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드라마 '왕좌의 게임'에서 주인공이었던 존 스노우. 그가 속한 북부 스타크 가문은 늘 "겨울이 오고 있다"고 말하면서 위기에 대응했다. 뇌의 스타크 가문인 듯 피부가 보낸 추위 신호를 가장 먼저 감지하고 대응하는 뉴런들이 발견됐다./HBO

미국 드라마 '왕좌의 게임'에서 북부를 다스리는 스타크 가문은 "겨울이 오고 있다"는 말을 되뇌며 언제 닥쳐올지 모르는 고난과 역경에 대비했다. 마치 뇌의 스타크 가문인 듯 피부에서 올라온 추위 신호를 가장 먼저 감지하고 인체 방어 반응을 이끄는 뉴런(신경세포)들이 발견됐다.

김성연 서울대 화학부 및 유전공학연구소 교수 연구진은 "피부가 감지한 추위 정보를 수신하고 신체 방어 반응을 일으키는 뇌 뉴런들을 동물실험에서 발견했다"고 13일 국제 학술지 '네이처 메타볼리즘'에 발표했다. 연구진은 후뇌 부완핵(PB)에 있는 이 신경세포 집단을 '부완핵 차가움(PBCold) 뉴런'이라고 이름 붙였다.

후뇌는 뇌의 아랫부분으로 척수와 연결된다. 생명 유지와 몸의 균형을 도맡고 있다. 연구진은 온도가 낮아질수록 생쥐의 후뇌에서 차가움 뉴런의 활성이 증가한다고 밝혔다. 특히 차가움 뉴런이 작동하면 생쥐는 식욕이 늘어 더 먹었지만 체중은 늘지 않았다. 이번 발견이 맘껏 먹어도 살이 안 찌는 비만약의 단서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후뇌 부완핵 차가움 뉴런의 작동 과정./자료 네이처 메타볼리즘, 챗GPT 생성 이미지

◇몸 떨어 발열, 식욕 늘려 칼로리 보충

온도 변화는 피부가 먼저 감지한다. 피부에서 전기를 띤 이온들이 오가는 통로인 트립(TRP) 단백질이 그 일을 한다. 트립M8은 추위, 트립V1은 열을 감지한다. 온도가 내려가지 않아도 박하가 시원한 느낌을 주는 것은 멘톨 성분이 트립M8을 열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고추의 캡사이신이 트립V1을 열면 뜨겁다고 느낀다.

연구진은 차가움 뉴런들이 피부에서 온 추위 신호를 다른 뇌 영역으로 전달할 뿐만 아니라 추위에 대응하는 신체 반응까지 유발한다는 사실을 밝혔다. 차가움 뉴런이 작동하면 춥지 않아도 생쥐가 더 따뜻한 곳을 찾았고, 갈색 지방에서 열이 더 발생했다. 늘어난 에너지 소비를 보충하듯 식욕도 증가했다. 추위를 이기기 위한 신체 반응을 유도한 것이다.

반대로 차가움 뉴런을 억제하자 추위에 대한 반응이 모두 약화됐다. 생쥐는 온도가 내려가도 따뜻한 곳을 적극적으로 찾지 않았고, 몸을 데우기 위한 여러 체온 유지 반응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저온에서 생쥐의 생존 시간도 크게 줄었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 결과는 부완핵 차가움 뉴런이 다양한 체온 조절 반응을 통합적으로 조율하는 지휘자 역할을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추위 감각이 뇌에서 어떻게 처리되고 몸을 보호하는 반응으로 이어지는지 통합적으로 설명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동시에 체온 조절 이상과 비만, 대사 질환을 치료하는 데 전기를 마련할 수 있다는 기대도 나왔다.

차가움 뉴런을 발견한 서울대 연구진. 왼쪽부터 교신저자인 김성연 교수, 공동 제1 저자인 정시은 박사, 안나 콘다우러바 연구원./서울대

◇맘껏 먹어도 살 안 찌는 비만약 가능성도

차가움 뉴런은 몸을 데우는 신체 반응뿐 아니라 쾌적함과 같은 감정적 측면에도 관여했다. 무더위에 에어컨을 켜면 뇌의 보상 회로에서 도파민이 분비돼 긍정적 감정이 유발된다. 부완핵 차가움 뉴런을 차단하자 이런 반응이 크게 줄었다. 이는 실제 주변 온도를 낮추지 않고도 차가움 뉴런을 조절해 더위에 대한 신체 반응을 변화시킬 수 있음을 보여준다.

생쥐는 더울 때 몸을 쭉 펴는 체온 조절 행동을 보인다. 연구진이 생쥐의 차가움 뉴런을 자극하자 이런 행동이 사라졌다. 온도 변화가 없어도 뇌에 추위 신호를 줘 덥지 않다고 느낀 것이다. 온열 질환과 같이 체온이 과도하게 상승한 상황에서는 반대로 차가움 뉴런의 활동을 억제해 열 생산과 보존을 줄이는 것이 새로운 치료 전략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특히 마음껏 먹고도 체중을 유지하는 새로운 비만 치료법도 만들 수 있다. 연구진이 4주간 차가움 뉴런을 자극하자 생쥐가 먹는 양이 50% 늘었지만 체중은 늘지 않았다.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 에너지 소비가 늘었기 때문이다. 이를 선택적으로 조절할 수 있다면 새로운 비만 치료제의 표적이 될 수 있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기초연구실 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아 진행됐다. 김 교수는 논문의 교신저자이다. 현재 미국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대(UCSF)에서 박사후연구원으로 있는 정시은 박사와 김 교수 연구실의 대학원생인 안나 콘다우러바 연구원이 공동 제1 저자로 등재됐다.

참고 자료

Nature Metabolism(2026), DOI: https://doi.org/10.1038/s42255-026-0156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