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중대경보가 발효된 4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대로에 아지랑이가 피어오르고 있다./연합뉴스

지난 2일 경남 양산의 기온이 42.5도까지 올라 국내 기상관측 사상 처음으로 42도를 넘어선 데 이어, 극한 폭염의 중심이 수도권으로 옮겨왔다. 4일 서울의 공식 낮 최고기온은 36.9도로 올여름 최고치를 기록했다. 서울 시내 자동기상관측장비(AWS)에서는 강남구 39.2도, 구로구 39.0도, 강서구 38.3도가 관측됐다.

기상청은 4일 오전 11시부터 서울 동남권과 서남권에 폭염중대경보를 발효한 데 이어, 5일 오전 11시부터 대상 지역을 서울 전역으로 확대했다. 폭염중대경보는 올해 신설된 폭염특보체계의 최상위 단계다. 폭염경보 수준의 더위가 나타난 지역에서 하루 최고체감온도 38도 이상 또는 최고기온 39도 이상의 극단적인 고온이 예상될 때 발표된다.

◇ '이중 고기압'에 동풍까지… 폭염 중심 서쪽으로

윤진호 지스트 환경·에너지공학과 교수는 이번 폭염의 주요 원인으로 발달한 북태평양고기압과 상층에서 일부 겹친 티베트고기압을 꼽았다. 현재 대기 상층에는 고온건조한 티베트고기압이, 중·하층에는 고온다습한 북태평양고기압이 자리하고 있다. 두 고기압이 한반도 상공에 뜨거운 공기를 두껍게 쌓아놓은 구조다.

고기압 안에서는 공기가 위에서 아래로 내려온다. 하강하는 공기는 압축되면서 온도가 오르고, 구름도 발달하기 어려워진다. 구름이 줄면 강한 햇빛이 지표면에 그대로 도달해 땅을 가열한다.

두 고기압이 전국적인 폭염의 기본 조건을 만들었다면, 바람의 변화는 폭염이 집중되는 지역을 바꿨다. 지난달 말까지는 서풍 계열의 바람이 산맥을 넘어 동쪽으로 불면서 영남과 동해안 기온이 크게 올랐다. 이달 들어 하층 바람이 동풍 계열로 바뀐 뒤에는 태백산맥 서쪽의 수도권과 충청·호남에서 고온이 두드러졌다.

기상청은 산맥을 넘는 바람이 지역별 고온 차이를 만들었다고 분석했다. 동해에서 들어온 공기는 태백산맥 동쪽 사면을 따라 올라가면서 식고, 이 과정에서 공기가 머금은 수증기의 일부가 구름이나 비로 빠져나간다. 이후 상대적으로 건조해진 공기가 서쪽 사면을 따라 내려오면서 다시 따뜻해진다. 이처럼 산을 넘은 공기가 바람 반대편에서 따뜻하고 건조해지는 현상을 '푄 현상'이라고 한다.

윤 교수는 "이번 수도권 고온에는 푄 현상도 영향을 줬을 것으로 보인다"며 "지난 2일까지 경남 양산에 서풍이 불면서 기온이 올랐던 것과 비슷한 원리로, 바람의 방향만 달라진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 입추 지나도 30도대… 태풍 '돌핀'이 변수

기상청은 이런 더위가 한동안 이어질 것이라고 보고 있다. 절기상 가을이 시작된다는 '입추(立秋)'인 7일에도 전국 최고 기온은 35도 안팎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앞으로 열흘간의 날씨를 예측하는 중기 예보에 따르면, 오는 15일에도 전국 날씨는 30도 초·중반에 이를 전망이다. 지역별 예상 최고기온은 서울 34도, 충북 청주 34도, 전북 전주 34도, 대전 33도, 대구 33도, 제주 33도, 강원도 춘천 32도, 광주 32도, 부산 32도 등이다. 입추가 지나도 더위가 꺾이지 않는 것이다.

현재 일본 오키나와 동쪽 해상에서 서쪽으로 이동 중인 13호 태풍 '돌핀'이 한반도에 근접하면 비가 내리면서 더위는 누그러질 수 있다. 다만 돌핀의 위력은 '1(약)'에서 '5(초강력)' 중 '3(강)'으로, 한반도에 상륙할 경우 태풍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돌핀이 한반도가 아닌 일본 남부를 거쳐 중국 내륙으로 이동한다면 한반도의 더위는 더 심화될 수 있다. 태풍 주변으로 공기가 모여들면서 한반도에 동풍이 강화되고, 이 바람이 태백산맥을 넘으며 푄 현상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기상청 관계자는 "북태평양·티베트 고기압이 우리나라에 영향을 주고 있는 현상이 해소돼야 기온이 한풀 꺾이는데, (기상청의) 예측 모델상 그럴 가능성은 낮아 한동안 더위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