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항공우주연구원

한국 최초의 달 탐사선 다누리가 스페이스X 로켓 상단부의 달 충돌 관측에 나선다. 우주 쓰레기로 떠돌던 로켓 상단부의 충돌 시점과 지점을 사전에 예측하고, 달 궤도를 도는 탐사선으로 충돌 전후 달 표면의 변화를 비교 관측하는 것은 사실상 처음이다.

우주항공청은 오는 5일 오후 3시 34분(한국시간) 스페이스X의 팰컨9 로켓 상단부가 달 표면 아인슈타인 분화구 인근에 충돌할 예정이고, 충돌 전후를 다누리가 관측할 계획이라고 3일 밝혔다.

이번 팰컨9 상단부는 지난해 1월 미국 우주 기업의 달 착륙선 '블루고스트' 등을 달로 보낸 발사체의 일부다. 임무를 마친 뒤 지구와 달 사이의 우주 공간을 떠돌다가 달 표면에 충돌하게 됐다.

우주항공청은 "이번 충돌은 질량 약 4.9t 로켓 상단부가 초속 2.43㎞로 달에 떨어지면서 지름 20~30m 규모 소규모 충돌구(크레이터)를 형성할 것으로 분석된다"고 밝혔다. 시속으로는 약 8750㎞의 속도로 달 표면에 부딪힐 것으로 예상된다. 충돌 에너지는 TNT 약 3t이 폭발할 때와 맞먹는다. 충돌 과정에서 발생한 먼지와 암석 파편이 수 ㎞ 이상 높이로 솟아오를 가능성이 있다. 관측 여건이 좋은 미국 일부 지역에서는 충돌 분출물을 수분 간 망원경으로 포착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다누리는 충돌 당일 궤도를 조정해 충돌 예상 지점 상공을 세 차례 지나면서 고해상도 영상을 촬영할 예정이다. 지형 촬영용 고해상도 카메라 '루티(LUTI)'와 광시야 편광 카메라 '폴캠(PolCam)'을 동시에 가동해 충돌 전후 지형과 표면의 변화를 살핀다는 계획이다.

다누리 탑재 LUTI 카메라를 활용해 사전 관측한 충돌 예상 지점 주변./ 우주청

앞서 지난달 9일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팰컨 9의 달 충돌 예상 지점을 다누리로 두 차례 사전 촬영했다. 충돌 이후 촬영한 영상과 사전 영상을 비교하면 새로 생긴 충돌구의 크기와 형태, 분출물이 퍼진 범위를 확인할 수 있다. 관측 자료는 분석을 마친 뒤 일반에 공개되고,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달 궤도선 관측 계획과 국제 공동 연구에도 활용될 예정이다. 오태석 우주항공청장은 "이번 관측은 달 표면의 변화와 충돌 메커니즘을 연구할 수 있는 중요한 기회"라며 "다누리와 국제 협력 관측을 통해 달 탐사와 우주환경 연구 역량을 강화하겠다"고 했다.

다누리가 로켓 잔해와 충돌할 위험은 없는 것으로 분석됐다. NASA 제트추진연구소(JPL)와 항우연이 궤도를 분석한 결과, 로켓 상단부가 달 표면에 떨어지는 시점에 다누리는 달 반대편에 있을 것으로 예상됐다.

이번 충돌이 달 전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충돌 시점과 장소, 로켓의 질량과 속도를 미리 알고 있는 만큼, 이번에 생긴 충돌구를 자연 운석이 만든 충돌구와 비교할 기준 자료를 얻을 수 있다.

지난해 1월 미 플로리다주 NASA 케네디 우주 센터의 발사장에서 스페이스X의 팰컨 9 로켓이 발사되는 장면. 이 로켓 상단부가 오는 8일 달과 충돌할 예정이다. /NAS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