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확산으로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비가 빠르게 늘면서 서버와 반도체를 우주로 옮기려는 기술 경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지상 전력망과 용수에 부담을 주지 않고, 우주에서 태양광으로 전력을 생산해 AI 연산을 수행한다는 구상이다.
지난 30일(현지 시각) 미국 캘리포니아공과대(칼텍)와 우주 컴퓨팅 스타트업 소피아 스페이스는 우주 데이터센터용 냉각·구조 기술과 관련한 미국 특허를 취득했다고 발표했다. 연구진은 태양전지와 컴퓨터, 저장장치, 통신장비, 방열판을 하나의 얇은 모듈에 결합하는 '타일(TILE)' 구조를 제시했다.
◇ 차가운 우주에서 냉각이 어려운 이유
우주 데이터센터의 기술적 난제 중 하나는 냉각이다. 일반적으로 우주가 추운 만큼 컴퓨터 열을 식히기 쉬울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반대다.
지상 데이터센터는 차가운 공기나 물을 칩 주변으로 순환시켜 열을 빼낸다. 그러나 진공 상태인 우주에는 열을 옮길 공기나 물이 없다. 공기가 움직이며 열을 전달하는 '대류'가 발생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주선 내부에서 발생한 열은 금속판과 열전도 소재, 히트파이프 등을 거쳐 외부 방열판으로 이동한 뒤 적외선 형태로 방출돼야 한다. 방열판이 열을 눈에 보이지 않는 빛으로 바꿔 우주로 내보내는 방식이다.
특히 낮은 온도에서 많은 열을 방출하려면 방열판이 매우 커야 한다. 방열판을 높은 온도로 작동시키면 면적을 줄일 수 있지만, 반도체와 메모리의 수명과 성능이 떨어질 수 있다. 반대로 칩의 온도를 낮게 유지하려면 넓고 무거운 방열판을 궤도까지 운반해야 한다.
◇ 태양광과 방열판을 앞뒤로… '타일형' 우주 데이터센터
칼텍과 소피아 스페이스 연구진이 특허를 받은 '타일' 구조는 평평한 타일의 한쪽에는 태양전지를 배치하고 반대쪽에는 방열판을 놓는 구조다. 프로세서와 메모리 등 전자부품은 두 면 사이에 분산시켜 배치한다.
타일 구조의 칩에서 발생한 열은 열 확산층을 거쳐 바로 뒤쪽 방열판으로 이동한다. 특허에는 열 확산 소재로 열분해 흑연과 히트파이프를 사용하는 방안이 포함됐다. 열분해 흑연은 특정 방향으로 열을 빠르게 퍼뜨리는 소재며, 히트파이프는 별도의 펌프 없이 열을 옮기는 밀폐형 장치다.
연구진은 태양전지에서 발생한 열이 컴퓨터 쪽으로 전달되지 않도록 두 영역 사이에 빈 공간이나 단열재로 된 열 차단 구역을 두는 설계도 제시했다. 그러면서 모든 타일의 태양전지 면을 태양 쪽으로 향하게 하고, 반대편 방열면은 열을 방출하기 유리한 방향으로 유지하는 구조다.
다만 특허 취득은 기술의 독창성과 권리 범위를 인정받았다는 의미로, 실제 궤도에서 고성능 AI 칩의 열을 장기간 안정적으로 처리할 수 있다는 사실까지 입증한 것은 아니다. 소피아 스페이스는 2027년 궤도 실증을 통해 소형 모듈의 성능을 확인하고 2030년대 초에 더 큰 규모의 시스템을 구축할 예정이다.
◇ 컴퓨터 자체 열이 적게 나는 칩도 연구
최근 우주 데이터센터 연구는 컴퓨터 자체에서 발생하는 열을 줄이는 방향으로도 진행되고 있다. 미국 아이오와주립대 연구진은 지난 6월 데이터를 메모리에서 연산장치로 반복해서 이동시키지 않고, 메모리 내부 또는 가까운 곳에서 계산을 수행하는 '컴퓨트 인 메모리(CIM)' 기술을 우주용 AI 반도체에 적용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기존 그래픽처리장치(GPU)는 연산장치와 고대역폭메모리 사이에서 데이터를 반복적으로 이동시킨다. 시뮬레이션 결과, 연산장치와 고대역폭메모리가 서로 다른 위치에 배치되면 특정 지점에 열이 집중됐다. 방열 능력이 부족한 경우에는 칩이 온도를 낮추기 위해 작동 속도를 자동으로 떨어뜨리는 현상이 발생했다. 반면 CIM 구조는 열이 상대적으로 고르게 분산되고, 제한된 방열 조건에서 단위 전력당 연산 성능이 높게 나타났다.
연구진은 "우주 데이터센터용 반도체를 설계할 때 최고 연산 성능뿐 아니라 열이 발생하는 위치와 분포까지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참고 자료
arXiv(2026), DOI: https://doi.org/10.48550/arXiv.2606.057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