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위축성측삭경화증(ALS·루게릭병)의 증상이 나타나기 수개월에서 수년 전부터 혈액 속 특정 단백질 수치가 크게 변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마이클 베나타(Michael Benatar) 미국 마이애미대 교수 연구진은 혈액 단백질을 분석해 ALS 증상이 시작되는 시점을 평균 약 18개월의 오차로 예측할 수 있다고 27일 밝혔다. 연구 결과는 이날 국제 학술지 '네이처 의학(Nature Medicine)'에 게재됐다.
ALS는 뇌와 척수에서 근육의 움직임을 조절하는 운동신경세포가 점차 손상되는 질환으로, 병이 진행되면 근육이 약해지고 말하기와 삼키기, 호흡 같은 기능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특히 한번 손상된 운동신경세포는 회복하기 어렵기 때문에 증상이 뚜렷해진 뒤 치료를 시작하는 것보다 신경 손상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에 개입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번 연구는 ALS 관련 유전자 변이를 갖고 있지만 아직 증상이 나타나지 않은 사람들을 약 20년간 추적한 미 국립보건원(NIH) 지원 연구를 토대로 진행됐다. 연구진은 참가자 137명의 혈장 시료에서 5000개가 넘는 단백질의 수치를 조사하고, 이 가운데 33명은 추적 관찰 기간에 ALS 또는 전두측두엽 치매 증상이나 징후를 보이는 것을 확인했다. 분석 결과, 이후 증상이 나타난 사람들은 발병 전부터 단백질 92개의 혈중 농도가 뚜렷하게 변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인공지능(AI)의 한 분야인 머신러닝을 활용해 어떤 단백질 조합이 발병 가능성과 시점을 가장 정확하게 예측하는지 확인했다. 그 결과 신경세포 손상을 보여주는 '신경미세섬유 경쇄(NfL)'를 포함한 단백질 19가지가 핵심 지표로 선정됐다. 이 단백질 정보를 이용한 예측 모델은 향후 6개월에서 5년 사이에 ALS 증상이 나타날 가능성을 예측하는 데 가장 높은 정확도를 보였고, 실제 증상 발생 시점을 평균 약 18개월의 오차 범위로 추정했다.
연구진은 영국 바이오뱅크 자료를 이용한 분석에서도 비슷한 결과를 얻었다. 영국 바이오뱅크는 대규모 일반 인구 집단의 유전·건강 정보를 보유한 연구 자료다. 다만 자료 구성과 분석 조건에 차이가 있어, 실제 진료에 적용하기 전에는 더 다양한 집단을 대상으로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
연구진은 "현재 ALS 관련 유전자를 직접 겨냥하는 치료제가 등장하고 있다"며 "혈액 단백질 검사로 발병이 임박한 시기를 알아낼 수 있다면, 치료를 미리 시작해 ALS의 발생을 늦추거나 막는 전략을 세울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참고 자료
Nature Medicine(2026), DOI: https://doi.org/10.1038/s41591-026-04528-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