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기술 분야의 정부 출연(出捐) 연구 기관 연구원들이 스스로 연구비를 따고 인건비를 충당해야 했던 이른바 'PBS(Project-Based System·연구 과제 중심 운영) 제도'를 정부가 폐지하겠다고 선언한 지 1년이 지났다. 연구 자율성을 높이고 단기 과제에 매몰되지 않도록 돕겠다는 취지였다.
출연연 연구자들은 그러나 여전히 연구 환경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고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출연연과학기술인협의회총연합회 정책연구소가 국내 출연연 연구자 1126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 환경 인식 조사'에 따르면, 연구자 10명 중 8명은 "현재의 보상 체계로는 우수 인재를 확보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또한 이들은 연구 환경 전반을 평가할 때도 5점 만점에 2점대 정도의 점수를 줘 낮은 만족도를 나타냈다. 연구자의 자율성을 확실히 보장하고 합리적인 보상 체계를 구축하는 이른바 '포스트-PBS'를 위한 환경 구축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출연연 10명 중 8명 "우수 인재 확보 어렵다"
국내 연구자 다수는 이번 인식 조사에서 현재 우리나라의 정부 출연 기관들이 우수 연구자를 유지하고 신진 연구 인력을 유치하기 위한 충분한 경쟁력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전체 응답자 1126명 중 877명은 '국내 출연연이 인재 유치를 위한 경쟁력이 있다고 보는가'란 질문에 '그렇지 않다(449명)' 또는 '매우 그렇지 않다(428명)'로 대답했다. 전체의 77.9%로 10명 중 8명이 국내 출연연의 인재 유치 경쟁력을 우려하는 대답을 내놓은 것이다.
응답자 대부분은 우수 인재를 유치하는 데 가장 어려운 부분으로 '민간 기업 대비 낮은 보상 수준(81.5%)'을 꼽았다. 대학보다 연구 자율성이 부족한 점(46.4%)도 주요 원인으로 지적했다. 이들은 또한 국내 출연연의 보상 수준이 일반 대학의 64.5%, 민간 기업의 48.3%, 해외 연구 기관의 46.5%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고 봤다. 출연연이 우수 연구 인력을 유치하고 계속 데려오려면 기본 보수 수준을 경쟁 가능한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한다는 주장이다.
응답자들은 현재 연구 환경에 대해서도 낮은 만족도를 표시했다. 연구의 질을 반영하는 성과 평가 체계는 5점 만점에 2.39점을 줬다. 연구 몰입 환경(2.48점), 연구 자율성(2.62점), 연구 협력성(2.55점), 연구 행정 부담 수준(2.63점), 민간 기업과 비교했을 때의 연구 경쟁력(2.55점) 등 모든 평가 항목에서 2점대 점수를 줬다.
◇"포스트-PBS 시대엔 연구 지속성 지켜달라"
응답자들은 기존 PBS 제도가 장기·도전적 연구를 안정적으로 지원하지 못했던 만큼 PBS를 폐지한 이른바 '포스트-PBS 시대'를 맞아선 안정적 연구 수행(54.9%), 장기 연구 확대(49.9%), 연구 몰입도 향상(39.3%), 국가 임무 수행 강화(37.7%) 등을 기대한다고 대답했다. 장기·도전적 연구를 안정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연구 재원을 마련하고 이에 걸맞은 연구 사업 운영 체계가 하루빨리 갖춰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를 위해 '앞으로 국가 임무 중심 연구를 우선적으로 맡되, 각종 수탁 사업은 보완적으로 유지해야 한다'고 답한 응답자가 37.6%로 가장 많았다. '국가 임무 중심 연구와 수탁 사업을 균형적으로 운영해야 한다'는 의견은 25.8% 정도였다. 반면 '수탁 사업을 연구 자율성과 연구 기회 확대를 위해 더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은 7%에 그쳤다. 단기·소액 과제 중심 연구에서 장기·대형 과제 중심으로 연구 무게 중심이 옮겨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