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 이론을 정립한 찰스 다윈은 1875년 고산지대에서 꽃을 피우는 바위취속(Saxifraga) 일부 종이 식충식물일 가능성을 제기했다. 잎에 끈적한 점액이 나오는 털인 선모(腺毛)가 있었다. 곤충을 붙잡기에 좋은 조건이지만 이후 여러 차례 실험에도 이 가설을 뒷받침할 결정적인 증거는 찾지 못했다.
중국과 미국 과학자들이 150년 만에 다윈의 주장을 입증했다. 다윈의 예상처럼 선모로 곤충을 잡아 소화까지 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논문 공동 교신 저자인 더글러스 솔티스(Douglas Soltis) 플로리다대 자연사박물관 교수는 "다윈의 예측을 확인할 기회를 갖게 된 것은 겸허함을 느끼게 하면서도 매우 흥분되는 일"이라며 "다윈도 기뻐하며 '내가 또 맞았군'이라고 말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싶다"고 말했다.
◇종의 기원 출판 뒤 다윈이 연구
어떤 식물이 식충식물로 인정받으려면, 먹이를 유인하고 포획하며 소화하고, 그로부터 영양분을 흡수할 수 있어야 한다. 잎을 야구 글러브처럼 닫아 곤충을 잡는 파리지옥(학명 Dionaea muscipula)이 대표적인 예이다. 다윈은 자연선택 이론을 설명한 '종의 기원'을 출판하고 4년 뒤 바위취속 두 종이 식충식물일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순항(Hang Sun) 중국과학원 쿤밍 식물연구소장과 솔티스 교수 연구진은 중국 윈난성 우펑산에 사는 촛대바위취(Saxifraga candelabrum)를 채집해 연구했다. 이 식물은 범의귀과 바위취속에 속하는 여러햇살이풀로 다윈이 말했던 식물과 비슷한 종이다. 꽃대 구조가 촛대나 등잔대를 닮았다고 촉태호이초(燭台虎耳草) 또는 등가호이초(燈架虎耳草)라는 한약명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말로 하면 촛대범의귀, 등잔대범의귀이지만 바위취속이므로 촛대바위취가 더 정확한 이름인 셈이다.
연구진은 표본 45개 중 43개의 선모에 곤충이 붙어 있는 것을 확인했다. 주로 물지 않는 모기인 깔따구가 잡혔다. 다 자란 식물은 평균 곤충 71마리를 포획했다.곤충이 우연히 끈적거리는 잎에 달라붙었는지, 아니면 잡아먹어 소화까지 했는지 식충식물에 있는 소화 효소를 만나면 형광(螢光)을 내는 물질로 추적했다. 점액이 나오는 잎에 이 물질을 주자 소화 효소가 인산을 떼어내 빛이 났다. 같은 속이지만 곤충이 꼬이지 않는 종(Saxifraga filicaulis)에는 이 효소가 없었다.
◇형광물질, 동위원소로 곤충 소화 추적
연구진은 다음 단계에서 이 효소가 실제로 곤충을 소화하는 데 관여하는지는 질소 동위원소로 추적했다. 동위원소는 원자번호는 같지만, 질량이 다른 것을 말한다. 원자량이 15인 질소 동위원소를 먹이에 넣어 초파리에게 두 달간 먹였다. 자연에 있는 질소는 대부분 원자량이 14이다. 촛대바위취는 다른 식물보다 질소 동위원소 15의 수치가 크게 늘었다. 실제로 초파리를 소화했다는 의미이다.
마지막으로 다른 식충식물과 유전자를 비교했다. 그 결과 먹이를 유인하고 소화하며, 영양분 흡수를 조절하는 데 필요한 유전자가 공통적으로 발견됐다. 순 소장은 "이러한 유전자 데이터들은 종합적으로 촛대바위취가 진정한 식충식물이라는 독립적인 증거를 제공한다"고 밝혔다.
촛대바위취는 범의귀과에서 처음으로 확인된 식충식물이다. 과학자들은 이 과에서 유일한 식충식물은 아닐 것이라고 본다. 앞으로 다윈이 지목한 바위취를 비롯해 더 많은 식충식물이 이번과 같은 방법으로 확인될 가능성이 있다는 말이다. 미국 미시간 주립대의 카딤 길버트(Kadeem Gilbert) 교수는 "이번에 연구한 식물처럼 끈적끈적한 털을 가진 종은 토마토를 비롯해 수백, 수천 종이나 되고 그중 상당수가 식충식물일 수 있다"고 말했다.
참고 자료
Nature Communications(2026), DOI: https://doi.org/10.1038/s41467-026-75288-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