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이철원

자기 휴대전화를 가진 초등학생은 그렇지 않은 학생보다 글을 읽고 이해하는 능력이 낮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휴대전화를 학교에 가져오지 않거나 수업 중 보이지 않는 곳에 치워두더라도 마찬가지였다. 휴대전화를 처음 가진 나이는 독해력과 뚜렷한 관련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캘리포니아대 로스앤젤레스캠퍼스(UCLA) 연구진이 초등학교 3학년생 51명과 6학년생 55명 등 10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연구진은 이 내용을 실은 논문을 최근 국제 학술지 '행동과학'에 발표했다고 27일 밝혔다.

연구진은 참여 학생들에게 학년 수준에 맞는 짧은 글을 읽게 하고 내용을 얼마나 정확히 이해했는지 평가했다. 그 결과 개인 휴대전화를 가진 학생은 그렇지 않은 학생보다 독해 점수가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집에서 영어를 쓰는 학생이나 다른 언어를 모국어로 쓰는 학생이나 같은 경향이 나타났다.

연구진은 이어서 휴대전화를 학교에 가져온 학생은 한 번은 휴대전화를 책상 위에 두고, 다른 한 번은 보이지 않는 곳에 둔 채 시험을 치렀다. 그 결과 휴대전화가 책상 위에 있든 시야에 없든 독해 점수에 차이가 없었다. 휴대전화를 학교에 가져온 학생과 가져오지 않은 학생 사이에도 뚜렷한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다. 휴대전화가 집중력을 떨어뜨리는지는 제대로 확인하지 못한 것이다.

휴대전화를 처음 가진 나이도 조사했으나, 이는 독해력과 뚜렷한 관련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휴대전화를 처음 주는 시기를 늦춘다고 독해력 저하를 막는 효과는 확인되지 않은 것이다. 연구진은 휴대전화가 눈앞에 있어서 생기는 순간적인 방해보다, 평소 휴대전화 사용 습관이나 생활 방식이 독해력과 연관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일부 예외도 있었다. 집에서 영어를 쓰지 않는 학생은 문자메시지를 일찍 쓰기 시작할수록 영어 독해력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문자로 영어 단어와 문장을 반복해서 접한 경험이 영어 학습에 도움을 줬을 가능성이 있다고 해석했다.

이번 연구는 휴대전화 소유와 독해력 사이 상관관계를 확인한 것으로, 휴대전화가 독해력 저하의 직접적인 원인이라는 점을 확인한 것은 아니다. 연구진은 또 "이번 결과만으로 교내 휴대전화 금지가 학업에 별다른 효과가 없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고 했다. 연구진은 다만 "휴대전화 사용을 줄이면 친구나 교사와 직접 대화하는 시간이 늘어 사회성과 대인관계에 도움이 될 가능성이 있다"며 "후속 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