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 기지 건설을 총괄하는 미 항공우주국(NASA) '문 베이스 프로그램' 실무진이 방한해 한국과 협력 방안을 논의한다. 달 남극에 '작은 도시'를 건설하는 구상에 한국을 주요 파트너로 고려한다는 것이다.
카를로스 가르시아 갈란 NASA 문 베이스 총괄책임자는 29일 서울 강남구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아폴로 계획은 미국 단독 사업이었지만 문 베이스는 국제 파트너들과 손잡지 않고서는 실현할 수 없다"며 "한국은 주요 기여국이 될 수 있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아폴로 계획은 미국이 1960~1970년대 추진해 인류를 처음 달에 착륙시킨 유인 우주 탐사 프로그램이다.
가르시아 갈란 책임자는 "아폴로 시대에는 달에 가는 것 자체가 목표였지만, 이번에는 달에 도착하는 것이 첫 단계일 뿐"이라며 "반복해서 달에 가고 오랫동안 사용할 시설을 남겨, 궁극적으로 사람이 지속적으로 머무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그는 "거주 모듈과 로버, 가압 로버 같은 주요 시설과 이에 대한 국제 파트너들의 기여 방안을 향후 2~3개월 안에 구체화할 것"이라고 했다.
NASA는 국제 협력을 통해 달에 일회성으로 착륙하는 것을 넘어, 사람이 장기간 생활할 수 있는 기반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달에서 거주·전력·통신·자원 활용 기술을 검증한 뒤 이를 화성 등 심우주 유인 탐사에 활용한다. 가르시아 갈란 책임자는 "문 베이스는 단순히 달에 한 번 가는 문샷을 넘어 인류 최초의 심우주 전초기지를 만드는 사업"이라고 말했다.
NASA가 구상하는 문 베이스는 소수 건물이나 연구소에 그치지 않는다. 착륙선과 화물을 받아들이는 교통 구역, 우주비행사가 생활하는 거주 구역, 발전·통신 시설, 로버 운용 시설과 과학 연구 시설 등이 수㎢에 걸쳐 분산되는 형태다. 장기적으로 달 자원을 활용해 산소와 우주선 추진제 등을 생산하는 공장과 산업 구역도 들어설 수 있다.
누주드 메랜시 NASA 문베이스 수석 아키텍트는 "달 기지는 작은 도시와 비슷한 모습일 것"이라며 "처음에는 남극의 과학 기지처럼 여러 기능이 모인 형태로 시작해 점차 확장될 것"이라고 말했다.
NASA는 한국이 달 기지 건설에 기여할 수 있는 분야로 위성, 통신, 로봇 등을 꼽았다. 메랜시 수석 아키텍트는 "한국은 통신과 위성 시스템 분야에서 강한 전통을 갖고 있고, 다누리 임무 등을 통해 NASA와 협력한 경험도 있다"며 "로봇과 이동 시스템, 과학 연구와 센서 분야의 산업 기반도 달 기지 계획에 중요한 기여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한미 양측은 달 착륙선과 달 통신망, 물자 수송용 달 표면 이동 시스템, 달에서 과학 시료를 채취·보관하는 장비 등의 협력 가능성을 살펴보고 있다. 대학이나 중소기업이 개발한 10~20㎏ 규모의 소형 탑재체를 달에 보내 기술을 시험하는 참여 방식도 검토한다. 다만 NASA 측은 구체적인 국내 기업이나 연구 기관을 거론하기에는 아직 이른 단계라고 밝혔다.
NASA 문 베이스 실무진은 30일 열리는 'KASA-NASA 아르테미스 워크숍'에서 우주항공청과 한국의 달 기지 참여 방안을 집중적으로 논의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