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파킨슨병 진단을 보조할 수 있는 새로운 혈액 단백질 바이오마커(질병의 존재나 진행 상태를 보여주는 생체 지표) 후보를 발굴했다. 현재 파킨슨병은 환자의 증상과 신경학적 평가를 중심으로 진단하고 있지만, 객관적인 혈액 기반 지표는 아직 확립되지 않은 상황이다.

연구진이 국내 환자에서 찾아낸 단백질 변화는 영국 바이오뱅크(UK Biobank) 등 대규모 해외 데이터에서도 재현돼, 향후 혈액 기반 파킨슨병 진단 기술 개발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뇌연구원(KBRI) 치매연구그룹 김형준·천무경·김도근 박사 연구팀과 이호원 칠곡경북대학교병원 신경과 교수 연구팀은 파킨슨병 환자의 혈액에서 특징적으로 변하는 단백질 조합을 찾아낸 연구 결과를 국제 학술지 'Brain Communications' 최신호에 발표했다고 밝혔다.

파킨슨병은 뇌 속 도파민 신경세포가 점차 소실되면서 손 떨림, 근육 경직, 움직임 둔화 등이 나타나는 대표적인 퇴행성 뇌질환이다.

현재 환자의 증상과 신경학적 진찰을 바탕으로 진단하며, 진단이 불확실할 경우 도파민 운반체 영상검사 등을 보조적으로 활용한다. 하지만 혈액만으로 질환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객관적 지표는 아직 확립되지 않았다.

연구팀은 먼저 파킨슨병 환자 12명과 건강한 사람 15명의 혈장 단백질을 비교 분석해 후보 물질을 찾았다. 이후 별도의 환자군 46명과 건강 대조군 33명을 대상으로 단백질 농도를 정밀 측정하는 절대정량 분석을 진행했다.

파킨슨병 정밀 진단을 위한 다중 바이오마커 조합의 발굴 및 외부 검증 흐름도. 피 한 방울로 파킨슨병을 정밀 진단하는 연구 과정. 혈액 속 단백질 2종(IL-17C·uPA)을 조합해 80%에 가까운 높은 정확도(AUC 0.780)로 파킨슨병을 찾아내는 다중 바이오마커 패널을 개발하고 대규모 국제 검증까지 마쳤다. /이호원 칠곡경북대병원 교수 연구팀(Brain Communications 게재)

그 결과, 파킨슨병 환자에서는 인터루킨-17C(IL-17C)와 인터루킨-10(IL-10)의 농도가 증가하고, 유로키나제 플라스미노겐 활성화제(uPA·PLAU)와 뉴로트로핀-3(NTF3)의 농도는 감소하는 특징이 확인됐다.

IL-17C와 IL-10은 면역·염증 반응을 조절하는 단백질이다. 특히 IL-17C는 면역세포 간 신호 전달을 담당하는 사이토카인으로, 만성 염증 과정에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연구에서는 IL-17C 변화가 파킨슨병에서 발생하는 신경 염증 상태를 반영하는 지표가 될 가능성이 제시됐다.

uPA는 혈액 응고와 조직 재형성 과정에 관여하며, NTF3는 신경세포 생존과 시냅스 기능 유지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신경영양인자다.

연구팀은 여러 단백질을 조합하는 다중 바이오마커 분석을 통해 진단 성능을 높였다. 특히 IL-17C와 uPA를 함께 활용한 모델의 진단 성능(AUC)은 0.780으로, 단일 단백질을 활용했을 때보다 높은 판별력을 보였다.

AUC(Area Under the Curve)는 바이오마커가 질환군과 정상군을 얼마나 잘 구분하는지 평가하는 지표다. 일반적으로 1에 가까울수록 구별 능력이 높다. 연구팀은 반복 검증에서도 AUC 0.778~0.779 수준의 결과를 확인해 모델의 안정성을 평가했다.

이번 연구의 특징은 국내 환자에서 발굴한 바이오마커가 다른 인구집단에서도 유지되는지 확인했다는 점이다. 연구팀은 영국의 대규모 인구 기반 연구인 영국 바이오뱅크와 미국 중심의 글로벌 신경퇴행 단백질체 컨소시엄(GNPC) 데이터를 추가 분석했다.

그 결과 IL-17C와 uPA, NTF3 등 일부 단백질은 해외 대규모 데이터에서도 같은 방향의 변화 양상이 확인됐다. 연구팀은 이를 통해 특정 환자군에만 나타나는 우연한 결과가 아니라 파킨슨병과 연관된 생물학적 신호일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알츠하이머병 병리와의 연관성도 분석했다. 신경 축삭 손상을 반영하는 혈액 바이오마커인 NfL(신경필라멘트 경쇄)은 파킨슨병 환자에서 유의하게 증가했지만, 알츠하이머병 관련 지표인 pTau181과 아밀로이드베타 비율(Aβ42/Aβ40)에서는 뚜렷한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다. 이는 이번 연구에서 확인된 단백질 변화가 알츠하이머병보다는 파킨슨병 자체의 병태 변화와 더 관련이 있음을 시사한다.

이번 연구 결과가 곧바로 병원에서 사용할 수 있는 파킨슨병 진단검사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연구진이 제시한 단백질 조합은 진단을 보조할 수 있는 후보 바이오마커 단계로, 실제 임상 적용을 위해서는 초기 환자와 다른 파킨슨증 환자를 포함한 대규모 다기관 연구와 기준값 검증이 필요하다.

김형준 한국뇌연구원 박사는 "국내 병원의 정밀 임상자료와 단백질 분석 기술을 결합하고 해외 독립 데이터에서 재현성을 확인한 중개 연구"라며 "향후 임상 진단을 보조하는 혈액검사 기술 개발의 근거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참고자료

Brain Communications(2026), DOI: https://doi.org/10.1093/braincomms/fcag2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