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양극화가 심해질수록 보수와 진보 모두 중도적 입장을 '상대편을 돕는 행동'으로 받아들인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양쪽을 중재할 중도층이 오히려 양 진영 모두에서 배척돼 정치적 타협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 플로리다대 줄리아 마이모네 박사 연구팀은 성인 3200여 명을 대상으로 5차례 온라인 실험을 진행한 결과를 27일 국제 학술지 '실험심리학저널: 일반'에 발표했다.
연구진은 참가자들에게 낙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갈등, 2024년 미국 대선 지지 성향 등 정치적 사안에 대한 입장을 물었다. 이어 양쪽 주장을 절충한 정책이나 중도적 견해를 어떻게 평가하는지 조사했다.
낙태 문제를 다룬 실험에서는 임신 초기 3개월 동안 낙태를 허용하는 절충안에 대해, 낙태 반대자와 찬성자 모두 상대 진영을 지지하는 정책이라고 평가했다.
2024년 미국 대선을 닷새 앞두고 진행한 실험에서는 트럼프와 해리스를 똑같이 지지하는 가상의 인물을 제시했다. 참가자 중 상대 후보 당선이 자신이나 사회에 위협이 된다고 느끼는 성향이 강할수록 해당 인물을 상대 진영에 가까운 사람으로 평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경향은 정치적 입장이 극단적일수록, 정치 문제를 옳고 그름의 도덕적 문제로 받아들이는 성향이 클수록 강하게 나타났다. 연구진은 상대 진영을 명확하게 비난하거나 배척하지 않으면, 같은 편이 아니라고 보는 '중도의 외집단화 효과'라고 해석했다.
문제는 이런 현상이 양극화를 더 악화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중도층이 양쪽에서 모두 거부당한다고 느끼면서, 결국 한쪽 진영을 선택하도록 강요당한다는 것이다. 상대 진영에 대한 적대감이 갈등을 중재하려던 중도층까지 번지는 악순환이 생기는 것이다.
연구진은 "민주주의는 타협과 협상, 연합 형성에 크게 의존하고 중도층은 이념적 갈등을 연결하는 접착제 역할을 한다"며 "중도층이 양쪽에서 배척받으면 정치적 타협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고 했다.