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류는 암컷이 수컷보다 일찍 죽는다는 대규모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사진은 긴꼬리딱새 암컷이 새끼들에게 먹이를 주는 모습. /뉴스1

새는 암컷이 수컷보다 일찍 죽는다는 대규모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사람을 비롯한 포유류에서는 대체로 암컷이 더 오래 살지만, 조류에서는 정반대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미국 캘리포니아대 로스앤젤레스(UCLA) 연구진은 1992년부터 2018년까지 미국과 캐나다에서 수집된 야생 조류 표지 자료 56만3000여 건을 분석한 결과를 30일(현지 시각) 국제 학술지 '영국왕립학회보 B'에 발표했다. 일부 연구에서 관찰된 조류 암컷의 낮은 생존율을 대규모 자료로 검증한 것이다.

연구진은 새를 잡아 다리에 고유 번호가 적힌 가락지를 달아준 뒤, 다시 포획됐을 때 생존 여부와 이동 경로를 확인하는 '포획·표지·재포획' 자료를 이용했다. 딱새, 솔새, 홍관조 등 조류 35종을 분석한 결과 성체 암컷의 생존율은 수컷보다 평균 12.4% 낮았다. 성체가 된 뒤 평균 생존 기간도 암컷은 1.36년으로 수컷은 1.61년보다 짧았다. 분석 대상 여러 종에서 비슷한 경향이 나타나 일부 종에만 국한된 현상이 아닌 것으로 조사됐다.

암수 간 생존율 격차는 장거리 철새에서 특히 크게 나타났다. 연구진은 암컷이 수컷보다 더 먼 거리를 이동하는 경향이 있어, 이동에 따른 위험 부담이 더 컸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알을 만들고 낳는 데 드는 생물학적 부담도 암컷만 진다. 새끼를 돌보는 일은 암수가 나눌 수 있지만 산란에 필요한 에너지와 영양분은 암컷이 감당해야 한다. 다만 멀리 이동하지 않는 텃새도 암컷 생존율이 더 낮아 이동과 번식만으로는 차이를 모두 설명할 수 없었다.

연구진은 성염색체 차이도 원인으로 제시했다. 포유류 암컷은 X염색체를 두 개(XX) 갖기 때문에 한쪽 염색체의 특정 유전자에 이상이 생겨도 다른 쪽의 정상 유전자가 기능을 보완할 수 있다. 반면 수컷은 X염색체와 Y염색체를 하나씩(XY) 가져, 한쪽 염색체에 문제가 생겨도 이를 보완하기 어렵다.

새는 이런 성염색체 구조가 반대다. 암컷은 서로 다른 Z, W 염색체를 갖고, 수컷은 Z염색체를 두 개 갖는다. 이 때문에 포유류와 반대로 암컷이 수명에 불리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암컷의 짧은 수명이 조류 개체 수 감소를 더 빠르게 만들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한다. 번식에 참여하는 암컷이 줄면 새끼가 태어날 기회 자체가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인간이 서식 환경을 빠르게 바꾸는 가운데 암컷이 수컷보다 더 큰 생존 부담을 겪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