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안전위원회가 부산 기장에 있는 고리 원전 3·4호기의 계속 운전 허가안을 올해 하반기 원안위에 상정한다. 전남 영광의 한빛 1·2호기 허가안은 내년 상반기 상정을 추진키로 했다. 인공지능(AI)과 반도체 등 국가전략산업 육성으로 안정적인 전력 공급의 중요성이 커진 가운데, 장기 가동 원전의 안전성 심사 절차를 효율화하겠다는 것이다.
◇고리 3·4호기 계속 운전 허가안 하반기 상정
원안위는 4일 대통령 업무 보고에서 이런 내용을 담은 2026년 하반기 업무 계획을 밝혔다. 현재 계속 운전을 신청한 원전은 모두 10기다. 이 가운데 고리 2호기는 지난해 11월 계속 운전 허가를 받고 올해 3월 재가동 승인을 거쳐 가동되고 있다.
원안위는 고리 3·4호기의 계속 운전 허가안을 올해 하반기, 한빛 1·2호기는 내년 상반기 원안위에 상정할 계획이다. 계속 운전 원전이 40년간 가동됐다는 점을 고려해 기기 수명 평가를 실시하고, 노후화한 설비는 교체하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소형모듈원자로(SMR) 등 미래 신형 원자로의 인허가 체계도 선제적으로 구축한다. 원안위는 2027년 말까지 SMR 기술 기준안을 마련하고, 2030년까지 다양한 노형과 용도의 원자로를 포괄할 수 있도록 관련 법 체계를 개편할 계획이다.
◇경수로 원전용 건식저장시설 인허가 심사 착수
원전 부지 내 사용후핵연료 건식저장시설에 대한 안전성 심사도 본격화한다. 원전에서 사용한 핵연료는 대부분 물을 채운 저장 수조에 보관하는데, 저장 공간이 부족해지면서 한국수력원자력이 원전 부지 안에 건식저장시설을 짓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한수원은 지난 4월 한빛 원전 건식저장시설의 인허가를 신청했고, 고리와 한울은 12월 신청할 예정이다. 원안위는 한빛 시설은 2028년 상반기, 고리·한울 시설은 2029년 상반기 심사를 목표로 하고 있다. 한울 원전은 경북 울진에 있다.
월성 원전의 중수로 사용후핵연료 건식저장시설이 운영되고 있지만, 경수로 원전용 건식저장시설이 도입되는 것은 처음이다. 원안위는 경수로 핵연료의 특성에 따른 시설 설계상의 차이점을 중점적으로 살펴볼 방침이다.
원안위는 원전이 정지한 계획 예방 정비 기간에 집중됐던 정기검사를 내년 1월부터 상시 검사 체계로 전환한다. 운전 중에도 주요 안전 성능과 이상 징후를 점검하고, 안전에 유의미한 영향을 줄 가능성이 발견되면 심층 검사를 실시한다는 계획이다.
◇원전 사고 조직적 은폐한 직원도 처벌
원전 사고나 고장 등 보고 대상 사건을 조직적으로 숨긴 직원에게 직접 형사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원자력안전법을 개정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현행 원자력안전법은 원자력 시설에서 고장 등이 발생하면 원전 사업자가 원안위에 보고하도록 규정했다. 사업자가 보고하지 않거나 거짓 보고하면 1년 이하 징역에 처할 수 있고, 사업자와 종사자를 함께 처벌하는 양벌 규정도 있다. 하지만 사고 보고 의무자와 은폐 행위의 처벌 범위가 명확하지 않아 실제 은폐에 관여한 직원에게 형사 책임을 묻지 못한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예컨대 2012년 고리 1호기에서는 작업자의 실수로 원전의 모든 전원이 끊기는 사고가 발생했지만 발전소 운영진이 이를 한 달 가까이 숨겼다. 법원은 원전 직원이 법률상 보고 의무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관련 직원들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2024년 월성 4호기에서도 전력 설비 점검 중 전압이 급격히 떨어지는 사건이 발생했지만 운영진이 보름 가까이 보고하지 않았다. 관련자들이 검찰에 송치됐지만, 고리 1호기 판례와 법률 규정의 모호성 때문에 불기소 결정이 내려졌다.
원안위는 보고 의무자의 범위를 구체화하거나 별도의 사건 은폐죄 조항을 신설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이달 중 원자력안전법 개정 초안을 마련하고, 관계기관 의견 수렴을 거쳐 12월 국회에 개정안을 제출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