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치 인생이 일본의 대표 괴수 '고질라'의 서사와 닮았다는 정치학 논문이 나왔다. 언론에서 트럼프를 고질라에 빗댄 표현은 종종 나왔지만, 본격적인 연구 주제로 삼은 논문이 나온 것은 처음이다. 인간의 잘못이 이들을 불러들였고, 주변을 마구 파괴하며, 쓰러뜨려도 다시 돌아온다는 점이 닮았다고 분석했다.
로버트 보트라이트 미국 클라크대 정치학과 교수는 29일 정치학 학술지 '더 포럼'에 '도널드 트럼프와 고질라의 관계에 나타난 은유와 서사'라는 제목의 논문을 발표했다. 1954~1975년 제작된 고질라 영화의 이야기가 트럼프의 2016년 대선 승리와 첫 집권, 2020년 패배 이후 4년 만의 재집권 과정을 닮았다는 분석이다.
1954년 첫 영화에서 고질라는 인간의 핵실험 때문에 잠에서 깨어난다. 보트라이트 교수는 트럼프 역시 자유무역, 세계화가 미국 중산층에 남긴 상처가 불러낸 존재라고 봤다. 고질라가 인간의 기술과 오만이 낳은 괴물이라면, 트럼프도 미국의 정치·경제 체제의 누적된 문제가 만들어낸 결과라는 것이다.
고질라는 치밀한 계획을 갖고 도시를 공격하지 않는다. 다른 괴수와 싸우는 과정에서 주변의 빌딩 숲과 주거 지역까지 마구 파괴한다. 논문은 트럼프의 정치도 일관된 이념이나 장기 계획에 의한 것이 아닌, 끊임없이 적과 충돌하는 과정에서 공화당, 정부 기관, 기존 정치 질서를 흔드는 '우발적 파괴'에 가깝다고 분석했다.
트럼프에게 맞섰다가 공화당에서 밀려난 리즈 체니 전 하원의원은 괴수 '모스라'에, 트럼프 대항마로 떠올랐던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는 '메카고질라'에 빗댔다. 고질라에 맞섰지만, 결국 패배한 괴수에 대응시킨 것이다.
보트라이트 교수가 강조한 트럼프와 고질라의 가장 큰 공통점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고질라는 영화가 끝날 때마다 바다로 떨어지거나 얼음에 갇히지만, 다음 작품에서 어김없이 돌아온다. 트럼프도 2020년 대선 패배로 퇴장한 듯했지만 2024년 백악관에 복귀한 점이 닮았다는 것이다.
보트라이트 교수는 "시민과 정치인에게는 학자들이 제시하는 역사적 분석보다 익숙한 영화 이야기가 정치적 사건과 인물을 이해하는데 더 큰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했다. 그는 트럼프 개인이 정계를 떠나더라도 그를 탄생시킨 반기득권 정서와 우파 포퓰리즘은 쉽게 없어지지 않을 것으로 봤다. 고질라를 한 번 쓰러뜨리는 것만으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듯, 트럼프도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그는 "괴물을 깨운 사회적 조건이 바뀌지 않는 한 '속편'은 계속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