 등에서 신약 개발과 R&D 전략 기획 등을 맡아왔다. 아버지 투병을 지켜보며 뒤늦게 면역 항암제를 파고들었고, CAR-T 치료제에 대해서도 알게 됐다. 그는 "CAR-T 치료제가 미국에서 처음 허가된 게 2017년이다. 2015년만 해도 국내에서 CAR-T는 무척 낯선 기술이었다"고 했다.

CAR-T 치료제는 림프종, 백혈병, 다발성 골수종 같은 혈액암 환자들이 기존 항암 치료를 받은 후에도 낫지 않거나 재발했을 때 마지막으로 시도할 수 있는 방법으로 꼽힌다. 단 한 번의 투약으로 기존 치료에 실패한 환자 중 30~40%가 완치를 경험한다. 김 대표는 "당시로선 그야말로 혁신적인 기술이었다. '아, 이건 내가 직접 개발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해외에서 CAR-T 치료제 연구를 해본 이들부터 수소문했다. 김찬혁 당시 KAIST 생명과학과 교수(현 서울대 첨단융합학부 교수), 심현보 이화여대 생명과학과 교수 등을 만났고, 2016년 큐로셀을 설립했다. 2017년엔 대표이사에 올라 본격적으로 신약 개발을 시작했다. 개발은 난관의 연속이었다. 김 대표는 "국내에선 처음으로 CAR-T 치료제를 개발하는 것이다 보니 하나부터 열까지 쉬운 게 없었다.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준비해야 임상 허가를 받을 수 있을까'를 가늠하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고 했다.

2021년 2월 식약처에서 임상 허가를 받고 환자를 모집했다. 보통 임상은 필요한 환자를 모으기까지 시간이 꽤 걸리지만, 림카토 임상은 달랐다. 필요한 환자가 순식간에 모였다. 당시 외국에서 들어온 CAR-T 치료제에 대한 국내 보험 승인이 아직 떨어지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이다.

"한 번 투여하는 데 3억6000만원쯤 하는 약이었어요. 보통 환자들은 접근하기 어렵죠. 이런 상황에서 국산 CAR-T 치료제 임상을 시작한다니까, 치료제를 간절히 기다렸던 환자들이 우리를 찾아온 거죠." 그해 4월에 환자 투여를 시작, 2023년 10월에 임상 2상을 마쳤다.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외국의 CAR-T 치료제를 투여했을 때 암이 전부 없어질 확률이 39%라면, 림카토의 경우엔 67%에 달했다.

2024년 12월 신약 허가를 신청, 지난 4월 국내 최초 CAR-T 치료제 품목 허가를 받았다. 김 대표는 "임상을 끝까지 지속하려면 돈과 시간이 사실 많이 든다. 그래도 기술 수출보단 국내에서 상업화까지 성공시켜보고 싶었다. 이를 통해 전 세계에 치료제를 수출하는 글로벌 기업으로 거듭나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차세대 CAR-T 치료제 개발에도 돌입했다. 기존 CAR-T 치료제는 혈액암을 대상으로 한다. 암 환자의 90%를 차지하는 고형암(위암, 폐암, 간암 등)을 겨냥하는 새로운 형태의 CAR-T 치료제를 개발하는 것이 목표다. 조만간 중국에서 임상을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김 대표는 "우리 치료제를 맞고 암이 완치된 환자 얘기를 처음 들었던 순간이 지금도 생생하다"고 했다. "그 감격 때문에라도 신약 개발을 지속할 겁니다. 해볼 만하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