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오후 3시 34분, 5t에 육박하는 스페이스X 팰컨9 로켓 상단부가 시속 약 8700㎞로 달 표면을 때렸다. 충돌 지점은 달 서쪽 가장자리의 아인슈타인 분화구 인근. 충돌 에너지는 TNT 약 3t이 한꺼번에 폭발하는 것과 맞먹는 것으로 추정됐다. 당시 밤이었던 미국에서는 수많은 이가 충돌 순간을 찍으려고 망원경으로 달을 겨눴지만 아무도 포착하지 못했다. 이번 충돌 지점을 세계 최초로 촬영한 주인공은 달 궤도를 도는 한국의 탐사선 '다누리'였다. 앞서 뉴욕타임스는 "다누리가 충돌 지점을 촬영했더라도 이를 정확히 찾아내는 것은 건초더미에서 바늘을 찾는 격"이라며 식별에 며칠에서 몇 주가 걸릴 수 있다고 전망했는데, 우주항공청과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팰컨9 충돌 하루 만에 사진을 공개한 것이다. 우주항공청은 "다누리와 충돌 지점의 거리는 350㎞ 정도였다"며 "서울 상공 150㎞에서 시속 5400㎞로 비행하며 부산의 충돌을 촬영한 것과 비슷한 상황"이라고 했다.

그래픽=김현국

◇1년 넘게 떠돌다 달에 충돌

이번 팰컨9은 지난해 1월 달 착륙선 '블루 고스트-1'과 '레질리언스'를 실어 나른 로켓이다. 임무를 마친 뒤 궤도를 바꿀 만큼 로켓 연료가 남아 있지 않아 1년 넘게 떠돌다 달로 추락한 것이다. 이번 충돌로 달에 지름 27m, 깊이 5m의 충돌구가 생겼을 것으로 추정된다. 우주발사체가 달에 떨어진 것이 처음은 아니다. 앞서 2022년 중국의 로켓 상단부가 달 뒷면에 떨어져 지름 28m의 이중 충돌구를 만든 적이 있다. 문제는 이런 충돌이 앞으로 더 많아질 것이라는 점이다. 우주 경쟁을 벌이는 국가들과 민간 기업들이 잇따라 달 탐사선을 보내고 있고, 앞으로 수십 개의 착륙선과 탐사 로봇(로버)이 달에서 동시에 활동하는 시대가 오면 우주 물체의 달 충돌이 재난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아폴로 발자국' 등 유적 무사할까

이미 달에는 인류의 유산이 곳곳에 남아 있다. 1969년 아폴로 11호를 시작으로 아폴로 12·14·15·16·17호가 달에 착륙했다. 달 표면에는 달착륙선의 하단부와 과학 장비 등이 남아 있고, 우주비행사들의 발자국과 월면차가 지나간 흔적도 있다. 대기와 바람이 거의 없는 달에서는 이런 흔적이 오랫동안 보존될 수 있다.

미국은 2020년 '우주 인류 유산 보호를 위한 한 걸음 법'을 제정했다. 법 이름은 닐 암스트롱이 인류 최초로 달 표면에 첫발을 내디디며 남긴 "한 사람에게는 작은 한 걸음이지만, 인류에게는 위대한 도약"이라는 말에서 따왔다. 이 법은 미 항공우주국(NASA)과 협력해 달에서 활동하는 주체는 아폴로 착륙지를 비롯해 미국이 달에 남긴 유산을 훼손하면 안 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역사 유적지처럼 보호하려는 취지다. 그런데 이를 위협하는 당사자가 미국 기업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이번 스페이스X 로켓의 달 충돌이 보여줬다. 다행히 이번 충돌 지점은 아폴로 착륙지들과 멀리 떨어져 있어 역사적 유산을 위협하지 않았다. 하지만 미국이 2030년까지 달에 기지를 세우겠다는 목표를 내건 상황에서, 앞으로 이런 충돌은 단순한 '달의 흠집'이 아니라 인명과 시설을 위협하는 사고가 될 수 있다.

◇ "로켓 상단부 처리 규범 세워야"

스페이스X는 이번과 같은 충돌이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NASA와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달 탐사선을 실어나르는 로켓(발사체) 상단의 처리에 대한 국제사회의 심층 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지금처럼 자율에 맡기는 데 그치지 말고 확실한 처리를 의무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스페이스X 로켓의 달 충돌 지점과 시각을 예측한 논문의 공동 저자인 김은혁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박사는 "로켓이 탐사선을 분리한 뒤에는 특정 우주 공간으로 이동하도록 하는 방안을 비롯해 달 궤도를 떠도는 로켓의 상단부 처분을 의무화하는 국제 규범을 마련해야 한다"며 "달에 더 많은 탐사선이 운영되고 기지 건설이 추진된다는 점을 고려해 국제사회가 논의를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달의 환경을 오염시키거나 역사적 유산을 훼손했을 때 책임을 어떻게 물을지도 국제사회가 풀어야 할 숙제다. 현행 우주조약은 국가의 우주 활동에 대한 국제적 책임을 규정하고 있지만, 달 자체나 아폴로 착륙지 같은 우주 유산의 훼손을 직접 겨냥한 구체적인 배상·제재 기준은 없다. 고의 또는 실수로 달에 피해를 입혔을 때 책임 범위와 절차를 보다 명확히 하는 국제 규범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