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력한 태양폭풍이 닥쳤을 때 우주인이 받는 방사선량을 최대 60%가량 줄여주는 '방사선 조끼'의 효과가 실제 우주비행 실험을 통해 확인됐다.
미 항공우주국(NASA)과 독일항공우주센터(DLR), 록히드 마틴 스페이스 등 국제 연구진은 NASA의 무인 달 탐사 임무 '아르테미스 1′에 실린 방사선 차폐 조끼 '아스트로래드(AstroRad)'의 성능을 분석한 결과를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13일 발표했다.
달과 화성을 향하는 우주인에게 위협적인 존재 중 하나는 우주 방사선이다. 지구에서는 자기장과 대기가 방패 역할을 하지만, 먼 우주에서 고에너지 입자가 한꺼번에 쏟아지는 태양폭풍을 만나면 짧은 시간에도 상당한 양의 방사선에 노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태양 폭풍의 발생 시점과 강도를 정확히 예측하기 어렵다. 따라서 장기간 심우주에 머무는 우주인에게는 일상적으로 누적되는 방사선뿐 아니라, 갑작스럽게 닥치는 강력한 태양폭풍에도 대비할 방법이 필요하다.
연구진은 아르테미스 1의 오리온 우주선에 사람의 조직과 비슷한 재질로 만든 인체 모형 '조하르'와 '헬가'를 태웠다. 조하르에는 아스트로래드를 입혔고, 헬가는 보호 장비를 착용하지 않았다. 모형은 유방과 난소 등이 방사선에 민감하다는 점을 고려해 여성 신체를 기준으로 제작됐고, 내부 곳곳에는 방사선량을 측정하는 장치 1만2000개를 설치했다.
아스트로래드는 몸에 맞춰 움직일 수 있는 유연한 조끼 형태로, 내부에는 방사선 차폐 성능이 높은 고밀도 폴리에틸렌 소재가 들어간다. 골수와 주요 장기처럼 방사선에 취약한 부위를 집중적으로 보호하도록 설계됐다.
연구진은 우주선이 지구 주변의 강한 방사선 지역인 밴앨런대를 통과하며 얻은 측정값을 바탕으로, 과거 실제 태양폭풍이 발생했다면 어느 정도의 보호 효과가 있었을지를 계산했다. 그 결과, 1972년 8월 수준의 강력한 태양입자폭풍에서는 우주인이 받는 방사선량을 약 60%, 1989년 10월 수준에서는 약 40% 줄일 수 있는 것으로 추정됐다.
이 결과를 장기간의 우주 방사선 노출량으로 환산하면 각각 최대 193일과 131일 치의 심우주 방사선을 피하는 것과 비슷하다.
착용형 차폐 장비가 실용화되면 태양폭풍이 발생했을 때 우주인의 활동 방식도 달라질 수 있다. 우주선 내부의 별도 방사선 대피 공간에만 머무는 대신, 조끼를 착용하고 필요한 작업을 이어가는 방식이다.
연구진은 "미래의 유인 심우주 탐사 임무의 성공은 태양 폭풍의 방사선으로부터 우주비행사를 보호하는 데 달려 있다"며 "아스트로래드와 같은 착용형 차폐 장치가 안전하고 지속 가능한 심우주 탐사에 필수 요소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참고 자료
Science Advances(2026), DOI: https://doi.org/10.1126/sciadv.adz189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