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청이 10일 오전 10시 20분에 발표한 제15호 태풍 찬홈의 예상 경로./기상청 날씨누리 캡처

제15호 태풍 '찬홈'이 이례적으로 동쪽에서 서쪽으로 이동하면서 한반도를 달군 폭염이 일시적으로 누그러질 가능성이 제기됐다. 찬홈이 한반도에 북풍 또는 북동풍을 유도해 상대적으로 차고 건조한 공기가 유입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더위가 한풀 꺾여도 이어질 것으로 봤다.

10일 기상청에 따르면 찬홈은 일본 부근을 지나 서쪽으로 이동한 뒤 동해에서 열대저압부로 약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반적으로 한반도 주변까지 북상한 태풍이 편서풍을 타고 북동쪽으로 이동하는 것과 달리 이번 찬홈은 동쪽에서 서쪽으로 움직이는 이례적인 경로를 보이고 있다.

태풍은 북반구에서 중심을 기준으로 반시계 방향으로 바람이 분다. 찬홈처럼 한반도 동쪽에서 서쪽으로 접근할 경우 태풍 주변의 바람이 한반도에 북풍이나 북동풍 계열의 흐름을 만들 수 있다.

다만 지역에 따라 기온이 떨어지는 정도는 다를 전망이다. 동해안에서는 동해를 지나온 바람이 태백산맥에 부딪히면서 구름과 비가 만들어질 수 있다. 햇빛을 가리는 구름과 강수에 북동풍까지 더해지면 기온이 비교적 크게 낮아질 수 있다. 태백산맥 서쪽은 상황이 조금 다르다. 산을 넘어 내려오는 공기가 압축되면서 기온이 올라가는 '푄 현상'이 나타날 수 있어서다. 같은 동풍의 영향을 받아도 동해안보다 서쪽 지역의 기온이 높은 이유다.

차동현 유니스트 지구환경도시건설공학과 교수는 "찬홈이 한반도 쪽으로 이동하면 북동풍 계열의 바람이 유도된다"며 "찬 공기가 유입되면서 일시적으로 폭염이 수그러들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영서 등 산맥 서쪽은 푄 현상 때문에 동해안보다는 기온이 높을 수 있다"면서도 "그래도 현재처럼 35도 이상의 폭염은 다소 수그러들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윤진호 지스트 환경·에너지공학과 교수도 찬홈이 폭염을 일시적으로 완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윤 교수는 "태풍이 예측대로 동해까지 오면 반시계 방향으로 도는 기류 때문에 우리나라에는 북풍 계열의 바람이 불 수 있다"며 "북풍 계열의 바람은 기본적으로 상대적으로 차고 건조하기 때문에 상당히 선선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두 교수 모두 찬홈의 접근이 이번 폭염의 종료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봤다. 태풍이 지나간 뒤에는 북태평양고기압을 비롯한 더 큰 규모의 기압 배치가 다시 한반도의 기온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윤 교수는 "지난주처럼 매우 강한 폭염이 아닐 수는 있지만 우리나라는 기후학적으로 8월 중·하순까지 더운 시기여서 폭염이 완전히 사라진다고 이야기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기상청 중기예보에서는 찬홈이 약화한 뒤인 14~20일에도 전국 낮 최고기온이 28~35도로 예상됐다.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최고체감온도가 33도 이상, 일부 내륙은 35도 이상으로 오르며 폭염과 열대야가 이어질 전망이다.

찬홈 이후의 기압계 변화가 중요하다. 차동현 유니스트 지구환경도시건설공학과 교수는 "찬홈이 고기압을 직접 밀어내는 것은 아니지만 전체적인 기압 배치가 달라지면서 지금처럼 팽창한 고기압이 다소 수축할 가능성은 있다"면서도 "중기 전망인 만큼 이후 상황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반도 주변의 다른 열대저기압도 변수다. 중국으로 이동한 태풍 '돌핀'은 태풍의 세력을 잃더라도 수증기를 많이 가지고 있어 중국 북쪽을 지나는 기압골에 수증기를 공급할 수 있다.

차 교수는 "찬홈으로 북동풍이 불면서 일시적으로 기온이 낮아지고, 돌핀이 공급한 수증기로 강화된 기압골이 한반도를 지나며 비를 내리면 기온이 다시 낮아질 수 있다"며 "다만 여러 태풍과 열대저기압이 존재할 때는 각각의 진로와 주변 기압계가 서로 영향을 주면서 예측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