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아마존 열대우림인 아돌포 두케 산림 보호구역에서 이끼에 턱을 박고 죽은 개미. 몸 속의 곰팡이가 조종하는 대로 움직이는 좀비 곤충이다./브라질 아마존 국립연구소

여름에는 오싹한 좀비 영화가 제격이다. 지난 5월 연상호 감독의 좀비 영화 '군체'가 개봉했다. 부산행, 서울역, 반도를 잇는 K-좀비 시리즈의 신작이다. 앞서 좀비들은 소리가 나는 쪽으로 무조건 질주하기만 했다면, 이번 좀비들은 서로 소통하고 학습해 마치 하나의 몸(군체)처럼 움직이고 집단 지성을 만들었다.

브라질의 아마존 국립연구소(INPA) 과학자들이 열대우림 아래에서 동물과 식물이 모두 좀비 곰팡이의 번식을 돕는 군체가 된 것을 확인했다. 지금까지 곤충만 조종한다고 생각했던 곰팡이가 이끼 안에도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곰팡이는 곤충을 숙주 삼아 자손을 퍼뜨리는데, 곤충이 부족하면 주변 이끼로 퍼져 잠복하는 셈이다.

◇숙주 곤충에서 먼 이끼서도 곰팡이 나와

버섯, 곰팡이와 같은 균류(菌類)는 종종 곤충의 몸에서 자란다. 동충하초(冬蟲夏草)가 대표적이다. 겨울에는 곤충이었지만 감염된 균류가 몸을 뚫고 나와 여름에는 포자를 퍼뜨리는 자실체가 식물처럼 자란다고 해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 그중 포식동충하초속(屬)인 오피오코르디셉스(Ophiocordyceps)는 곤충을 먹이로 삼을 뿐 아니라 행동까지 조종한다. 죽어서도 살아 움직이는 좀비로 만드는 것이다.

브라질 연구진은 지난 30일(현지 시각) 국제미생물학회(IMA)가 발간하는 국제 학술지 'IMS 균류'에 아돌포 두케 산림보호구역에서 채집한 이끼의 DNA를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오피오코르디셉스에 감염된 개미들은 열대우림 바닥에 사는 이끼에 턱을 박고 죽었다.

곤충과 이끼 모두 감염되는 좀비 곰팡이./자료 IMS Fungus

분석 결과, 곰팡이에 감염된 좀비 개미뿐 아니라 개미가 물고 죽은 이끼에서도 곰팡이 DNA가 나왔다. 근처 이끼도 마찬가지였다. 심지어 숙주 개미에서 10m 이상 떨어진 곳에 사는 이끼에서도 곰팡이 DNA가 나왔다. 숲 전체가 좀비 곰팡이로 이어졌다는 말이다.

곰팡이가 숙주 곤충을 조종하는 것은 균류의 씨앗에 해당하는 포자를 더 멀리 퍼뜨리기 위해서다. 개미들이 지나가는 길이나 그 위 높은 나무로 이동시켜 이끼나 잎에 턱을 박게 한다. 그러면 근처를 지나가는 다른 곤충들이 포자 세례를 맞고 또 좀비가 된다. 죽고도 가끔 날개를 움직이도록 해 짝짓기를 위해 찾아온 다른 곤충에게 포자를 퍼뜨리는 곰팡이도 있다.

◇식물과도 공존하는 곰팡이의 두 집 살림

연구진은 이번 발견이 동충하초 균류에 대한 이해를 넓혔다고 밝혔다. 좀비 곰팡이가 곤충만 감염하지 않고 식물 안에서 공생하는 내성균주로도 사는 이중 생활사를 가졌을 가능성을 보여줬다. 말 그대로 두 집 살림이다. 연구진은 식물과 공생하는 능력은 곤충 숙주가 부족한 시기에도 균류가 생존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개미들의 왕래가 뜸하면 이끼 안에서 잠복하며 때를 기다린다는 말이다.

논문 교신 저자인 주앙 파울루 마차도 데 아라우주(João Paulo Machado de Araújo) 덴마크 코펜하겐대 자연사박물관 교수는 "오피오코르디셉스가 숙주인 개미의 행동을 조종하는 현상은 단순히 균류와 개미 간의 상호작용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식물까지 포함하는 복잡한 관계에서 비롯된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

브라질 열대우림의 이끼에서 발견된 개미. 몸 안에서 곰팡이가 자라서 포자를 퍼뜨리는 자실체(갈색)가 뚫고 나온 모습이다./브라질 아마존 국립연구소

지금까지는 좀비 개미가 이끼를 물고 죽는 것은 이끼가 자라는 곳이 습도가 높아 포자가 퍼지고 발아하기 좋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연구진은 그 수준을 넘어 이미 곰팡이가 있거나 유지되기 좋은 이끼 서식지로 개미를 유도하는 전략일 수 있다고 밝혔다.

앞서 2020년 미국 스탠퍼드대 연구진도 중국 고산지대의 식물에서 내성균으로 사는 좀비 곰팡이를 발견했다. 브라질 연구진은 한 발 더 나가 식물에서 곤충을 좀비로 만드는 곰팡이를 찾았을 뿐 아니라 이 곰팡이가 숙주 곤충을 해당 식물로 이끄는 복합적인 네트워크를 규명했다.

다만 이끼에서 곰팡이 DNA가 나왔다고 공생하는 내성균이라고 단정하기는 이르다. 정말 곰팡이가 이끼 조직 내부에 살아있는지 단순히 표면이나 내부 조직에 포자가 붙어 있던 것인지 확실하게 구분하기는 어렵다. 이끼는 물 저장 세포가 있어 물방울에 포함된 균류 포자를 붙잡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

참고 자료

IMA Fungus(2026), DOI: https://doi.org/10.3897/imafungus.17.196998

Fungal Ecology(2020), DOI: https://doi.org/10.1016/j.funeco.2020.1009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