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루이스 캐럴이 1865년 발표한 소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는 정말 이상한 새가 나온다. 무작정 원을 그리며 달리는 경주를 해서 젖은 몸을 말리자고 했다. 출발 신호도 규칙도 없고, 각자 원하는 대로 달리다가 멈추는 엉망진창 경주다. 이 새가 포르투갈어로 바보라는 뜻의 도도새이다.
인도양 모리셔스섬에 살던 도도새는 유럽에 알려진 지 100년도 안 돼 1662년 이후 자취를 감췄다. 사람이 다가와도 도망가지 않아 마구잡이로 희생된 탓이다. 캐나다와 호주 과학자들이 의료 영상 기술로 두개골을 분석했더니 예상과 달리 도도새가 다른 새보다 인지 능력이 떨어지지 않는다고 나왔다.
◇인지력은 비둘기와 유사, 감각 체계는 달라
앤드루 이와니우크(Andrew Iwaniuk) 캐나다 레스브리지대 교수와 베라 바이스베커(Vera Weisbecker) 호주 플린더스대 교수 연구진은 현재 영국과 덴마크, 모리셔스에 하나씩 완전한 형태로 남아 있는 도도새 두개골을 컴퓨터 단층촬영(CT)으로 분석했다. 연구 결과는 지난 5일(현지 시각) 국제 학술지 '린네 학회 동물학 저널'에 실렸다.
린네 학회는 '분류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스웨덴의 식물학자 칼 폰 린네의 이름을 땄다. 그는 1766년 도도새에게 '도두스 이네프투스(Dodus ineptus)'라는 학명을 붙여 바보 이미지를 고착시켰다. 학명은 라틴어로 '어리석은 도도새'라는 뜻이다. 연구진은 이번에 린네의 생각과 달리 도도새가 바보의 뇌를 가지지 않았음을 입증했다.
CT는 X선을 여러 각도에서 투과시켜 찍은 수백 장의 조직 단면 영상을 모아 인체 내부를 입체로 보는 방식이다. 연구진은 도도새 두개골의 CT 영상을 통해 내부의 뇌 구조를 알아냈다. 분석 결과, 인지·기억과 관련된 전뇌(前腦)는 가까운 친척인 비둘기와 차이가 없었다. 먼 곳에서도 집을 찾아올 정도로 뛰어난 항법 능력을 가진 비둘기와 비슷한 지능을 가졌다는 말이다.
도도새가 비둘기와 다른 점은 감각 시스템, 특히 시각에 있었다. 도도새의 뇌에서 시각 정보를 가장 먼저 처리하는 영역인 시각엽이 비정상적으로 작았다. 도도새와 유전적으로 가장 가까운 현생 친척인 니코바르비둘기는 물론 또 다른 멸종 조류인 로드리게스 솔리테어와 비교해도 마찬가지였다. 로드리게스 솔리테어는 인도양 마다가스카르 동쪽 로드리게스섬 고유종으로, 도도새와 마찬가지로 날지 못하는 새였다.
◇파충류와 먹이 경쟁 피해 밤에 활동
작은 시각엽은 올빼미나 키위처럼 야행성 조류에서 나타난다. 어두운 환경에서는 세밀한 영상을 구별하는 능력보다 적은 빛을 감지하는 능력이 중요하다. 연구진은 도도새의 작은 시각엽이 이런 감각 변화와 관련됐을 가능성을 제시했다. 도도새는 새벽이나 해질녘, 심지어 밤까지 활동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추정됐다.
왜 도도새는 오늘날 비둘기와 달리 어두울 때 활동했을까. 연구진은 과거 모리셔스에 많이 살았던 대형 거북이 원인이었다고 봤다. 거북은 도도새와 마찬가지로 과일과 식물을 먹었다. 변온동물인 거북은 기온이 떨어지면 신진대사와 근육 움직임이 둔해진다. 도도새는 기온이 낮은 늦은 시간대에 활동하면서 먹이 경쟁을 피했다고 볼 수 있다.
연구진은 도도새가 시각이 떨어진 것을 후각과 부리의 촉각으로 보완했다고 추정했다. 도도새의 뇌에서 냄새를 처리하는 부분인 후각망울이 니코바르비둘기보다 4배나 컸다. 도도새는 바보가 아니라 세상을 우리 생각과 다르게 감지했던 새였다.
연구진은 사람이 다가와도 도도새가 도망가지 않은 것은 고립된 환경에 적응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포식자가 없는 섬 종들에게 흔히 그렇듯이, 인간이 도착하기 전까지는 단순히 두려워할 것이 없었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이제는 도도새를 바보 이미지가 아니라 해질녘이나 해뜰 무렵 모리셔스의 어스름한 숲을 누비며 오늘날 비둘기 친척들과 같은 수준의 지능을 발휘하는 모습으로 상상해야 한다고 밝혔다.
도도새가 정말 야행성이었는지, 사람을 보면 어떻게 행동하는지 직접 눈으로 확인할 기회가 다가오고 있다. 미국의 바이오 기업인 콜로설 바이오사이언스는 도도새 복원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엄밀히 말해 오늘날 새를 도도새에 가깝게 바꾸는 작업이다.
콜로설 과학자들은 도도새 유골의 DNA 정보를 해독하고 이를 유전적으로 가장 가까운 니코바르비둘기와 비교해 차이점을 파악했다. 그다음에는 니코바르비둘기의 유전자를 도도새와 같은 형태로 바꿀 계획이다. 이렇게 유전자가 편집된 세포를 대리모의 배아에 주입하면 도도새의 특징을 지닌 새가 나올 수 있다.
참고 자료
Zoological Journal of the Linnean Society(2026), DOI: https://doi.org/10.1093/zoolinnean/zlag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