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 위에서 아스팔트 바닥으로 추락한 로봇이 망가지기는커녕 몸의 형태를 회복해 다시 앞으로 굴러간다. 몸 전체가 찌그러졌다가 원래 모습으로 돌아오며 충격을 흡수하는 로봇이 개발됐다. 향후 달·화성 같은 행성 표면이나 재난 현장에 투입하는 탐사 로봇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윌리엄 존슨 연구팀·네이처 머신 인텔리전스

미국 예일대와 럿거스대, 프린스턴대 등 공동 연구진은 5.7m 높이에서 아스팔트 바닥으로 떨어진 뒤에도 이동을 재개할 수 있는 로봇 '트라이바(Tribar)'를 개발했다고 국제 학술지 '네이처 머신 인텔리전스'에 지난 10일(현지 시각) 발표했다.

트라이바는 사람처럼 생긴 로봇이 아니다. 볼펜 세 자루를 고무줄로 엮어 놓은 듯한 모습이어서 장난감처럼 보인다. 일반 로봇이 뼈와 관절을 단단히 이어 붙인 구조라면, 트라이바는 단단한 막대들을 팽팽한 탄성 줄로 연결한 것과 비슷하다. 막대끼리 직접 맞닿지 않고 줄의 당기는 힘으로 형태를 유지해, 떨어져도 몸 전체가 쿠션처럼 찌그러지며 충격을 흡수한다. 이를 '텐세그리티(tensegrity)' 구조라고 한다. 로봇의 몸 전체가 거대한 완충 장치 역할을 하는 셈이다.

트라이바에는 케이블을 감거나 푸는 모터 6개가 들어 있다. 모터가 케이블 길이를 바꿔 몸의 형태를 변형하면 무게중심이 한쪽으로 이동해 쓰러지듯 구른다. 이 동작을 반복해 앞으로 가거나 방향을 바꾼다.

연구진의 실험에서 트라이바는 잔디와 얼음, 자갈, 모래 위를 이동했다. 최대 28도 경사면도 올랐다. 연구진에 따르면 기존에 보고된 텐세그리티 로봇 가운데 가장 가파른 경사면 등반 기록이다. 최고 이동 속도는 초속 11㎝였다.

가장 주목받은 것은 추락 실험이었다. 트라이바는 야외에서 2m 높이 절벽 아래로 굴러떨어진 뒤 몸의 형태를 회복해 계속 이동했다. 이어 5.7m 높이의 다리에서 아스팔트 바닥으로 수직 낙하하고도 다시 움직였다. 연구진에 따르면 낙하 높이의 절대값을 기준으로 기존 텐세그리티 로봇 가운데 가장 높은 기록이다. 약 12m 높이의 절벽에서도 파손되지 않았지만, 낙하 도중 식물과 절벽 면에 여러 차례 부딪혀 속도가 줄었기 때문에 수직 낙하 기록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트라이바가 주변을 직접 보고 길을 찾아가는 완전한 자율 로봇은 아니다. 자신의 자세와 몸의 변형은 내부 센서로 파악했지만, 경로를 스스로 따라가지 못하고 외부 카메라와 컴퓨터의 도움을 받았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트라이바가 충격에 강하고 유연한 로봇을 개발하는 후속 연구의 기준 모델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