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바이러스와 mRNA, 백신 주사 이미지. 바이온텍과 화이자, 모더나의 코로나 백신은 코로나바이러스의 돌기를 만드는 mRNA를 인체에 주사해 면역반응을 유발한다./미 오리건주

mRNA를 세포 안에서 더 오래 유지시켜 백신이나 치료제의 효과를 높일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국내 연구진이 찾아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기초과학연구원(IBS)의 김빛내리 RNA연구단장 연구팀이 척추동물을 감염시키는 바이러스 337종을 대규모 분석해 RNA의 안정성과 단백질 생산을 높이는 조절 요소들을 찾아냈다고 14일 밝혔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셀(Cell)'에 이날 게재됐다.

mRNA는 세포에 특정 단백질을 만들라는 정보를 전달하는 일종의 '설계도'다. 코로나19 mRNA 백신도 인체에 mRNA를 넣어 코로나 바이러스 단백질을 만들게 하고, 이를 접한 면역계가 바이러스에 대비하도록 하는 원리다. mRNA 약점은 세포 안에서 쉽게 분해된다는 점이다. 이를 지연시키는 역할을 하는 '폴리(A) 꼬리'가 mRNA 말단에 붙어 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폴리(A) 꼬리가 짧아지면 mRNA도 빠르게 분해된다.

연구진은 숙주 세포 안에서 살아남아 증식하기 위해 자신의 RNA를 보호하는 다양한 방법을 발달시켜온 바이러스에 주목했다.

연구진은 척추동물 감염 바이러스 337종의 유전체를 약 20만 개 RNA 조각으로 나눠 합성한 뒤, 각각이 mRNA의 안정성과 단백질 생산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대규모로 분석했다. 그 결과 세포의 RNA 조절 효소인 'TENT4'를 이용해 RNA를 안정시키는 조절 요소 23개를 찾아냈다. 연구진은 숙주 세포의 RNA 꼬리 조절 효소를 이용해 RNA를 안정시키는 바이러스의 조절 요소를 '테일론(tailon)'이라고 이름 붙였다.

특히 뱀장어 피코르나바이러스에서 발견한 'Pt1'이라는 테일론은 'PAP'라는 효소를 끌어들여 짧아지는 폴리(A) 꼬리에 아데닌을 다시 붙였다. 닳아 없어지는 mRNA의 '보호 꼬리'를 계속 보충하는 셈이다.

연구진이 Pt1을 일반적인 '선형(線形) mRNA'에 붙이자 효과가 뚜렷했다. 처음 60개였던 폴리A 꼬리는 194개까지 늘어났다. mRNA가 절반으로 줄어드는 데 걸리는 시간인 반감기도 7.6시간에서 23.1시간으로 약 3배 길어졌다.

Pt1은 RNA를 오래 살릴 뿐 아니라 단백질 생산도 늘렸다. 연구진이 여러 종류의 세포에서 Pt1을 붙인 mRNA를 시험한 결과 간세포와 면역세포, 근육세포 등에서 단백질 생산량이 크게 증가했다.

연구진은 앞으로 여러 종류의 테일론이 어떤 단백질과 결합해 작동하는지 구체적인 원리를 밝히고, 실제 mRNA 치료제의 성능을 높일 수 있는지 추가로 검증할 계획이다. 희귀질환과 암 치료용 mRNA 기술에 적용하는 연구도 추진한다.

김빛내리 IBS RNA연구단장은 "바이러스가 숙주 세포의 RNA 조절 시스템을 이용하는 정교한 전략을 대규모로 밝혀냈다"며 "발굴한 조절 요소들은 기존 mRNA 치료 기술의 한계를 극복하고 약효 지속성을 높이는 강력한 도구가 될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