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규슈 구마모토에서 규모 7.1 강진이 발생하며 국내 일부 지역에서도 신고가 잇따르는 가운데 28일 오후 서울 동작구 기상청 모니터에 지진 정보가 표시되어 있다./연합뉴스

28일 일본 구마모토현에서 발생한 규모 7.1 강진이 한반도 지진 활동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지진이 국내에서 또 다른 지진을 직접 촉발할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봤다. 다만 대형 지진 위험이 누적된 난카이 해곡을 자극해 더 큰 지진으로 이어질 경우, 부산을 비롯한 남해안의 초고층 건물이 오랫동안 크게 흔들릴 수 있어 대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번 지진은 2016년 규모 7.0대 구마모토 강진이 발생한 후타가와·히나구 단층계에서 일어났다. 당시 같은 해 7월 울산 해역에서 규모 5.0, 9월 경주에서 규모 5.8 지진이 잇따르면서 일본 지진이 한반도 지진 활동에 영향을 준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그러나 올해 지진과 2016년 지진에서 실제로 파열된 구간은 다른 것으로 분석된다. 홍태경 연세대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는 29일 조선비즈와의 통화에서 "2016년 지진 당시에는 진원에서 북동쪽으로 단층이 파열된 반면, 이번에는 남서쪽으로 약 12㎞ 떨어진 구간이 깨졌다"며 "10년 전 움직이지 않고 남아 있던 단층 일부가 이번에 깨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지진이 발생하면 지진파가 사방으로 퍼지면서 주변 단층이 받고 있던 힘의 균형에도 변화가 생긴다. 땅속 암석에 축적된 힘을 '응력'이라고 하는데, 이미 응력이 한계에 가까워진 단층이라면 비교적 작은 충격에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박정호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지진연구센터장은 일본과 한반도 주변 지각이 서로 연결돼 있는 만큼 이번 지진의 영향이 전혀 없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다만 국내 단층의 상태에 따라 영향이 나타나지 않거나 수개월 또는 수년 뒤 지진 활동으로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고 봤다.

한편 홍 교수는 2016년 울산·경주 지진을 당시 구마모토 지진의 직접적인 결과로 해석하는 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구마모토에서 전달된 지진파가 남해안에서 사람이 느낄 정도의 흔들림을 만들기는 했지만, 국내 단층을 파열시킬 만큼 에너지가 강하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그는 울산·경주 지진은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의 영향을 더 크게 받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홍 교수가 이번 지진과 관련해 더 주목한 곳은 일본 남쪽 해상의 난카이 해곡이다. 난카이 해곡은 일본 시즈오카현 앞바다에서 규슈 동쪽 휴가나다까지 이어지는 판의 경계다. 이곳에서는 약 100~150년 간격으로 대규모 지진이 반복됐다. 1944년과 1946년 대지진 이후 오랫동안 에너지가 쌓이면서 규모 8~9의 초대형 지진 가능성이 제기돼 왔다.

홍 교수는 "이번 구마모토 지진의 진동이 난카이 해곡까지 전달되면서 지반이 초당 약 2㎝의 속도로 움직인 것으로 분석된다"며 "헐거워진 나사를 계속 흔들면 더 느슨해지는 것처럼, 이미 많은 응력을 받고 있는 단층에 추가 진동이 가해져 지진이 발생하기 쉬운 방향으로 상태가 달라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난카이 해곡에서 초대형 지진이 발생하면 한반도는 땅이 천천히, 오랫동안 흔들리는 '장주기 지진동'의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장주기 지진동은 진동 에너지가 먼 거리까지 비교적 잘 전달되며, 흔들림의 주기가 고층 건물이 원래 흔들리는 주기와 비슷하면 공명 현상이 일어나 건물 상층부의 움직임이 더 커질 수 있다.

홍 교수는 "이번 지진에서는 약 0.05㎐(헤르츠)의 저주파 에너지가 강하게 나타났다. 0.05㎐는 한 번 흔들리는 데 약 20초가 걸린다는 의미"라며 "이런 느린 진동은 부산과 경남 등 남해안의 고층 건물에서 더 크게 느껴질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난카이 해곡에서 규모 9.0 수준의 지진이 발생할 경우 남해안 지반의 흔들림 폭이 30㎝까지 커질 가능성이 있다"며 "부산 해운대 등 남해안에 밀집한 초고층 건물이 장시간 이어지는 느린 흔들림을 견딜 수 있는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홍 교수는 국내 지진 연구가 한반도 단층에 집중돼 있고, 일본 단층과 난카이 해곡에 대한 분석은 일본 연구진의 자료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도 과제로 꼽았다. 그는 "일본 연구기관과 관측자료를 공유하고 공동 연구를 확대하는 한편, 국외 대형 지진에 따른 장주기 지진동을 국내 고층 건축물의 안전 점검과 재난 대응체계에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