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신화에서 미(美)의 여신인 아프로디테도 질투한 미인이 있다. 인간으로 태어나 영혼과 마음의 여신이 된 프시케(Psyche)이다. 아프로디테의 아들 에로스와 결혼해 여신의 분노를 샀으나 시어머니가 준 과제를 모두 해결하고 그 자신도 신이 돼 에로스와 재회했다. 프시케는 그리스어로 영혼이나 숨결을 뜻하며, 심리학(psychology)의 어원이 됐다.
프시케가 이번에는 전쟁의 신 아레스과 밀고 당기기를 했다. 미 항공우주국(NASA)은 29일(현지 시각) 탐사선 프시케가 붉은 행성 화성에 근접하며 찍은 이미지를 시간별로 붙여 만든 영상을 '오늘의 천체사진'으로 발표했다. 화성의 영어명인 마르스(Mars)는 그리스 신화에서 전쟁의 신인 아레스(Ares)의 로마식 표기이다.
프시케 탐사선은 2023년 10월 13일 미국 플로리다주 케네디 우주센터에서 스페이스X 팰컨 헤비 로켓에 실려 발사됐다. 목적지는 같은 이름의 소행성. 2029년 7~8월쯤 금속 소행성인 '16 프시케(16 Psyche)' 궤도에 도착할 예정이다. 프시케 탐사선은 지난 5월 15일 화성의 중력을 이용한 플라이바이(flyby)로 속도를 높였다. 플라이바이란 우리말로 '중력 도움'이다. 다른 천체와 밀당(밀고 당기기)하며 연료를 아끼는 비행 기술이다.
지구에도 물체를 잡아당기는 중력이 있듯이 목성·화성 같은 행성과 그 주위를 맴도는 위성들도 모두 일정 수준의 중력을 가지고 있다. 탐사선이 지구 중력 영향권 밖으로 나가면 정해진 궤도를 따라 원형으로 움직이면서 우주 각지에 있는 행성·위성들의 중력을 이용해 이동한다. 다른 천체의 중력에 끌려 속도를 높이다가 순간 방향을 틀어 목적지로 가는 힘을 얻는 방식이다.
중력 도움 기법은 1959년 옛 소련의 달 탐사선 루나 3호 임무 이후 우주 탐사선에 보편화됐다. 그 덕분에 보이저, 카시니호가 자체 연료만으로는 도달할 수 없는 더 먼 곳까지 갈 수 있었다. 프시케는 화성을 지나가는 동안 프시케 소행성의 구성 성분과 자기장을 분석할 장비들을 시험했다. 소행성은 대부분 암석이나 얼음으로 이뤄져 있는데, 프시케 탐사선은 처음으로 행성의 필수 구성 요소인 금속으로 이뤄진 소행성을 탐사하는 임무를 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